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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우리 회사도 변해야 하나?

혁신은 외부에서부터 시작되며 외부로부터 온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공기업도 변해야 하는가? 에 대해 의문이 있기는 합니다. 공기업은 설립목적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발전설비 정비를 목적으로 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원조나 차관으로 발전소를 건설하다 보니 전 세계 발전소들이 모여 박람회 하듯 제작사, 기종이 모두 다릅니다. 그만큼 정비기술을 자립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에서는 정비기술 자립 및 국산화를 위해 우리 회사를 설립했는데 초창기에는 제작사 노하우를 빼내고 훔치느라 엄청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제작사와 기종의 다양함이라는 핸디캡이 우리 회사 강점으로 작용했으니 아이러니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 발전기든 고치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되었으니 해외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국제화가 되었고 해외 환경에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오늘 주제인 공기업인 우리 회사도 변해야 하는지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1984년에 회사 창립을 했지만 회사 역사는 1974년부터 시작되었다. 사창립 초기부터 1991년도까지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사업여건이 좋았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기하고도 맞물려 나라도 10% 정도의 고도성장을 했고 우리 회사는 국가정책에 힘입어 정비시장을 독점했으며 27.9%/년 고속성장을 했다. 이후 10년간은 국가 성장률이 둔화되어 5%대 성장을 했고 우리 회사 성장률은 11% 대가 되었다. 2012년 이후 국가 성장률은 2.9%로 낮아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우리 회사 성장률은 물가인상률이나 임금인상을 감안하면 Zero 성장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 회사 경영환경은 내, 외부 영향을 받고 있다.


발전정비시장 점유율은 과거 우리 회사 독점체제에서 현재는 국내 총 설비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54.1%를 점하고 있으며, 발전원별로는 화력 61.3%, 수력과 원자력은 75.3%, 민자 발전은 18.7%를 점유하고 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육성 지원한 민간정비회사들은 어느 정도 품질체계를 잡아가고 있어 고난도 정비를 제외한 일반정비는 문제없이 수행하는 수준이 되었고 가격경쟁력으로 무장되어 있다.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지 않는 발전소 Owner측면에서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며 경쟁체제가 가져다준 선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이 뒤지는 우리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 보인다.

- 타 회사가 할 수 있는 정비 분야는 가격경쟁력 저하로 Red Ocean에 가깝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하여야 한다.

- 타 회사가 할 수 없는 정비 분야를 찾아야 하는데 기 개발된 기술을 사 오거나 R&D를 통해 개발하여야 한다.

- 기존의 O&M Service영역을 확장하여 신사업 개발 Item으로 선정된 노후 발전소 개조 및 성능향상(ROMM), 노후 원전 제염/해체사업은 많은 선투자가 필요하며 경쟁업체 또는 기존 업체가 존재하기에 결코 Blue Ocean은 아니다.

예시한 상황 이외에 공기업 특성상 커다란 변수 중 하나는 현 정부 정책기조인 ‘공기업 기능의 민간이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정책은 현 정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 정책도 그러했고 미래 정부 정책도 변함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번에 언급했듯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경영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현재 전 세계는 저 성장기를 맞고 있어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인 우리나라도 경제 침체기를 쉽게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데 우리나라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도 주변국 변화에 영향을 받게 되며 우리 회사 역시 영향권 내에 있다. 세계경제 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우리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사실일까 하고 의구심을 갖는 분들께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2015.12.16일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가 기준금리를 0.00%~0.025%에서 0.025%~0.050%로 인상했는데 우리나라 경제와 우리 회사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 미국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대미 수출은 증가 예상

- 신흥국들도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덩달아 금리인상이 예상되므로 신흥국들의 경기는 오히려 하락세가 될 가능성으로 수출 감소

-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할 경우 아파트값 하락, 건축경기 하락, 우리 회사의 아파트 및 건축물 전기공사 매출 하락

- 신흥국 재정악화로 자원부국도 수출량을 늘려야 함.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어 자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의 경기가 나아지지 않음: 우리 회사의 주요시장인 신흥국 정비물량 감소, Retrofit, ROMM물량 감소

- 경기침체에 따른 전력예비율 증가, 원유 가격 하락에 따른 첨두부하용 가스터빈 정지: 우리 회사 공사 매출 하락, GT센터 매출 하락


지구 반대편인 미국 금리인상만을 놓고 따졌을 때도 우리 회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니 변화가 일상인 시대가 되었다. 이밖에도 거대 수출시장인 중국발 Risk도 있을 수 있고 지정학적 특성인 북한 Risk도 존재한다. 나라도 고 성장기였고 국내 정비시장을 독점하던 시대에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던 경영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우리는 변화하지 않는데 환경이 변하니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회사도 선제적으로 변해야 한다.


과거 우리 회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개발을 통해 정비용 로봇도 만들어야 했고, 기술도 수입해야 했다. 후발업체 등장과 제작업체들의 정비시장 참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혁신을 하게 된 것이지요.

‘혁신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혁신은 외부에서부터 시작되며 외부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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