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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올해의 ‘이야기 주제’

열정으로 불타는 눈빛을 갖고 있는 조직

by 물가에 앉는 마음


꿀 같은 3일 연휴가 끝나고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제 편지를 읽는 모든 분들께 새해 인사드립니다. ‘올 한 해도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사내외 선, 후배님들께 편지를 보내드리고 있고 사내 게시판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산하 사업장에 근무하는 모든 송변전 식구들께 매주 편지를 보냅니다. 구독률은 약 65~70%로 현장에 있는 식구들임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출장소 단위로 하면 전국에 45개 조직이 있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얼굴 보고 토론하며 교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기회가 된다면 對面 토론을 하고 그렇지 않다면 편지와 답장으로 토론하겠습니다.

제가 올해 여러분들께 강조하고자 하는 단어는 ‘신상필벌, 청렴, 열정’입니다. 물론 작년과 동일하게 격주로 책 소개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발송될 것이고 내용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8년 정도 이어오고 있는 이야기의 Main 주제는 ‘열정’이었으니까요. ‘신상필벌, 청렴, 열정’ 세 가지가 다른 주제 같지만 동일한 맥락에서 이야기가 풀어질 겁니다.


신상필벌: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포상도 나눠 먹기식이 아닌 열심히 하는 사람이 받아야 합니다. 작년에 사장상을 받았으니 나는 퇴직할 때까지 상 받을 일이 없다는 생각과 문화는 잘못된 것입니다. 작년까지 열심히 했는데 갑자기 올해부터 업무를 태만히 하겠습니까? 올해에도 남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면 다시 사장상을 받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반면 열정도 없고 성과도 없는 사람은 배제되어야겠지요. 어영부영해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니 시간은 가고 월급이 나온다. 어영부영해도 순번이 되면 사장상을 받는다면 누가 더욱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무사안일하고 어영부영하는 태도는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암세포나 곰팡이처럼 번식하며 주위를 오염시킵니다. 이를 차단하고 소독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후배들에게 전승해야 할 조직 문화입니다.


청렴: 우리 회사는 자랑스럽게도 2014년 공기업 청렴도 평가에서 1등을 했고 2015년에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청렴이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업무실적이 좋아도 사상누각과 같게 됩니다. 거래하는 업체에게서 금전, 향응을 받지 않는 것이 청렴의 전부가 아닙니다. 동료 사이는 물론 선, 후배 간에도 부끄러움이 없어야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을 스스로 거울에 비췄을 때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는 것이 청렴입니다. 제가 ‘청렴’으로 표현했지만 어쩌면 ‘본분’과 더욱 가까운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새끼 게가 옆으로 걸어가니 같이 가던 어미 게가 똑바로 걸으라고 야단칩니다. 내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제가 표현하는 청렴입니다.

먼저 간부는 간부다워야 합니다. ‘나를 따르라.’했는데 직원들이 동조하지 않는다면 짐을 싸야 합니다. 직원들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통솔이 안 되는 것이고 통솔 못하는 간부는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간부이니 다른 사업장에서 재기해야 합니다. ‘나를 따르라.’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간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근이 아니라 퇴사해야지요.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훌륭한 간부 밑에는 열정을 다하는 직원들이 모입니다.


열정: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저하고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식구들은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강조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회사 내에서도 제가 가는 부서는 일이 많다고 소문났기에 저하고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은 고생을 많이 합니다. 일이 저를 따라오는 것인지 제가 일을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열정만 있다면 못할 일은 없습니다. 저는 열정이 없는 직원들을 예쁘게 본 적이 없습니다. 같이 일할 직원들을 선발할 때 실력보다 열정과 열의를 봅니다. 실력은 후천적으로 배양할 수 있지만 열정은 선천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모병제인 해병대가 왜 강한가? 해병은 지독한 훈련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해병대에 가기 위해 줄 서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밑바탕입니다. 제가 군 대기병 시절 식당에서 2개월간 사역을 했습니다. 육, 해, 공, 해병대가 모두 있는 부대인데, 식당 선임들은 신병들이 오면 군기 잡는다고 물이 질펀한 바닥에 원산폭격을 시킵니다. 타군은 슬금슬금 뒤로 빼도 해병대는 바로 머리를 박습니다. 백 명이 넘는 대기병들 속에서 소수인 해병대 2~3명이 기를 펴고 사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눈빛이 살아 있다면 하지 못할 일도 없고 어떠한 사업을 해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하고 싶어 열정으로 불타는 눈빛을 갖고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염원이라 판단합니다. ‘신이 손을 내밀 때까지’ 일본 경영 삼신 중의 한분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표현입니다만 한국식 표현으로 한다면 ‘진인사대천명’이겠지요. 신상필벌의 조직문화, 본인의 마음에 부끄럽지 않은 청렴한 집단, 열정을 갖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개인들에게는 극한 상황이 닥치는 경우 신께서도 감복하여 손을 내밀어 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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