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겨 가며 먹는 술은 그리 달달하지 않다.
에너지 CEO과정은 에너지 관련 산업계와 국회, 정부의 관련자들이 모여 에너지업계 발전을 도모해 보자고 올해 처음 개설한 교육과정으로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교육을 받는다. 수업은 1교시가 에너지 관련 거시적/미시적 환경 및 전망, 석식 후 2교시는 교양특강으로 구성되어 총 20회 차 교육을 받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교육생들은 저만 빼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들로 구성되어 있어 銜字(함자) 하나하나를 擧名(거명)하기에는 紙面(지면)이 좁아 보인다.
1회 차, 2회 차 수업이 이어지면서 3교시수업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학생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이 당연한데 흰머리 성성한 교육생들이 3교시를 하자고 요청하니 학교 측에서 기특하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시간내기 어려운 분들인데 3시간만 공부하고 간다는 것이 아까워 3교시 필요성을 언급했을 것이나. 3교시를 하자고 주장한 것은 2교시룰 휴강하고 1교시 후 바로 술집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는데 서울대는 그리 녹녹하지 않았다. 정규수업은 9시 20분에 수업이 마치는데 딸랑 20분을 당겨서 그것도 식사시간을 단축하여 3교시를 하자는 데에 驚愕(경악)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기면 3교시 시작은 9시 30분, 한잔 먹으면 10시 30분, 또 한잔에 11시 30분, 아쉬운 마지막 잔을 들면 12시니까 시간에 쫓겨 가며 먹는 술은 그리 달달하지 않기에 조금 빨리 달려야 한다.
처음부터 3교시를 질펀하게 만들고 속도를 빨리하여 달린 것은 劣班(열반)인 D조였다. C, D조가 합동 3교시를 하면서 빨리 달린 덕분에 조별 자치회비 2백만 원을 초과해서 먹었고 A, B조의 3교시도 뒤따라 질펀해졌다는 후문이다. 사실 C조가 劣班으로 속하게 된 것은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는데 D조와의 회식 한 번으로 영원히 劣班에 속하게 되었으니 옛 어른들의 까마귀 노는데 백로는 가지 말라는 말씀을 C조 학우들은 조금 더 유심히 들었어야 했다.
놀기 좋아하는 D조가 또 사고를 쳤다. 수업 없는 토요일에 골프, 발전소견학, 등산, 회식을 한 번에 하기로 결정했는데 덩달아 劣班이 된 C조가 참여했고 優班(우반)인 A, B조에서도 참여해서 판이 커지게 되었다. 교수님들도 모두 참석을 하시고 4가지 행사를 하루에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놀기 좋아하는 D조가 주관했기에 가능했다.
헬리콥터가 삼성동 아이파크에 충돌할 정도로 안개 낀 날 라운딩이 순조롭지 않았을 텐데도 팔당댐견학은 정시에 시작되었다. 낙차와 수량은?... 수차가 고장 나면 어떻게 정비하지요? 수차 직경은? 劣班 학우들인데도 질문하시는 것은 날카롭기가 전문가 뺨친다.
팔당댐 견학이 끝나자 산행장소인 운길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입구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에게 물어봤다. ‘얼마나 걸리지요?’ ‘금방이면 됩니다. 30분 정도?’ 잠시 후 또 물어봤다. ‘얼마나 걸리지요?’ ‘거리가 800미터인데 1시간 안 걸립니다.’ 海拔(해발) 610미터인 산에 차를 타고 중턱까지 올라왔고 정상까지의 거리가 800미터인데도 傾斜度(경사도)가 50도는 되는 듯하다. 헉헉대며 꼴등으로 도착한 정상까지의 소요시간은 50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아줌씨들 나중에 걸리기만 하면 국물도 없다며 씩씩대며 올랐는데 그래도 정상에 오르니 기분이 좋다. 맑은 공기를 언제 마음껏 마셔봤던가?
자리를 옮겨 강남의 소백산, 산을 싫어하고 낚시 좋아하는 내가 예약했다면 소양강으로 하지 소백산으로 예약을 하지 않을 텐데... 참고로 ‘소백산’은 음식점입니다. 주임교수님도 합류하셨고 차량 여러 대로 이동하고 러시아워를 뚫고 오셨는데도 모두들 정확히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신 것을 보면 아마도 경륜에 의한 시간맞춤이 아니었나 싶다.
과정수료의 生死與奪權(생사여탈권)을 쥐고 계신 주임교수님께서 오셨으니 잠시 수업 관련 이야기가 오고 갔다. 저희가 수료할 수 있을까요??? 노련한 주임교수님이 학우들 질문에 답해 주실 리 없고 설사 수료시키지 않겠다고 하셔도 술맛 나지 않을 劣班 학우들이 아니지 않은가. 사전 운동도 했겠다 오랜만에 넉넉한 회식시간이 주어 졌으니 먹성 좋은 학우들은 그날 음식점의 고기와 소주, 맥주를 절판시켰다. 육회, 육사시미, 등심, 갈빗살, 모둠... 아마 그날 영주에서 올라온다는 韓牛도 씨가 말랐을 듯하다. 3교시 후 같은 동네 사시는 학우의 차에 동승하면 되니 제 차를 놓고 가려고 음식점 사장님께 물었다. ‘차를 놓고 가려는데....?’ 사장님이 흔쾌히 내일은 영업을 안 하니 놓고 가셔도 된다는 것을 보면 분명 이틀 치 고기와 소주를 다 먹은 듯하다.
2013.11.16일 3교시에 오갔던 이야기들은 분명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부흥에 보탬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아니 최소한 부흥이 되지 않더라도 한우 키우고 소주 생산하는 것에도 에너지를 써야 하니 보탬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