곁에 두고 읽는 莊子(2) (김태관著, 홍익출판사刊)
공자, 한비자는 그나마 읽으면 이해되나 장자는 번역서를 읽어도 쉽지 않다. 아래 글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조금이나마 도움될 듯하다.
평행인 두 개의 레일이 나란히 달리다가 시야에서 멀어지면 결국에는 만나서 하나의 점이 된다. 평행선이 만나는 곳, 소실점이라 한다. 소실점이 종착역인가? 그렇지 않다. 장자는 우리에게 소실점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곳은 평행선을 달리는 세상의 이분법을 벗어난 새로운 지평의 세계다. 소실점 너머에서는 대와 소, 빈과 부, 흑과 백이라는 세상의 모든 구분이 사라진다. 장자는 소실점 너머의 세계를 세상 밖이라 했고 만물의 근원이라고도 불렀으며, 도 또는 지극한 경지라고도 일렀다. 자유분방했던 장자는 세속의 궤도에서 벗어나 길 없는 길을 거닐었다. 그래서 장자를 품는다는 것은 자유를 품는다는 뜻이 된다. 행복해지려면 자유가 있어야 하고 자유를 가지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세상에 매이지 않는 것이 자유이며 자기를 비우는 것이 용기다.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살면서 잠시 사람의 형체로 있다가 근본으로 되돌아간다. 근본에서 본다면 삶이란 음양의 기운이 모여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 비록 오래 살고 일찍 죽는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별게 아니다.
물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길게 이어주면 괴로움이 따르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짧게 잘라 주면 슬픔이 따른다.
이름을 추구하는 자가 되지 말고, 모의를 일삼는 자도 되지 마라. 쓸데없는 일을 떠맡지 말고, 지혜를 소유하지도 마라. 자연의 도를 깨달아 지극한 경지에서 노닐어라.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을 완전히 하고, 터득한 것을 드러내려 하지 마라. 언제나 마음을 텅 비워놓을 따름이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자기 발자국 소리를 싫어했다. 그는 이것들을 떨쳐버리려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을 내디딜수록 발자국 소리는 더욱 늘어났고,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계속 따라왔다. 그는 달리는 속도가 늦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더욱 빠르게 달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탈진해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늘 속에 들어가면 그림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멈춰 서면 발자국 소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어리석음이란 이런 것이다.
질그릇을 걸고 활쏘기 내기를 한다면, 질그릇은 흔한 물건이기에 잘 맞힐 수 있다. 하지만 허리띠 고리를 걸고 내기를 하면, 귀한 것이기 때문에 맞히지 못할까 봐 마음이 켕긴다. 더구나 황금을 걸면 눈이 침침해지고 손이 덜덜 떨린다. 활쏘기 기술은 똑같지만, 내기에 걸린 물건에 마음이 쏠렸기 때문이다. 밖의 물건에 마음이 기울면, 그 사람의 속은 졸렬해지게 마련이다.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떠내려 와 뱃전에 부딪쳤다. 성질 급한 뱃사람이라도 빈 배에다 화를 내지는 않는다. 만약 그쪽 배에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으면 저리 비키라고 불같이 소리 지를 것이다. 한 번 소리쳐 못 들으면 두 번, 세 번 소리치고 욕까지 해댈 것이다. 빈 배일 때는 아무 감정이 없지만 사람이 타고 있으면 분노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텅 비우고 빈 배가 되어 인생의 강을 건넌다면 누가 그를 해치겠는가!
나는 무위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그것을 크게 괴로운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므로 지극한 즐거움이란 즐거움을 초월하는 데 있고, 지극한 명예란 명예를 초월하는 데 있는 것이다.
東郭子가 장자에게 물었다.
‘이른바 도라는 것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디고 없는 데가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말씀해 주십시오.’
‘땅강아지나 개미에게 있습니다.’
‘어떻게 그처럼 낮은 것에 있을 수 있습니까?’
‘가라지 풀이나 피에도 있습니다.’
‘어떻게 더욱 낮은 것에 있을 수 있습니까?’
‘기와나 벽돌에도 있습니다.’
‘어떻게 더더욱 낮은 것에 있을 수 있습니까?’
‘똥이나 오줌에도 있습니다.’
동곽자는 아무 대꾸도 못하게 되었다.
장자가 숨을 거두려고 하자 제자들은 장례를 성대히 치르려 했다. 그때 장자가 타일렀다.
‘나는 천지를 관으로 삼고, 해와 달을 한 쌍의 구슬로 장식하며, 별들을 진주와 옥 장식으로 달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삼는다. 이미 장례준비가 다 되었거늘 무엇을 더 보태려고 하느냐.’
제자들이 찜찜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스승의 시신을 까마귀나 솔개 따위가 뜯어먹게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자들을 향하여 장자가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이 녀석들아! 땅 위에 놓아두면 까마귀와 솔개가 먹을 것이고, 땅 아래에 묻으면 땅강아지와 개미들이 파먹을 것이다. 이쪽 놈이 먹는다고 그걸 빼앗아 딴 놈에게 주려고 하느냐?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