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답게 살아야

‘직책과 직분에 맞게, 답게’

by 물가에 앉는 마음

새해 본사 처장 신년 하례식 때 사장님 말씀이다. ‘모두 50 넘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知天命(지천명) 답게 살아야 한다.’ 처장 권위를 살리고 품위를 유지하라는 말씀은 아니고, 막말로 하자면 나이 값을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리지만 그것도 더더욱 아니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직장 생활할 수 있도록 ‘처장답게’ 살기를 당부하는 말씀이다.


회사 출근하면 행복해야 한다는 사장님 지론을 이야기하신 것으로 안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은 직원들에게 차도 한잔 타주고 먼저 커다란 목소리로 출근인사도 하는 등 따뜻하게 살아야 한다. 밖으로는 회사 관련사항도 살펴봐야 한다. 신정부 공기업 혁신에서 우리 회사가 빗겨가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회사는 부채 없는 알짜 기업이며 방만경영 기업으로 지목되지 않았으나 정부 조치는 일률적이고도 획일적으로 취해질 것이다.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현상파악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결국 ‘답게 살아야’한다는 말씀은 회사생활 30여 년 경력의 처장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사실 ‘답게 살아야’ 하는 부분은 사회 도처에 적용된다. 대통령답지 못할 경우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부모답지 못하면 가정 행복이 절단 난다. 작년 국회의원들과 교육받은 적이 있다. 그분들은 예리했고 관련 지식이 충분해 ‘국회의원답게’ 사시고 계셨는데 왜 9시 뉴스에서 보이는 국회의사당 내 풍경은 멱살잡이에, 최루탄에...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 사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이민 가고 싶고 국회의원 정족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얼마 전 철도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주역은 국회의원들이었다. 파업동력이 떨어져 제 풀에 지쳐 백기를 들것인데 무엇하러 여, 야, 노가 합의를 이끌어 냈냐는 비판도 있지만 일단 지루하고 심기 불편했던 국민들에게 정치서비스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오랜만에 ‘국회의원답게’ 일했다는데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실 듯하다. 맞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인데 ‘정치가답게’ 일하니 국민들이 손뼉 치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도 직급에 맞게 일해야 함은 물론이다. 소장이 매 정비업무마다 관여하면 시어머니, 좁쌀영감이란 소리를 듣는데 소장만 욕할 일은 아니다. 작업 전/중/후 직원들과 팀장들이 해야 할 일을 똑바로 했다면 잔소리 할 일이 없는데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으니 좁쌀영감같이 안전벨트를 착용해라, 작업장 정리해라 하고 잔소리하는 것이다. 직원들과 팀장들이 올바로 ‘답게’ 일했는데도 소장 잔소리가 심하다면 공개청문회라도 해야 한다. 정치인은 정치로, 학자는 연구로, 기업인은 사업으로, 학생은 공부로 각자가 맡은 직분에 맞게 승부를 걸고 ‘답게’ 일한다면 아무 잡음도 없다.

후배님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직원은 차장같이, 차장은 팀장같이 생각하고 업무해야 한다. 본사는 사업소를 움직이게 하는 정책과 규정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넓게 보고 생각해서 초안이 만들어지면 사업소 입장에서 업무를 해보고 불편함이 있다면 개선이 아니고 개악이니 다시 만들어야 한다.’라고 한다. 이것도 결국에는 본사는 본사답게 일해야 하고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周易(주역)에 思不出其位(사불출기위)라는 말이 있다. 思不出其位란 자기 직분을 떠나서는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옛 어른들은 자기가 어떤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기가 알고 있었던 그 어떤 것들을 언급하지 않고 함구했다고 한다. 또한, 공자는 신하가 직책과 직무를 벗어나 군주의 직책과 직무를 침범하고 자식이 본분을 벗어나 부모의 영역을 침범하는 시대를 亂世라고 경고했다. 각자의 직책과 직분의 붕괴가 곧 혼란이므로, ‘직책과 직분에 맞게, 답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기 분수를 지키고 직분에 맞춰 ‘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몇이 될까 생각 해본다. 일류회사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소속원들이 일류적인 생각과 언행을 할 때 일류회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나부터 잘하고 솔선수범하여 ‘답게’ 살아간다면 일류가정, 일류회사, 일류국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몇 자 끄적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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