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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 惜福(1) (정민著,김영사刊)

惜福(석복)은 복을 아낀다는 뜻으로 옛사람은 이 말을 사랑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惜福(석복)은 복을 아낀다는 뜻으로 옛사람은 이 말을 사랑했다. 아껴둔 복을 저축해 두었다가 함께 나눴다. 사물은 성대하면 반드시 쇠하게 된다.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여기고 더욱 낮추는 검소한 태도가 필요하다. 절제를 모르고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에서 멈추고 덜어내는 석복의 뜻이 깊다.


四少八多(사소팔다) 줄일 것을 줄이고 늘릴 것은 늘려야

줄일 것을 줄이고 늘려야 할 것을 늘리는 것이 양생의 기본이다. 반대로 하면 망한다.

배 속에는 밥이 적고, 입속에는 말이 적다.

마음속에는 일이 적고, 밤중에는 잠이 적다

이 네 가지 적음에 기댄다면 신선이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반대로 한다. 배 터지게 먹고 쉴 새 없이 떠들고 온갖 궁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잠만 쿨쿨 잔다. 쓸데없는 생각이 많고 이런저런 궁리에 머리가 맑지 않다. 실컷 잠을 자고 일어나도 몸이 늘 찌뿌둥하다. 그러는 사이에 몸속엔 나쁜 찌꺼기가 쌓이고 맑은 기운은 금세 흩어진다. 밥은 조금 부족한 듯 먹고 입을 여는 대신 귀를 열어라. 생각은 단순하게 잠은 조금 부족한 듯 잔다. 정신이 늘 깨어있어야 마음이 활발해진다. 음식섭취를 줄여야 속이 가뜬하고 몸도 개운하다.


이번에는 늘려야 할 것의 항목이다.

앉아 있는 것이 다니는 것보다 많고, 침묵이 말하는 것보다 많아야 한다.

질박함이 꾸미는 것보다 많고, 은혜가 위엄보다 많아야 한다.

양보가 다툼보다 많고, 개결함이 들뜸보다 많아야 한다.

문을 닫고 있는 것이 문 밖에 나가는 것보다 많으며, 기뻐함이 성냄보다 많아야 한다.

이 같은 것을 늘상 늘리려 애쓰면 복을 얻음이 절로 한없게 되리라


두 글 모두 福壽全書(복수전서)에 나온다.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 있어야 진기가 쌓인다. 입을 다물면 기운이 흩어지지 않는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질박함만 못하며 따뜻이 베푸는 은혜가 무게 잡는 위엄보다 낫다. 당장 손해 보아도 양보가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설렁설렁 덜렁대는 것은 개결하고 야무진 단속을 당할 수 없다. 문을 닫아걸고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좋다. 안을 비우고 밖을 덜어낸다. 안으로 향하는 시간을 늘리면 밖으로 나돌던 정신이 수습된다. 사람이 차분해지고 내면이 충실해진다.


生處敎熟(생처교숙) 생소함과 익숙함의 차이

송나라 때 승려 선본이 가르침을 청하는 항주절도사 여혜경에게 들려준 말이다. ‘나는 단지 그대에게 생소한 곳은 익숙하게 만들고 익숙한 곳은 생소하게 만들라고 권하고 싶다.’

생소한 것 앞에 당황하지 않고 익숙한 곳에서 타성에 젖지 말라는 말이다. 보통은 반대로 한다. 낯선 일, 생소한 장소에서 번번이 허둥대고, 날마다 하는 일은 그러려니 한다. 변화를 싫어하고 관성대로 움직여 일상에 좀체 기쁨이 고이지 않는다. 늘 하던 일이 문득 낯설어지고, 낯선 공간이 도리어 편안할 때 하루하루가 새롭고 나날은 경이로 꽉 찬다.


小智乳母(소지유모) 못난 자가 잔머리를 굴린다.

수나라 때 왕통은 ‘止學(지학)’에서 인간의 승패와 영욕에 있어 평범과 비범함의 엇갈림이 ‘止(그치다, 금하다)’란 한 글자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무엇을 멈추고, 어디서 그칠까가 늘 문제다. 멈춰야 할 때 내딛고, 그쳐야 할 때 뻗대면 삶은 그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군자는 먼저 가리고 나서 사귀고, 소인은 우선 사귄 뒤에 택한다. 그래서 군자는 허물이 적고, 소인은 원망이 많다.

재주가 높은 것은 지혜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드러나지 않는다. 지위가 높으면 실로 위험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리로 나아가지 않는다. 큰 지혜는 멈출 줄 알지만, 작은 지혜는 꾀하기만 하다.

지혜가 미치지 못하면서 큰일을 도모하는 자는 무너진다. 지혜를 멈춤 없이 아득한 것만 꾀하는 자는 엎어진다.

권세는 무상한지라 어진 이는 믿지 않는다. 권세에는 흉함이 깃든 까닭에 지혜로운 자는 뽐내지 않는다.

왕 노릇 하는 사람은 爭辯(쟁변)하지 않는다. 말로 다투면 위엄이 줄어든다. 지혜로운 자는 말이 어눌하다. 어눌하면 적을 미혹케 한다. 용감한 사람은 말이 없다. 말을 하면 행함에 멈칫대게 된다.


讀書種子(독서종자) 독서 없는 미래 없다.

김수항(1629~1689)이 남인의 탄핵을 받아 유배지에서 사사되기 전 자식들에게 遺戒(유계)를 남겼다. ‘옛사람은 독서하는 종자가 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너희는 자식들을 부지런히 가르쳐서 끝내 충효와 문헌의 전함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맏아들 김창집(1648~1722)은 신임사화때 사약을 받았다. 세상을 뜨기 전 자손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오직 바라기는 너희가 禍變(화변)으로 제풀에 기운이 꺾이지 말고 학업에 더욱 부지런히 힘서 독서종자가 끊어지는 근심이 없게 해야만 할 것이다.

독서종자는 책 읽는 종자다. 독서의 씨앗마저 끊어지면 그 집안도 나라도 그것으로 끝이다. 공부만이 나를 지켜주고 내 집안, 내 나라를 지켜준다. 독서의 씨앗 없이는 기대할 어떤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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