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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가끔은 옛것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 살아가는 냄새

by 물가에 앉는 마음

저는 脂肪質(지방질)이지만 집사람은 가냘픕니다. 지방근무 할 때 혼자 힘들게 시장을 봐왔던 집사람에게 미안함이 있어서 집사람과 자주 시장 보러 갑니다. 소래포구 등 재래시장은 사람 살아가는 냄새를 진하게 느낄 수 있어 재미와 구경삼아 가는 것이고 공산품을 사려면 아무래도 현대식 마트에 가야 합니다. 미국의 월마트나 K마트같이 산더미만큼 쌓아 놓은 상품 중에 口味(구미)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 중 가장 고르기 어려운 상품은 아이들이 먹는 과자입니다. 과자 이름도 외국식이고 종류도 많아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머리가 혼란스러울 정도입니다. 결국 집어드는 것은 맛동산, 새우깡 등 시판된 지 20년도 넘었을 옛날 과자들입니다.


옥수수 튀긴 강냉이의 구수한 맛과 팝콘의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

기정 증편의 무미와 풍부를 지나 넘치는 맛의 티라미수

평양냉면의 은근한 맛과 스파게티의 느끼한 크림맛 또는 튀는 맛

가끔은 옛 맛이 좋을 수도 있는데 항상 옛 맛을 좋아하는 저하고 항상 요즘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좀처럼 양보하지 않습니다. 저하고 아이들이 折衝點(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본사로 轉勤(전근) 온 것은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인 88년 8월 1일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주변이 개발되지 않아 삼성동 본사에서 내려다보면 한강의 아름다운 굴곡과 장구통을 形象化(형상화) 했다는 올림픽 주 경기장이 환히 보이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본사는 소위 대감님이나 선생님(대감과 선생님은 진급이 늦은 고참 직원들에 대한 은어입니다.)들이 업무 할 때라 저 같은 입사 4년 차 新參職員(신참직원)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잔일을 담당할 시기였습니다. 참고로 올해 9월 퇴직하신 국 처장님이 직원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컴퓨터도 본사에 2대밖에 없었고 볼펜으로 기안해야 했으며 각종 양식은 복사가 아닌 謄寫(등사) 해야 했습니다. 요즘 분들은 등사기를 구경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기름종이에 원판을 그리고 검은 기름잉크로 한 장씩 인쇄하는 전근대적 인쇄방법입니다. 지금은 박물관에 가야 등사기를 볼 수 있습니다.

외국과 업무 연락은 텔렉스로 해야 했으며 인터넷이란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입니다. 물론 전화는 있었지만 본사 막내인 저는 감히 대감님이나 선생님들에게 전화하지 못하고 관련부서에 찾아가 업무협의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여러 계층의 선, 후배님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도 본사 근무할 때 對面(대면) 협의를 많이 한 이유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통신기술 발달로 전담반도 모이지 않고 인터넷으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타 부서와 관련되는 일이 있으면 메일이나 메신저 또는 전화로 해결을 하고 있어 같은 본사직원끼리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간부직원으로 새 출발 하게 된 신임차장님들과 저녁식사하며 이야기했습니다. ‘회사 일을 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더라. 일이 잘 되게 하는 것도 인간관계이며 안 되게 만드는 것도 인간관계가 한몫하며 안 되는 일도 되게 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다. 처음 업무협의를 할 때는 귀찮더라도 찾아가서 대면하고 對話(대화)해라. 얼굴을 익히고 난 후 전화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오늘의 팁이다.’

'여기 모인 분들은 입사일은 다르지만 같은 날 승격한 동기들이니 더욱 친밀해야 한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굳이 얼굴을 맞대고 협의할 필요가 있을까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가끔은 옛날 방식이 좋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여러분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면 찾아가서 배우겠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서로가 배우고 가르쳐줘라.'


사실 주머니 사정이 그리 녹녹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지만 예전 같았으면 모두 끌고 가서 생맥주집에서 2차를 했을 텐데 회식하는 것을 싫어하는 신세대 차장님들이 있을 것 같고 그들만의 술자리도 필요한듯하여 1차에서 간단히 끝냈습니다.

20년 입사 선배, 20년 승격선배의 ‘아무 이유 없이 소주 한잔 하자.’는 뜬금없는 전화에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 주신 후배 차장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얼굴 모르는 차장님도 계셨는데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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