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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 사진 협찬

언밸런스와 미스매치

by 물가에 앉는 마음

같은 동네 주민이고 아이들 나이가 같으며 연배도 비슷한 이웃사촌이 계시다. 20여 년 살다 보니 ‘이웃사촌’에서 ‘이웃’을 빼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집안 사정도 모두 알고 있으며, 솜씨 좋은 안주인께서 동지 팥죽이나 대보름 나물 같은 특별한 음식을 여유 있게 만드시기에 양가 식탁에 오르는 반찬이 같은 날도 많다. 먹을 것이 조금 생겨도 주고받고 가끔씩 부부동반 외식도 한다. 아마도 ‘사촌’보다 ‘형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아내는 안주인과 친구이니 항상 안주인 편이다. ‘바깥주인은 안주인 잘 만나 복을 타고나셨어.’ 부동산중개업 등 돈 되는 사업은 안주인께서 하시고 바깥주인은 사무장, 사진작가, 모교 동창회 총무, 구역예배 모임의 기사... 돈 안 되는 사업을 전담하신다. 오지랖이 넓으셔서 주변에 지인이 많다. 또한 맛집과 동네 정보에 대해 꿰뚫고 계셔서 궁금한 점을 바로 해결해 주실 수 있다.

나는 바깥주인과 친구이니 아내 생각과는 반대다. 돈 되는 사업을 안주인께서 하시고 돈 쓰는 일을 바깥주인이 하신다고 했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깥주인 오지랖이 사업밑천이다. 돈 되는 사업의 밑바탕을 깔아주고 계시니 바깥주인 사업수완이 한수 위다.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인성과 신용 등 소프트파워가 대단하다는 것이며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능력이다.

당신 남편은 좋은 표현으로는 정확하고 규칙적이며 카리스마 넘친다고 하나 솔직한 표현으로는 깐깐하고 까칠하며 인상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다.


방어 철이라며 방어 한 접시 하자고 연락 와서 부지런히 갔다. 횟집에 들어서니 바깥주인만 테이블에 앉아있고 안주인은 횟집 카운터에 앉아 전화 주문을 받고 계시다. 부부는 한때 샐러리맨이었다가 퇴직 후 부동산중개 등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재벌식(?) 경영을 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모르는 사이에 횟집을 인수하셨나 했더니 바쁜 주인을 대신해 카운터를 지키고 계시다.

‘오징어요?’

주방장에게 큰 소리로 ‘오징어 몇 마리 남았어요?’

‘한 마리요,’

‘손님, 오징어는 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진짜 주인이 오자 주인장 역할을 끝내고 손님으로 변신해 우리 자리로 합석했다. 동네 언니 횟집이니 당연하게 돕는 것이라지만 능숙하게 손님을 대하시는 것을 보면 사업수완과 친화력이 대단한 부부다. 방어 철이라 방어회가 기름지고 고소했겠지만 한눈에 봐도 방어회 마블링이 아름답다. 잠시라도 주인역할을 하셨으니 당연히 맛있는 부위가 나왔을 것이다.


방어회를 맛있게 먹고 자제분이 운영하는 카페에 들렀더니 유독 눈에 띄는 장식품이 있다. 유화 같았으나 바깥주인이 직접 찍은 사진이란다. 문외한이 봐도 앵글과 구도, 화질이 보통이상이다. 사진저작권에 대한 문의도 들어온다고 하니 아마추어 경지를 넘어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브런치에 끄적거린 내용만 올리기 밋밋하여 사진을 한 장씩 곁들이다 보니 산책하며 찍은 꽃 사진이 식상해질 즈음이었다. 아름다운 꽃을 찍었으나 사진 수준이 너무 떨어져 꽃에 대한 무례이기도 하다. 산책길에 단지 핸드폰 카메라를 눌러댄 것에 지나지 않아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도 민망하다.

바깥주인께 협찬요청을 했더니 흔쾌히 수락하셨다. 며칠 후 아름다운 사진 수십 장이 도착했다. 매주 일요일에는 새 글을 올리고 평일과 토요일에는 지난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 글에 곁들이기에는 아까운 사진들이라 일요일에 올리는 새 글에만 사용하려 한다. 많이 압축해서 선명도는 떨어지나 이전 사진들과 질적으로 차이나는 사진은 협찬받은 사진으로 생각하시면 된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분 중에 ‘4진 에세이스트’이신 ‘마음씀’님이 계시다. 사진작가이면서 글을 잘 쓰신다. 내가 끄적거린 것은 중언부언해서 늘어지는데 반해 ‘마음씀’님은 짧게 전달을 잘하셔서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4진 에세이스트’ 답게 사진은 더욱 압권이다. 한눈에 봐도 전문가 손길이 느껴진다. 사진마다 의미를 담고 있으며 글의 전달력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은 공평하지 않아 ‘마음씀’님에게 두 가지 재주를 모두 주신 듯하다.


내가 끄적거린 내용과 사진 수준은 언밸런스이며 사진의 의미와도 미스 매치된다. 금주부터 새 글이 올라오면 사진만 보셔도 된다. 협찬 사진, 언밸런스와 미스매치는 ‘내 브런치’가 좋아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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