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제도’에 맞추지 말고 ‘제도’를 ‘백성’에 맞춘 것이다.
‘혁신, 사람이 첫째다.’는 삼성토털 TPM 혁신스토리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선물로 받은 여러 책 중 이 책을 먼저 보기로 한 것은 ‘사람이 첫째다.’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지겹도록 들어온 ‘혁신’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데, 또는 혁신대상인 사람이 ‘혁신’을 외치니 더욱 피곤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삼성토털이 TPM을 도입할 때도 타 회사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도입 초기 ‘회사를 위한 TPM인가’ ‘직원들을 위한 TPM인가’로 갑론을박을 했으나 이제 회사는 ‘생산성, 효율, 품질향상을 위한 TPM’으로 직원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한 TPM’으로 인식한다.
삼성토털이 TPM 도입에 성공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심오한 철학도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면 성공할 수 없듯 인간이 배제된 혁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상성토털이 16년간 TPM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이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혁신을 했기에 가능했으며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의 생각과 행동이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깨달았기 때문이다.
* 삼성토털은 1988년 삼성종합화학으로 출발, 13개 공장이 한자리에 모인 석유화학 콤비나트로 1998 IMF위기 때 1호 빅딜기업으로 선정되어 대규모 구조조정과 5억 불 상당의 핵심자산 매각등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2009년 5천억 흑자, 2012년 매출 7.2조 2500억 흑자를 기록했으며 현재 부채비율 100% 미만의 우량기업이 되었다.
TPM의 1단계는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부터 시작하므로 도입초기 직원들의 반발이 많았음은 물론이다. ‘우리가 왜 설비청소까지 해야 하나? 우리는 운전원이지 청소부가 아니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직원들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회사 내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이 될 때는 의욕이 앞서고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생긴다. TPM도 8가지 핵심활동을 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삼성토털은 현장은 자주보전, 공무팀은 계획보전만 하기로 했다. 삼성토털은 우선 두 가지만 도입을 하고 직원들이 능력 향상되는 것에 맞춰 활동의 범위를 넓혀갔다. 즉, 성공 요인은 제도를 백성에 맞춘 것이다. 또한, 13개의 공장이 산재해 있기에 공장 특성에 맞는 자율적 혁신을 시행하였으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시간 외 근무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반발이 심했으나 자율의 힘은 강했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TPM을 시행했고 동참하지 않는 직원들은 외톨이가 되는 느낌이었다.
TPM활동은 6개월 단위로 진행되었는데 첫 진단 결과 100% 합격이었다. 모두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나 진단의 목적은 직원격려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성과는 경영진과 직원과의 스킨십을 늘었다는 것이다. 청소를 잘하고 정리를 잘한 분임조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경영진의 손길에 직원들은 감격했다. 사람들은 돈이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만 명예나 자존심을 위해 움직인다. 어설픈 당근에는 움직이지 않았을지 모르겠으나 우수부서에 금색, 은색의 리본을 달아주기 시작하자 직원들은 금색리본을 얻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장의 정서이다.
TPM활동이 5년 차에 접어들자 공장이 눈에 띄게 깨끗해져서 공장 구석구석을 눈으로 보는 관리가 가능해졌으며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사고도 현격하게 감소했다. 곧바로 설비점검과 프로세스점검등 후속 스텝에 돌입했다. 운전원의 수준을 엔지니어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교육도 진행되었다. 설비를 알면 운전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을 계속 줘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지만 어느덧 콩나물이 자라듯 직원에 대한 교육도 콩나물시루 식으로 진행되었다. 혁신은 마라톤이기 때문에 반짝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TPM이 나를 위한 공부로 인식한 것이 성공의 주된 요인이다. 도입초반 시간 외 근무 수당 지급, 불평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과 16년간 TPM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인식이었다. 회사에서는 교육도 장려하는 정책을 펴서 기능마스터의 거리를 조성했다. 기능장 자격을 취득할 때마다 팽나무를 심어주고 동판을 설치하여 자긍심을 고양시켜 주었다. 삼성토털은 고작해야 기능장을 취득하면 5만 원을 주고 있으나 많은 회사들이 삼성보다 많은 보상금을 주고 있지만 제도 정착이 되지 않았다.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머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 중 가장 낮은 1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이며 삼성토털의 조치는 4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혁신, 삼성토털이 혁신을 성공한 요인은 무엇인가?
‘백성’을 ‘제도’에 맞추지 말고 ‘제도’를 ‘백성’에 맞춘 것이다. 제도를 백성에 맞추려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