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잘못 떨어지면 죄를 지은 囚人이 되는 것
R&D를 담당하고 있을 때는 무한동력 또는 동력증폭이라는 사업 건을 갖고 오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위배하는 새로운 학설(?)에 대해 강의를 들어야 했다. 이 사람들의 학설을 비약하면 석유 한 방울로 발전소를 끊임없이 돌릴 수 있어야 한다. 하품 나는 강의 덕분에 메모지에는 낙서가 그득하고 덕분에 만화 그리는 솜씨도 꽤나 늘었다. 이렇게 찾아오는 분들은 사기꾼이라기보다는 학자에 가까울 수 있다.
사업부서를 담당하다 보니 국내, 외 건설 사업을 하자고 불나방처럼 사기꾼들이 꼬인다. 우리 회사는 정비전문회사이니 건설경험은 많지 않다. 불나방들이 갖고 오는 대부분의 Project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로 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우리 회사에 왜 이런 사람들이 꼬일까? 우리 회사는 이미 3건의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하면서 쓴 실패를 경험했다. 한건의 공사가 마무리되면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고 다시는 유사 공사를 하지 않겠다며 뿔뿔이 흩어진 후 새로운 진용이 갖춰져 새로운 공사를 하고 나면 또다시 징계를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미얀마에 1000억짜리 송전선 건설 사업을 같이 하자는 분이 찾아왔다. 이 분은 수년 전 다른 사업건으로 감사실에 투서를 하는 등 나하고는 이미 사업적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개인 사업을 하는 분이므로 본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투서로 인해 귀찮기는 했지만 법적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 우리 회사 사업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서로 간 오해도 풀려 그리 나쁜 사이는 아니지만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갖고 왔으니 처음부터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상대방은 사업의 구도와 수익성 등을 설명했지만 그것보다 중요하고 원초적인 의문사항은 상대방이 우리 회사를 필요로 하는 사유이다.
Q) 우리 회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당신은 무엇이 이익인가?
A) 회사의 신용도가 좋지 않아 대출금리가 높은데 신용도 높은 한전KPS가 참여하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니 사업수익성이 좋아진다. 또한 공기업이 참여하니 프로젝트의 신뢰성이 높아져 투자자 모집이 수월하다.
Q) 최근 정부의 공기업 해외투자 및 자회사설립에 부정적인 것을 알고 있나?(해외자원개발 관련 비리로 인해 정부는 공기업 해외투자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고 해당 프로젝트가 무사히 마무리되면 일정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반면 유한책임의 SPC를 설립하기 어려운 우리 회사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A) 알고는 있다. 한전도 난색을 표명해서 찾아온 것이다.
다른 사기꾼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수익성 갖고만 이야기를 하고 좀처럼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투자자를 모으기 쉽다고 이야기한 사람은 사기꾼이 아닌 솔직한 기업가에 속한다. 자칭 돈 되는 사업거리를 갖고 온 사람의 대부분은 프로젝트의 장점만을 이야기한다. 개도국 내지 후진국에 대한 해외투자는 보이지 않는 원가부담요소가 있다. 속칭 리베이트라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는데 공기업은 이런 비용을 공식적으로 회계처리할 수 없다. 이런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돈 버는 사업이라면 그 사람은 왜 나에게 사업거리를 갖고 왔을까? 동생이나 처남에게 소개하면 될 텐데...
우리는 물건 살 때 인터넷서핑을 통해 가격정보를 파악한다. 시장에 가서 장 볼 때도 바가지 쓰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 가격을 탐문하듯 따져보고 결정한다. 회사 내 업무도 마찬가지다. 사기꾼 없는 청정구역에서 젠틀한 고객들과 사업할 때는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되지만 뜨내기 민간업자를 만나면 그들이 Best Case를 이야기해도 Worst Case를 상정해서 Risk를 따져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사업부서 직원들에게 ‘한비자’를 한 번씩 읽기를 권한다. 한비자는 인간의 속성을 냉철하고도 직설적인 표현으로 이야기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람이란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친구로 사귀려 하지 않는다.’ ‘본인에게 이익이나 도움이 되는 일만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같이 하자고 찾아온 사업가들이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미혹한 대중을 각성시키기 위해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공자님처럼 따르는 제자들에게 배움을 주기 위해 찾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철저하게 본인 이익을 위해서 찾아온다. 그들은 내가 감당할 Risk를 감추고 내가 취할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위해 찾아온다. 서울에서 본인 경비와 시간을 소비해 가면서 나를 설득시키러 나주까지 내려오는 사람들은 적어도 자선 사업가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정치인은 잘못 떨어지면 죄를 지은 囚人이 되는 것이고 반대쪽으로 떨어지면 정치인이 落傷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詐欺꾼과 事業家도 한 끗발정도 차이가 날 것이다. 인연도, 안면도 없는 사람이 찾아와 사업의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일단 한발 물러나 의심을 갖고 요모조모 따져봐야 한다.
쓸데없이 먹어가는 나이에 비례하여 의심만 늘어간다고 할 수 있으나 사람이나 Project를 ‘韓非子的 視覺’으로 쳐다보는 관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