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엘 병’이라 하며 원인균은 ‘헬페스바이러스’
갑자기 왼쪽 귀가 먹먹해서, 아니 자세하게 표현하면 귀에 솜을 틀어막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귓구멍이 막힌 듯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휴대폰을 귀에다 대도 멀리서 이야기하거나 앵앵거리는 듯한 소리로 들려 고막이 뚫렸거니 생각하고 진찰 받아보니 급성, 바이러스성 난청이란다. 실제로 난청검사를 해보니 한쪽 귀의 듣기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 曰 ‘조치가 늦거나 나이가 들면 완치율이 떨어지는데 선생님은 50대 중반이니 완치율은 40%입니다. 오늘부터 당장 약을 드셔야 하고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종합병원에 가셔도 되지만 처방은 같습니다.’ 의사 권고는 확신에 찾고 야속하게 들렸지만 당당한 목소리가 신뢰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Q) 원인은 무엇입니까?
A) 피로가 누적되고 면역력이 저하되면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급성으로 올 수 있습니다.
Q) 안정을 해야 한다 하셨는데, 제가 새벽에 출근하는데요?
A) 안됩니다. 늦게 출근하세요. 일찍 출근해서 운동합니까? 운동도 하지 마시고 스트레칭 정도만 하세요.
Q) 저녁 술자리가 많은 편인데 술은...?
A) 물론 술은 절대로 안 됩니다. 약에 신경안정제가 포함되어 있으니 퇴근도 빨리 하셔야 하고 일찍 주무셔야 합니다.
Q) 또 다른 주의 사항은 없는지요?
A) 일주일 후에 경과를 보고 필요시 귀에 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사를 맞자고 하면 무서워서 그러는지 80%의 환자는 주사를 맞지 않습니다. 주사를 맞으면 어지럼증이 수반됩니다.
40%, 80%의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급성, 바이러스성 난청이란 것이 보편화된 병임에 틀림없으나 나 자신에게는 생소한 병이었다. 안전재난팀에 근무할 때 소음성난청에 대해서는 공부를 했으나 폭넓게 공부 하지 않은 탓에 바이러스성 난청이란 것은 나에게 희귀하고도 생소한 병이었다. 최소 15일간 금욕해야 한다는 의사 권고에 한편으로 답답하기는 하지만 원인을 알았고 40% 완치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마음은 편해졌다. 한편으로 소음성난청을 앓고 있는 직원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네들 고통이 이해된다. 이런 것이 易地思之 아닐까?
의사 진단에 의하면 40% 완치확률 이라니 불치가능성이 높지만,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바이러스성 난청이 고약하게도 나의 두 가지 쾌락인 일찍 출근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책 보기와 저녁 퇴근 후 친지들과 한담 나누며 술잔 부딪는 쾌락을 앗아갔지만 이제는 병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다. 보름간 금욕시간을 가지라 했으니 원 없이 빈둥대보고 즐겨보기로 했다. 회사도 새벽같이 나오지 않고 아이들 출근도 시켜주고, 저녁 술자리는 병이 있다는 확실한 핑계가 있으니 퇴근시간이 되면 무조건 집으로 직행하여 집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다. 집사람이 거추장스럽게 생각할지라도
만약 불치병으로 남아 난청이 된다면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난청이 되었으면 하고 기도했다. 기쁘고 좋은 소식이 드문 세상, 한쪽 귀에 트러블이 있으니 나쁜 소식은 듣지 않고 좋은 소식만, 반만 들을 수 있어 행복해졌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할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치료 일주일차로 처방약 중 신경안정제 덕분인지 마음은 평안하다.
인터넷 검색 결과 이와 같은 증상을 ‘메니엘 병’이라 하며 원인균은 ‘헬페스바이러스’이다. 헬페스의 어원은 라틴어로 숨어서 기어 다닌다는 뜻으로 수두바이러스와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감기 등의 질병과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면 바이러스가 활동하여 대상포진, 단순포진 등을 일으키며 일본연구진에 의하면 일본인 90% 이상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주일에서 길면 삼 주간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혹시 비슷한 증상이 있다면 바로 병원으로 가시기 바란다.
PS: 보름경과,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귀족병, 희귀병(?)에 걸려 일찍 출근해서 책을 보는 쾌락과 친지들과 퇴근 후 정다운 술자리의 쾌락이 없어졌지만 오랜만에 집사람이 해주는 아침도 먹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푹 쉬었더니 차도가 있다. 아직 耳鳴(이명: 에코 또는 하울링 같은) 현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은 시간이 고쳐줄 거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