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나태주著, 푸른길刊)
누군가 내 남은 인생의 계획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할 수만 있다면 아침에 잠 깨어 이 세상 첫날처럼, 저녁에 잠이 들 때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그렇다. 우리들의 하루하루는 이 세상에서 허락받은 오직 한 날로서의 하루하루다. 그리고 첫날이자 마지막 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로 여행 나온 여행자들이지 않은가!’
잘 사는 인생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이고 성공하는 인생일까? 개인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잘 사는 인생이고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하는 일 가운데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서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단연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비록 잘 사는 일이 지체된다 하더라도 공부하는 것이 좋은 사람은 계속 공부를 해야 하고, 운동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을 계속해야 하고, 물건 만드는 일, 그림 그리는 일, 연극하는 일 등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그 일이 자기의 직업이 될 수 있고 언젠가는 밥벌이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진정한 직업이고 일생을 두고서 이루어야 할 인생의 목표이자 과업이다. 직업을 오직 잘 살기 위한 수단, 밥벌이나 생활의 방편으로만 삼는다면 답답하고 궁색하고 슬픈 일이며 고역이자 감옥살이로 무의미한 인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성공한 인생, 잘 사는 삶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첫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것, 둘째는 그 일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 것, 셋째는 그 일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이 되고 남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 이다.
청소년시절부터 나의 소원은 세 가지였다. 첫째는 시인이 되는 것 이었고 둘째는 예쁜 여자에게 장가가는 것이었고 셋째는 공주에서 집을 사서 사는것이었다. 오늘에 이르러 나는 그 세 가지를 다 이루었다고 말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특히 첫 번째 소원인 시인이 되는 꿈은 정말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었고 시인으로 사는 삶은 정말로 내가 살아보고 싶은 꿈이었다. 몇 십 년 동안 시를 써서 나를 알 만한 사람들은 나를 시인으로 불러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이것은 최상의 명예요 성취요 기븜인 것이다.
참 좋은 때
주례를 맡았을 때 내가 신랑 신부에게 자주 당부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좋은 때가 좋은 때임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이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다.’란 말이다.
우리는 자칫 어리석기도 해서 자기가 분명히 좋은 때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가 좋은 때임을 알지 못하는 수가 있다. 자각이 없고 깨달음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졸아보고 자신의 실체를 발견해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때를 살고 있는가? 나의 모습은 과연 어떤가? 마음이 맑은 사람이라면 자신한테서 많은 좋은 점들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면서 환희를 갖게 될 것이며 진실로 자기가 좋은 때를 살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기는 결혼식장의 젊은이들만 좋은 때를 사는 것은 아니다. 나이 먹은 삶도 충분히 좋은 때를 살고 있다고 믿으면 좋은 때가 된다. 문제는 생각의 차이다. 자기가 좋은 때를 산다고 생각하면 좋은 때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나 자신 나이를 꽤나 먹은 사람이긴 하지만 나는 지금도 내 자신이참 좋은 때를 산다고 생각한다. 어찌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 하루하루 한 시간인들 참 좋은 때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행복
행복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한 목소리로 리치(rich)라고 말할 때가 있었다. 한참 뒤에 두리번거리면서 케어(care)라고 말했다가 다시 조금 뒤에는 조그만 소리로 웰빙(well-being)이라고 말하다가 이제는 한숨을 쉬면서 힐링(healing)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만 ‘살아 있음이 행복’이라고 말을 한다.
수필님에게
수필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적막하고 삭막한 인생이겠는가! 그것은 팍팍한 사막길이고 어두운 밤길이다. 수필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의 참다운 반려, 정답고 편안하고 진정 마음을 줄 수 있는 동행자, 수필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 쓰기는 될수록 나이든 사람이 많이 쓰되 읽기는 될수록 나이어린 사람이 많이 읽는 것이 좋겠다. 수필 님,우리가 인생을 갈면서 당신한테 신세진 일이 참 많습니다. 앞으로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그곳에서 함께 평안하시기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