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2) (찰스 핸디著, 인플루엔셜刊)
두 번째 편지: 인간의 조건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톨스토이를 읽어야 하는 이유)
변하지 않는 지혜는 위대한 고전과 역사 속에 있다. 톨스토이, 찰스 디킨스, 토머스 하디의 작품들이 오래도록 잘 읽히고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이유는 작품에서 다루어진 주제가 여전히 우리들의 관심사이며 아직도 공감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정치적 격변이 있었지만 인간이 처한 상황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지난 세기까지 포함해 수많은 전쟁은 특정개인의 권력욕과 야망이 주된 원인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이나 히틀러가 주변을 점령하고 통치해야 할 논리적이며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대기업이 규모를 키우며 중소기업을 휩쓸어 버려야 할 경제적인 이유 역시 없다. 기업 성장을 책임진 경영자는 선의라고 생각하겠지만 경영자 개인 야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평생 써도 남을 수백만 달러 연봉을 계속 기대하는 이유는 뭔가 이루어 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니 야망에 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나는 혁신가와 시업가를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궁금해 연구했으나 새로운 것은 없고 단지 상황만 바뀔 뿐이다. 15세기 피렌체의 금융가문 메디치가를 자극한 것은 21세기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이 꿈꾸는 세계최대은행이란 야심과 다르지 않았고, 모두 탐욕을 부리다가 실패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세상이 변하는 동안에도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기술혁명이 들불처럼 일어나도 사람은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 삶의 근원적인 의문은 똑같았다.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 누가 어떤 이득을 얻는가? 그는 나를 사랑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가? 나는 잘못을 용서해야 하는가 아니면 잊어야 하는가? 나는 그보다 더 착한가? 강한가? 가족 사이에도 이런 의문들은 조용히 묻혀있지만 결국에는 곪아 터진다. 공동의 유산을 지닌 가족 사이에도 이런데 생면부지들이 모인 조직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위에 나열된 의문들이 너희 삶에서 불쑥 야기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의문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전부터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제기되었던 것으로 역사와 위대한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찾아 읽고 연구하면 의문에 대한 답을 자신 있게 구할 수 있다. 위대한 소설은 인간에 대한 최고의 길잡이다.
일곱 번째 편지: 정작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다. (키플링의 난제를 해결하는 법)
수많은 시험에서 기대한 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른 부분에서 똑똑하고 영리할 수 있고 어떤 분야에서는 쓸모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모두 학교성적으로 똑똑하다는 걸 입증하기 바라고 지능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경시하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여러 방면에서 영리함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지적했다. 그는 세 가지 유형의 지능이 있다고 했다. 순수한 지식(episteme), 기술적 지식(techne), 실천적 지혜(phronesis)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를 동일할 정도로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는 똑똑하나 학교는 인지적 지능만을 중시한다. 학교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실에서는 인지적 지능만이 아니라 삶에서 마주하는 역경과 기회에 대처하는 실질적인 능력이 더 필요하다. 뛰어난 학업 성적이 사회생활에서 성공을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너희가 어느 분야에서 똑똑하더라도 삶에서 부딪치는 실질적인 문제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삶에서 진정으로 알아야 하는 것은 끝없는 탐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지, 학교에서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낯선 사람과 원만히 지내는 법이나 누구를 신뢰하는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영국작가 Rudyard Kipling을 삶의 안내자로 삼으면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교실 밖 현실에서 까다로운 문제와 부딪쳤을 때 키플링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키플링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한 소녀를 위해 짤막한 시를 썼다.
나에게 여섯 명의 정직한 하인이 있네
(그 하인들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네.)
그들의 이름은 무엇, 왜,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누구라네!
하인들은 너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제기되는 핵심적인 질문에 대답하도록 이끈다. 누군가를 평생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고 하자. 키플링의 질문을 적용할 수 있다. 정말 적합한 사람인가? 삶의 동반자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결심에는 무엇이 수반되어야 하는가? 결혼하기 적합한 때인가? 어디에서 살 계획인가? 답은 너희에게 달렸지만 대다수 연인들은 부부가 되기 전까지 이런 질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학교와 구글은 ‘물의 구성성분은? 말라리아의 원인은? 보루네오에 가는 방법은?’과 같이 닫힌 문제 즉 답이 정해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네가 보루네오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한다.
학교가 변하지 않는 한 집에서 키플링의 작은 조력자들을 키워나가야 하며 가정은 삶에 대해 배우는 실질적인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