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 떠난 친구에게

이제 편히 쉬고 다음에 보자.고생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떠난 친구에게


‘딩동’ 소리와 함께 표시된 訃告 첫 줄

모친 訃音을 잘못 알린 줄 알았다.

자식, 당황했구나.


네 아들이 보낸 訃告

두세 번 읽으면서도 부정했다.

아니야, 잘못 보낸 거야.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허둥댔지만 머플러까지 챙긴 내 모습

영정 속 너의 옅은 미소처럼 어색하구나.


따져보니 50년 가깝게 흐른 세월

무심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덧없는 시간.


독수리 5형제 같던 친구들

부러진 날개, 아니면 꺾어진 다리

한동안 날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힘들게 버둥대겠지.


마음고생 하면서도

한마디 내색 없이 묵묵하던 너

그 모습 안타깝게 쳐다보던 우리


그중에서도 단짝이었던,

네 마음을 가장 잘 이해했던

李 牧師가 제일 애달파하더라.


희미하게 밝힌 弔燈

올봄 약속한 모임이 당겨졌구나.

변함없이 싱긋 웃으며 우릴 반기지만

오늘따라 어색한 옅은 미소

그리고 짙은 향내


떠날 시간 다가오니

弔燈도 빛을 다했다.

한잔해라.

이제 편히 쉬고 다음에 보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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