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 생각의 지도(2)

생각의 지도(2) (리처드 니스벳著 최인철譯, 김영사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생각의 지도(2) : 동양과 서양, 세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


Chapter 8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

미국인들은 배경 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양인들은 배경 속의 사물에서 일어난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했다. 미국인들은 행동을 제약하는 상황의 힘을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한국인들은 이를 매우 잘 인식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규칙’에 의거하여 범주화했지만,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유사성을 근거로 사물들을 짝지었다.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 동시에 제시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어느 한쪽 주장으로 극화되었지만 중국인들은 두 주장을 모두 수용하는 타협을 수용했다.

의학에서도 서양은 문제를 일으키는 신체 부분을 찾아내어 떼어내거나 고치는 적극적인 개입이 특징이다. 그리스 때부터 해부를 하기 시작했다. 동양에서는 19세기 이전까지 해부가 생소한 것이었다. 건강은 몸 안에 존재하는 기들의 균형으로 유지되며 질병은 약초와 같은 자연산 치료제의 힘으로 치유했다.

한 나라의 변호사 수/ 한 나라의 엔지니어의 수를 비교해보면 미국이 일본의 41배 수준이다. 미국이 일본보다 41배 정도 엔지니어보다 변호사를 선호한다.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적 사회에서는 개인 간의 갈등을 법적 대결로 해결하지만 일본과 같은 집합 주의적 사회에서는 중재와 같은 비법적 대응으로 해결한다. 서양에서는 정의의 실현을 원칙으로 하여 법적으로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되며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의 갈등 해결 목적은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의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중국 판사는 법을 추상적인 실체가 아니라 각 개인에게 따로따로 적용되어야 하는 융통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각 개인 상황에 맞게 적용될 수 없는 법은 인간적이지 못하며 결코 법이 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법이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은 4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일본은 1명만 배출했다. 일본 과학예산은 미국의 절반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독은 일본 과학예산의 반밖에 책정하지 않았으나 5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의 초라한 성적표 원인을 혹자는 연장자를 존경하는 유교 영향으로 본다. 젊고 유능한 학자보다는 실력은 없으나 나이 든 학자를 지원하는 사회풍토를 지적한 말이다. 그러나 상당수 일본 내 과학자들은 논쟁과 토론의 부재를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동료 간의 비판과 심사조차도 무례로 생각하며 논쟁과 토론이 과학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인식도 부족하다.


서양인들은 한번 이루어진 협상은 중간에 바꿀 수 없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계약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양인들은 계약은 미래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간 설탕 계약을 했다. 설탕 가격이 급락하자 일본은 이미 맺은 계약이지만 다시 협상할 것을 요구했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를 거부했다. 일본인들이 이기적이거나 위선적이어서가 아니라 일본에서는 그런 상황에서는 재협상을 자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눈이 많이 내려 관객이 줄었다면 영화 보급사는 극장주에게 일정 부분을 보상해 준다. 이렇게 편의를 봐주는 행위는 서양식으로 조목조목 따지는 분석적 사고방식에서는 매우 비합리적이지만 당사자 간 장기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서양 종교가 옳고/그름(right/wrong)의 구조로 되어 있는 한편 동양 종교는 둘 모두/함께(both/and)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동양 종교들은 타 종교에 대해 매우 관대하고 서로의 교리를 흡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불교도이고 또 유교도인 것이 가능하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동양에서는 종교전쟁이 거의 없지만 서양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격렬하게 진행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동, 서양이 그른 것을 떠나 향후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문화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로 수렴될 것이란 견해는 미국인들 생각과 일치한다. 또한 동양 어린이들이 점점 서구식의 사회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베이징대학 학생들이 미시간대학 학생들보다 ‘평등, 상상력, 독립성, 다양한 경험’ 등을 더 중시하고 있어 동양이 서서히 서구화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자민족 우월주의로 인해 동, 서양 차이는 계속될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동양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이슬람 인구 증가로 인해 오히려 서구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일본도 자본주의를 수용한 지 100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변하지 않는 일본적 가치가 뿌리 깊고 오히려 서양문화의 일본화가 진행되었다. 중국과 한국, 싱가포르, 타이완도 근대화를 달성했지만 서구화되지는 않았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수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코카콜라를 마시고 청바지를 입고 있지만 서양 요리는 동양 요리를 가미한 퓨전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으며 미국 내 휴양지에 불교사원이 들어서고 있다. 서양 의사가 동양 의술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 세계가 일본 노사문화를 배우려 한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의 장점을 수용하여 두 문화의 특성이 공존하는 문화 형태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85. 생각의 지도(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