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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독서 효과

독서로 혜안을 얻고 여행에서 개안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후배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 교육문제가 화젯거리로 변신하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생인 아이가 컴퓨터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게임을 적당히 하고 공부하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더니 스마트 폰을 사달라고 했다. 스마트폰을 사줬더니 하루 종일 스마트폰 게임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왔고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으니 디지털 세대를 이해해야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후배에게 퇴근하여 집에 가면 무엇을 하냐고 물었다.

‘샤워하고 밥 먹고 TV 보고 인터넷 봅니다.’

‘책은 안보냐?’

‘책도 e-Book으로 보니 종이책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면 내일부터 저녁 식사 후 집사람과 독서하든가 공부할 때는 종이책으로 된 것을 봐라. 아이들은 부모 행동을 따라 하기 나름인데 부모가 책을 본다면 아이들도 따라 할 것이다.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효과 있다. 나름의 자아가 형성되는 중, 고등학생 들은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학교공부에 지쳐 ‘부모 따라 하기’를 배워주기 어려우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어린 시절 책을 보기 시작한다면 중고생이 되어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요즈음 공부가 뒤처지는 아이들은 독해능력이 부족해서이다. 수능 수학문제를 보면 국어시험으로 착각할 정도로 지문이 길다. 문제에 대한 독해가 되지 않아 뜻을 모르니 공식대입도 어렵고 풀지 못한다. 내 작은아이 수능문제 시험지를 잠깐 봤는데 나도 이해하지 못하겠더라. 독서를 많이 한 아이들은 수학, 과학 모든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또한 최근 대입에서 중요시되고 있는 ‘논술’은 독서하지 않고는 배양할 수 없는 능력이다. 나 자신도 공부하고 아이들도 우등생이 되고 과외비도 줄어드니 일석삼조 아닌가.’ 사실 어드바이스 해준 내용은 내 경험담이었고 비교적 아이들 진학문제에서 성공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에 훈수했다.


선친 직업이 언론인, 시인이라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책이 넘쳐났다. 당시 문인들은 돈이 없어 가난했고, 술 생각 간절하면 그나마 생활이 넉넉한 우리 집에 모이셨다. 방문하시는 가난한 문인들 선물이야 본인 책밖에 없으니 서재와 거실에는 선물 받은 책, 선친께서 공부하느라 구입하신 책들로 가득했다. 어릴 적에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 집짓기 놀이를 했고,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당시 TV는 요즈음 냉장고만큼 커다란 시절이라 들고 갈 수 없으니 사방에 널린 책을 훔쳐갔다. 식견 있는 도둑이라면 고서를 가져갔을 텐데 도둑놈은 장정이 화려하고 두터운 백과사전과 전집류를 훔쳐간 것으로 기억된다. 그날 도둑이 낑낑대며 훔쳐간 책들로 공부했을 리는 만무하고 헌책방에 팔았다면 길거리 막노동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며 푸념했을지도 모른다.

책 많은 환경에서 자라 책을 많이 읽었고 아이들도 책과 가까이하는 시간이 많았다. 흥인동 사옥시절에는 청계천 중고서적상가가 인근에 있어 아이들 전집류를 80% 할인가격에 살 수 있어 좋았다. 3살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여 초등학교 저 학년 때 고등학생들이 읽는 문학전집을 독파했던 큰아이는 과외공부 없이 명문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요즈음 입사하는 신입직원들은 스펙이 좋다. 수도권대학이나 지방대학 출신이나 토익 900점, 어학연수, 국가기술자격은 기본이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대졸직원이 많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고졸학력 직원이 드물다. 고졸 수준 지원자 학력도 대부분 대졸이다. 입사시험에 합격한 동기들은 똑같은 스타트라인에 서있지만 이후부터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입사 후 책을 보는 분량과 비례한다. 꾸준히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식견들을 보고서에 담아내고 실천하게 되는 부류와 입사할 때 보유한 스펙으로 30년을 버티려는 부류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 자신도 입사 후 책으로 인해 많은 지식을 얻었다. 신입사원시절은 자료실에서만 생활했다. 회사 자료실에 쌓여 있는 발전설비 O&M Manual을 6개월간 통독했다. 방안 가득한 책들을 통독 후 처음 봤던 설비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기계, 전기, 계측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얻었고 지금의 나를 버티고 있는 기본실력이 되었다.

입사 후에 해야 할 공부가 더 많다고 느끼며 독서하는 직원은 성공하는 직장인의 길로 접어든 것이며 물론 공부 잘하는 아이도 얻을 것이고 인생의 험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되어 슬기로운 삶을 살 수도 있다.


요즈음 다시 공부하고 있다. ‘人文學’, 회사업무에 어떻게 접목될지 모르겠지만 기술쟁이의 ‘1 + 1 은 반드시 2’라는 경직된 사고의 틀을 어느 정도 허무는 계기는 될 것 같다. 공부할 범위가 너무 넓어 퇴직할 때까지 접목시키지 못한다 할지라도 후배님들에게 반면교사적 교훈을 남기면 된다. ‘신입사원 때부터 공부해라. 공부를 늦게 시작하면 나처럼 실패한다.’


많이 보고 많이 들으면 사람이 바뀐다. 세계관이 바뀌고 인생관이 달라지면 행복관 역시 성숙되기 마련이다. 이를 중국속담은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여행하라.’고 표현한다. 조선선비 어유봉도 ‘등산을 거니는 것은 독서와 같다.’로 표현했다. 독서는 앉아서의 여행이고 여행은 길에서 하는 독서이니 독서는 지식이고 여행은 사색이다. 독서로 혜안을 얻고 여행에서 개안한다.

-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원철스님著, 불광출판刊)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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