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역사, 문학은 본질을 알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상하게 인문학 책은 읽기가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유달리 어려운 책들이 있고 주제를 다룬 책들이 그러한데 원하는 내용의 책이 아닌 경우에는 몇 장을 넘기기 어렵다. 하지만 인문학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어려움이라면 독서 체력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산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체력, 끈기, 목표의식이듯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이 세 가지가 중요하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여 놓을 수 있는 시간은 체력과 관련되어 있다. 자기 계발서는 한쪽에 1분 정도면 소화가 가능한데 인문학 책은 3분이 넘게 걸리고 자기 계발서는 5분 정도면 필요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인문학 책은 최소 20분을 읽어야 한다.
책 읽기가 지루해져서 쉬고 싶은 때 필요한 것이 끈기이다. 체력이 약해도 끈기가 있다면 조금 더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웬만한 끈기로는 쉽지 않은 것이 인문학 책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목표의식이다. 내가 왜 공부하는 것인지 이 분야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면 목표의식도 강해진다. 목표의식이 강하다면 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으며 필요한 것을 얻으면 공부에 재미가 붙게 된다.
체력, 끈기, 목표의식이 기본요소라면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열정이다. 획기적인 공부법은 없다. 열정을 주기적으로 되살려주는 것이 현재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욕망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방향과 필요한 내용, 좋아하는 분야를 잘 살펴봐야 한다. 공부할 방향이 정해졌다면 이를 실천할 계획 즉, 하루 100쪽을 읽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공부가 일상이 되고 삶이 된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문제 중 하나는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 책들은 이렇게 하라는 방법을 알려주므로 그대로 따라 하면 되나 인문학은 행동지침을 알려주지 않는다. 구체적인 지침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은 답답하고 인문학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지식을 쌓는 것이고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질문을 찾아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책을 읽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훈련하는 과정이 되려면 읽으면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질문을 던지는데 익숙하지 못한데 지식의 깊이와 양에 눌려 이해하기에 급급해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신감이다.
고대 철학자들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 질문은 세상의 본질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철학자들이 찾아낸 답은 물이기도 했고, 불이기도 했으며 정신이기도 했다. 철학 공부를 하다 보면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별로 중요한 질문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당시 철학자들에게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우리 또한 ‘세상을 이루는 본질은 무엇일까?’ ‘이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등이 궁금해지지 않을까?
공부에 왕도가 없는데도 우리는 왕도를 고민한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의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볼 것이냐 아니면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두 방법 모두 옳고 필요하다. 다양하게 공부하면 지식을 서로 연결하는 힘이 생긴다. 하나만 공부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져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해진다. 반면 한 가지만 공부하는 것의 장점은 제대로 공부해서 그 분야를 관통하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제대로 알면 다른 것들을 공부하기 쉬워진다. 각자가 처한 환경과 목적에 맞게 여러 분야를 돌아다닐 것인가 아니면 한 분야에 집중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인문학 열풍이 부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자기 계발과 경영서적이 갖고 있는 한계성이며 다른 하나는 시대가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통찰을 요구하고 있다. 남다른 통찰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들은 특정분야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세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심에 섰던 사람이 스티브 잡스이다. 스티브 잡스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지 않았고 선불교와 영성에 대해 집중했다. 그는 책을 읽고 명상을 했는데 그만큼 깨달음을 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의 엔지니어 정신에 선불교에서 얻은 인문학적 감수성과 통찰이 제품에 반영된 것인데 그런 면에서 스티브 잡스에게 인문학이란 세상을 바꿀 힘을 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관심하세 대했던 철학과 미학, 소설 등이 실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일을 하던 공부를 하던 여행을 하든 중요한 것은 본질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아쉽게도 본질은 늘 가려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기에 본질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본질을 찾아내면 일을 잘 풀어낼 수 있고 공부의 원리도 알 수 있고 여행을 해도 남과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다. 인문학이 강조되는 이유는 본질을 찾아내는 힘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현상과 본질은 근본은 같으나 다르다. 현상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현상 뒤에 숨어 있다. 본질은 사물이나 사건, 현상의 변하지 않는 본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가끔 느낌으로 본질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직관력과 통찰력 때문이다. 어떻게 본질을 찾아낼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다. 바로 현상을 잘 살펴보는 것이다. 현상들의 공통점, 숨겨진 특성 속에 본질이 있다.
회사 매출이 저조한 것은 현상이고 조직 간 갈등이 있어도 이는 현상이다. 부서 간 갈등을 개인적 성격으로 팀장의 이기심 문제로 치부하기 십상인데 본질을 들여다보면 부서 간 경쟁으로 협조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본질일 수 있다.
철학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근본원인은 무엇인지 알게 해 주며, 역사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게 해 준다. 문학은 다양한 개성의 주인공을 보여주고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히게 해 준다. 철학, 역사, 문학은 본질을 알게 해주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