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 인문학 공부법(1), (안상현著, 북포스刊)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도록 돕는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1만 시간의 법칙’은 하루 3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며 쉼 없는 노력을 하면 해당분야 전문가가 되거나 정상에 오른다는 것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목표를 정하고 지독하게 몰두하고 버티는 데 사용하면 바보도 전문가반열에 오를 수 있단다. 바보, 전문가……. 그래서 시작한 것이 책 읽기이다.

목표가 1000권 책 읽기이나 가는 길이 험난하다. 사실 읽다 보니 1000권 책 읽기는 쉬운 목표가 아니었고 요즈음 현안업무를 해결하느라 책 읽기도 주춤거리고 있다. 내 책 읽기는 공자를 읽다가 노자이야기가 나오면 노자를 읽고 철학이 언급되면 철학으로 갔다가 리더십이란 단어가 눈에 뜨이면 이순신을 읽는 좌충우돌이고 체계 없는 비정형적 마구잡이 독서방식이다. 글쓰기 연습도 하고 기술에 인문학을 접목해보기 위해 시작한 공부는 아직 반의반도 하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1000권 정도 읽은 후에 방향성이라도 잡는다면 다행이라 생각하나 퇴직 전 1000권을 읽는 것은 어려워졌다.


얼마 전 소개드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씨는 대학시절 하루 한 권 책을 읽었다고 한다. 1년 365권, 4년이면 1460권이다. 본 책의 저자 안상현 씨는 40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도대체 책을 4천 권 읽은 이 양반 직업은 무엇일까?)

우리 회사에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기술개발실 이 차장으로 1년 구독량이 70권 정도 되며, 다음은 안전팀 박 차장이 5~60권으로 한주에 한 권씩 읽는 것이다. 1주에 한 권씩 읽는다면 1년 52권, 19년간 읽어야 1000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 두 명의 젊은 차장들에게 빨리 1000권을 읽어 내가 하지 못한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하는 숙제를 슬쩍 넘겼으면 좋겠다.

각설하고 저자 序文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을 울리는 내용이 아니라 요즈음 책을 읽는 내 마음과 같이 답답함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공부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읽고 있는 자신을 보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인문학 분야에서 만큼은 ‘닥치는 대로’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공부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어디서부터 할지 모르겠고 애써 책을 골라 시작하고서는 어렵고 힘들어서 몇 페이지 못 나간다. 자기 계발과 달리 인문학은 내용을 금방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은 기술보다는 정신에 가깝고 그만큼 복잡하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시도와 실패가 반복된다.

모든 길이 그렇듯이 처음 시작이 어렵다. 첫출발이라도 잘하면 좋을 텐데 출발부터 삐걱댄다. 게다가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 책은 내가 공부하면서 겪었던 좌충우돌의 산물이다. 무식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닥치는 대로 읽다 보니 공부를 해도 뭘 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길 찾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직장생활에 갑갑함을 느껴 인문학에서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하는 것이 해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공부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눈뜨게 한다. 자기 삶을 전체적으로 내부적으로 들여다보게 해 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인가?’ ‘가치 있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 등의 질문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그에 맞는 책들을 찾게 된다.

知的 호기심에서 인문학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때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다. ‘나는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나는 어떤 분야의 어떤 지식을 좋아하는가?’ 질문을 이어가면 더욱 구체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먼저 거쳐야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고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


‘인문학이 희망’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게 된 동기는 ‘스티브 잡스’다. 애플이라는 퍼스널 컴퓨터, 아이 패드 같은 태블릿 PC를 유행시킨 그는 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세상은 그가 만든 문화혁명 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스티브 잡스가 전문경영서적을 읽고 경영에 통달하거나 자기 계발서를 읽고 스스로 훈련을 했을까? 스티브 잡스는 전문경영서적과 자기 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았지만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경이로움의 주인공이 되었다. 컴퓨터를 만들면서도 그것을 기계라 생각하지 않고 예술품을 만든다고 생각했고 인문학적 요소를 접목했다. 디자인도 예술적인 느낌이 들도록 하여 제품이 아닌 작품이 되도록 했는데 그래야만 세계를 놀래게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논리가 아닌 ‘예뻐서, 좋아서, 광고가 마음에 들어서...’ 감성적 이유로 제품을 선택하며 가격이 비싸도 개의치 않는 시대가 되었고 남들과 다른, 남들과 차별되는 나만의 제품을 갖고 싶어 한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흐름에 맞게 일을 한 것이다.

‘인문학적 요소를 접목하여 제품이 아닌 작품이 되도록 하는 것’

하지만 인문학은 일을 잘하는 방법이나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삶의 여러 측면을 보여주고 사람의 본성을 들여다 분수 있는 눈을 키워주며 다른 관점에서 그것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고 기존의 것을 다른 분야의 것과 연결해 주기도 하며 삶의 문제에 대한 또 다른 통찰을 보여준다.


답을 알려주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문학이라 어렵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질문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며 이런 면에서 인문학이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질문의 학문이다. 질문을 잘 던지면 답도 빨리 찾을 수 있지만 질문조차 찾지 못한다면 고생을 해야 한다.

내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인문학 공부는 질문을 찾아내고 답하고 다시 새롭게 구체적인 질문을 찾아내고 답을 구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가 읽고 있는 인문학 서적의 저자도 대부분 자신이 궁금해하는 지점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평생 그 질문의 답을 찾아 헤맨 결과를 책으로 만든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당장 밥이 나오고 돈이 나오지 않기에 인문학이 경시되었는데 인문학은 돈이나 밥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남겨준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기 성찰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게 해 주며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도록 돕는다. 이것이 인문학의 가치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새로운 삶을 위한 문장을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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