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 새기고 싶은 명문장

새기고 싶은 명문장(박수밀, 송원창著, 웅진지식하우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저자 박수밀씨는 한국 고전문학 전문가이고, 송원창씨는 중국문학 전문가이다. ‘흔들리는 나를 세우는 고전의 단단한 가르침’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본 책은 세월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고 빛을 발하는 고전속의 명문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끝까지 올라간 용은 후회한다.

주역의 乾卦(건괘)에는 네 가지 용이 나온다. 못에 잠겨 있는 潛龍(잠룡)은 작은 못에 잠겨 있으면서 덕을 쌓아가는 단계를 상징한다. 무명의 시기에는 고난을 잘 참으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다음은 덕이 드러난 見龍(현룡)은 세상에 이름이 드러나 명성이 알려지는 단계이다. 언행을 조심하면서 덕을 베풀어야 한다. 다음은 나는 飛龍(비룡)으로 왕위에 올라 천하 사람들로부터 기림을 받는 단계로 인생의 황금기이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올라간 亢龍(항룡)은 명예나 권력이 하늘을 찌를 듯 가장 높이 올라간 단계이다. 공자는 항룡에 대해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여 민심을 잃으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움직이면 후회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교만과 욕심이 하늘을 찌르고 더 이상 꼭대기가 없어 상대방을 존중할 줄 모르는 것이 항룡이다.


촛불로 밤을 밝혀도 어둠은 밝아진다.

도대체 늙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릴 때는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정말로 어른이 되면 얼굴에 화장을 곱게 해서라도 더 어려 보이고 싶어 한다. 마흔이 되고 쉰이 되면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어른이 되고 싶어도 늙은이라고 불리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실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늙는다. 늙으면 힘이 약해지고 주름만 늘어간다. 그래서 늙음을 곧잘 저물어 가는 황혼에 비유한다. 나이를 먹으면 곱던 얼굴에는 주름살이 한둘 생겨나고 검은 머리에는 흰머리가 자꾸 늘어간다. 기억력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 눈은 자꾸 침침해진다. 그래서인지 왠지 자꾸 초라하게 느껴지고 세상에 자신이 없어진다. 노화는 생명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진짜 문제는 얼굴에 주름이 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주름이 지는 것이다. 젊은 시절 배우면 더없이 좋겠지만 늙어 배워도 늦었다고 말하지 말라. 촛불로 밤을 밝혀도 어둠은 밝아지니 끊임없이 비추면 밝음은 계속 이어진다.


아홉 길을 팠는데도 샘이 솟지 않는다고 그만두지 마라

꿈을 성취한 사람들의 재능이란 성실의 다른 이름이다.


그 능력을 헤아려 老鈍(노둔)함으로 공을 이루라.

둔은 둔하다는 뜻이다. 곧 노둔은 재빠르지 못하고 둔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노둔함을 미련하고 어리석다는 뜻으로 쓰지 않았다. 더디더라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을 노둔함이라 생각했다.


단단하다고 말하지 말라. 갈면 뚫어진다.

벼루는 무척 단단하고 아무리 갈아도 닳아 없어지는 것은 먹이다. 그러나 단단한 벼루도 수천, 수만 번을 갈다 보면 언젠가는 뚫린다. 일본의 전설적인 검신 미야모토 무사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승리에 우연은 없다. 천 일 연습하는 것을 鍛(단)이라고 하고, 만 일 연습하는 것을 鍊(련)이라 한다. 이와 같이 단련이 있고나서야 싸움에서 이기기를 기대할 수 있다.’


어린왕자의 생텍쥐베리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거나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그 대신 무한한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가르쳐주라.’ 배우고 싶은 열망을 가르치라는 말이다. 배우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면 하지 말라고 애써 말려도 공부한다.


처음을 삼가야 한다.

초두효과. 누구를 소개할 때 ‘그 사람은 성실하고 똑똑하며 창의력이 있고 고집이 세고 질투심이 많다.’ ‘ 그 사람은 고집이 세고 질투심이 많으며 똑똑하며 창의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르다. 첫 번째 경우는 호의적인 인상을 갖게 되고 후자는 부정적 느낌을 받는다. 사람은 정보를 모두 기억할 수 없기에 간단하게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처음 접했던 이미지와 정보만 기억한다. 이래서 첫 인상이 무섭다. 첫 인상을 갖고 섣불리 내리는 예단을 삼가야 한다.


말이 훌륭해도 행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증자의 제자 중에 ‘공명선’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증자의 밑에서 3년 동안 지내면서 아무 책도 읽지 않았다. 증자가 궁금해서 그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공명선이 대답했다. ‘제가 스승님께서 집에 계시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법을 지켜보았으며, 조정에 나가 처신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어찌 배우지 않으면서 스승님의 문하에 있겠습니까?’ 단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평소 삶과 행동에서 배운 것이다. 참 배움이란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에 있다는 것이다.


지위가 높은 신하는 직접 세세한 일을 하지 않는다.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능력을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 본인의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는 남에게 일 맡기기를 꺼려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짧게 보면 일은 매끄럽게 매듭짓겠지만 장기적으로 아랫사람은 일을 배울 기회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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