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한비자를 알았더라면(1) (한비자著/손영석譯, 스타북스刊)
한비자를 처음 읽었던 때가 3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 다시 한비자를 읽는 것은 예전에 읽었던 책은 원문에 충실해서 매우 어렵게 읽었기에 쉽게 읽어 보자는 의도와, 인간이란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한비자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비는 기원전 280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233년에 죽었다. 왕족이나 서자여서 신분은 낮았고 말더듬이 한비자는 날카로운 글로 유명하여 높여 부르는 의미의 韓非子가 되었다.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고 인간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기본 사상은 ‘法術’로 이를 국가 통치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이 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리자 책임이다, 신상필벌이라 말하면서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부하들은 진심으로 일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조직 안에 질서가 없다는 것은 나라에 헌법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읍참마속, 마속이라는 유능한 부하가 독단적으로 작전을 펼쳐 전쟁에서 패하자 공명은 마속의 목을 베었다. 군주는 형벌과 덕으로만 신하를 제어할 수 있다. 그런데 신하에게 형벌과 덕을 쓰게 하면 거꾸로 군주가 신하에게 제어를 당하게 된다.
리더가 비범하면 쓸모없는 부하직원도 변모하게 된다. 우수한 부하는 몇몇 동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나 우수한 리더는 모든 조직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즉, 부하는 리더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인다. 부하직원의 일생은 첫 상사에 의해 7할 정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만큼 기본이 중요하다. 기술이나 노하우는 언제라도 주입할 수 있지만 업무에 임하는 자세, 정신적인 면 등 가치관은 리더가 가르쳐야 한다.
군주는 자기가 바라는 것을 밖으로 들어내면 안 된다. 들어내면 신하들은 필시 거기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꾸민다. 들어내지 않으면 신하는 본래 자기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면 신하는 스스로 준비하고 공부하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부하들이 많아질수록 군주의 능력은 무한한 것이 된다.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부하 자신이 갖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
인사평가는 무슨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성과를 올렸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첫 번째, 리더는 부하 이야기를 끝까지 확실하게 들어야 한다. 그러면 부하는 자신의 생각을 모두 털어놓으려 할 것이다. 두 번째, 사실관계와 개인적 감정을 확실히 구분하여 들어야 하며 세 번째, 부하를 믿는 것도 진위를 파악하여야 한다.
인기 있는 것과 인망이 있는 것은 다르다. 인망 있는 사람은 결코 자신을 상대에게 의도적으로 맞춰가지 않는다. 인망은 인덕에서 생기며 능력이 있다고 반드시 인망 있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은 유능한 것이고 인망 있는 자는 훌륭한 덕이 있는 사람이다. 인망은 사심이 없으면서도 열의가 있는 사람에게 찾을 수 있다.
재능 있는 장수 밑에 있는 부하는 안심되나 부하가 크지 못한다. 현명한 장수는 본인 능력이 부족해도 인재를 발탁해 기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부하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고 따뜻하게 포용하면서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덕장이 현명한 장수이다.
군주에게는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현명한 자에게 일을 맡기면 신하는 지혜를 이용하여 주군을 위협할 것이다. 그렇다고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되는대로 등용하면 일이 잘되지 않는다. 닭에게는 날 밝은 것을 알리게 하고 고양이에게는 쥐를 잡도록 하면 만사가 잘 이루어진다. 중요한 요직에 기용할 인재는 첫 번째가 뛰어난 능력은 있으나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능력도 없고 의욕도 없는 사람이다. 최소한 이런 사람은 해를 끼치지 아니한다. 세 번째는 능력도 있고 욕심도 있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남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능력은 없는데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다.
군주에게 아첨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군주에게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끌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부하가 군주를 속여 자신의 이익을 끌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凍傷(동상): 군주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여자를 이용한다.
在傍(재방); 시중드는 측근을 이용한다.
父兄(부형): 친인척을 이용한다.
養殃(양앙): 군주에게 닥친 재앙을 기화로 이러니 저러니 설득한다.
民萌(민맹): 아첨이나 여흥으로 기분 좋게 만든다.
流行(유행): 유창한 웅변술을 이용한다.
威强(위강): 힘으로 군주를 압박한다.
四方(사방): 주변 외국의 힘을 활용한다.
군주가 명심하여야 할 열 가지 잘못은 다음과 같다.
1. 작은 忠義에 얽매이는 것은 큰 충의의 적입니다.
2.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더 큰 이익을 잃게 됩니다.
3. 행실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제 마음대로 행동하고 제후들에게 건방진 태도로 일관한다면 패가망신합니다.
4. 정치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풍악만을 즐긴다면 언젠가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자멸하게 됩니다.
5. 탐욕과 고집으로 이익만을 추구하면 나라를 망치고 제 목숨도 잃게 됩니다.
6. 淫樂에 빠져 정치를 돌아보지 않으면 나라를 망치는 재앙이 됩니다.
7. 내정을 멀리하고 밖으로 놀러 다니거나 간언 하는 사람을 소홀히 여기면 자멸의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8. 정치를 그르치면서도 충신의 간언을 듣지 않고 제 고집대로 자행하면 그때까지 쌓아온 명예를 잃고 남의 조롱감이 됩니다.
9. 정치를 고려함이 없이 자국의 힘을 믿지 않고 외국 제후들에게 의존하기만 해서는 언젠가 나라를 침탈당하게 될 것입니다.
10. 나라가 작은데도 예를 지키지 아니하고 충신의 간언을 듣지 않고서는 머지않아 시대에 뒤처져 멸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