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님이 아니라 금천면장님 같다는 생각이 든다.
全羅南道 羅州市 金川面, 우리 회사가 소재하고 있는 곳의 옛 지명이기도 하고 상임감사님 고향이다. 혁신도시가 조성되기 전에는 광주 변방이었고 나주시내와도 떨어져 있는 어정쩡한 곳으로 배 밭과 논이 지천인 곳이었으니 시골이다. 현재 우리 회사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곳은 감사님께서 어릴 적 산토끼 잡고 놀던 놀이터였다. 아직까지도 동네 구석구석은 물론 음식점 주인까지 알고 계셔서 감사님이 아니라 금천면장님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시고 취임하신 감사님의 최근 건배사는 ‘고객만족, 서비스’로 무뚝뚝한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울림이 있는 건배사다. 사실 감사님 건배사가 ‘고객만족, 서비스’가 된 내막을 모르는 직원들이 많다. 왜, 감사님 건배사 구호가 ‘청렴’이 아닌 ‘영업’과 관련된 것이냐? 여러분들께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고객과의 불편사항을 해결할 때 처장이 해볼 만큼 해보다가 난관에 봉착하면 전무님, 감사님, 사장님께 보고 드리고 도움을 청하게 된다. 작년도 고객사와 트러블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로 전무님을 거쳐 감사님께 어려운 상황을 보고 드렸다.
느릴 것 같으셨던 금천면장님께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뜻밖에도 快刀亂麻式(쾌도난마식)이라 보고 드리자마자 상대회사 감사님께 전화해 우리 회사 고충을 이야기하고 부당한 압력행사나 불편사항이 없도록 도움을 요청하셨다. 말이 요청이지 담당자 교체까지 요구하실 정도였으니 상당한 압박, 협박에 가깝다.
하지만 상대회사 감사님께서도 불편사항을 털어놓았다. 우리 직원들이 고객만족을 시키지 못한다며 개선을 요청하니 면장님께서는 한편으로 숙제를 푸셨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숙제를 받으셨다. 면장님은 고객에게서 받은 숙제를 푸시기 위해 술자리마다 ‘고객만족’하면 ‘서비스’로 답하라는 건배사를 하시는 연유다.
놀라운 사실은 2025중장기 전략경영계획 수립 용역을 담당한 컨설팅회사에서 발전회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한전뿐 아니라 발전회사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불편사항은 우리 회사 직원들이 관리자 통솔과 지휘에 따르기보다는 노동조합의 말을 더욱 신뢰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살갑지 못해 고객 감동은커녕 고객 불만족을 야기하는 것이다.
발전소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우리 회사 직원들 기술력이나 공기업 직원으로서의 성실함은 인정받고 있으나 대외적 이미지는 고객에게 사근사근하지 않고 무뚝뚝하다. 근무시간 중 할 일만 하면 된다는 식이니 고객이 감동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원래 기술쟁이들의 일반적 특성이기도 하나 집체만 한 기계와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고객과의 대화가 부족하고 말투도 부드럽지 못하니 고객 불만사항이 생긴다.
어떻게 하면 고객과 금천면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고객만족’에 부응할 것인가? ‘고객을 王처럼 모신다.’를 넘어 ‘고객은 왕이 아닌 神이다.’라는 구호성 멘트가 필요할 것도 같지만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이것이 자연스레 표출되지 않을까 한다.
다음은 부산에 있는 6천 원짜리 청국장 집에 들어서면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詩’다 우리가 상대하는 고객은 600억, 6000억짜리 고객들이지만, 6천 원짜리 손님을 맞는 주인장의 마음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詩의 예술성과 표절을 떠나 주인장이 손님을 맞이하는 진실된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음식 맛이 없어도 손님들은 만족할 것 같다. 여러 음식점에 붙어 있는 내용이지만 출장길에 들렀던 ‘명인 청국장’, 맛도 名人의 솜씨지만 주인장 마음은 名匠이다.
손님
손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예쁜 우리 설희 고운 꽃신 사주셨고,
홀로 계신 어머니 손에
용돈도 쥐어 주셨고,
저의 모든 생활을 주시며
장래를 위한 적금까지 부어주시는
손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손님 오실 길 빗질하고, 문간 대청 닦아 놓고
그릇 그릇 정성을 담고 화장대 앞에 앉아
몸과 마음 또한 정갈히 다스렸으니
하마 어서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