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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연말입니다.

사랑과 정성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작은 아이가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달라고 보챘는데 게으른 아빠는 11월 중순에서야 트리를 만들어 줬습니다. 아내는 트리가 너무 오래되었다고 빨간 포인세티아 화분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11월이지만 트리 불빛과 포인세티아 화분이 어우러지니 연말 기분이 납니다. 다른 집들은 12월 중순이나 되어야 트리를 만들 텐데... 학교나 학원 갈 때는 그리도 꾸물대며 아내 속을 끓이더니 본인 생일 알리기와 크리스마스트리 만드는 것은 무척 빠릅니다. 또 한 가지 빠른 것이 있다면 연말 불우이웃 돕기 모금방송을 하면 전화 거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TV를 보지 못하고 전화할 시간도 없지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모금방송만 나오면 전화기를 돌려 대서 전화기를 감추느라 애와 씨름을 하곤 했습니다. 전화를 아무리 많이 해도 하루 한 번만 공제되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습니다.


연말입니다. 구세군 종소리도 들릴 테고 빨간 사랑의 열매도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와 관련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연말이면 시행되던 모금방송도 연평도 포격 영향이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모금액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니 다가올 겨울 배고픔과 추위에 떨 차하위계층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모금회의 상당수 직원들이 후원금을 자신들 쌈짓돈처럼 유흥비로도 유용했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입니다. 모금된 돈에는 코흘리개 꼬마들이 먹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고 용돈을 저축한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돈도 있을 것입니다. 한겨울 칼바람을 맞아가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노점상들의 피 같은 돈도 있을 것이기에 코까지 막히는 일입니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서민들이 힘들수록 모금액이 증가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올해도 목표금액을 기적같이 채우는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는 본사 및 전사업소에서 수시로 불우이웃 돕기를 하고 있는데 돕는 일에는 번거로움이 뒤따르고 때로는 체력도 필요합니다. 예전 영광3사업소에 있을 때 전기팀 내부적으로 불우이웃 돕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서는 면사무소 추천을 받아야 하고 우리가 돕고 싶은 대상을 선정해야 하니 약간의 번거로움이 뒤따르게 됩니다. 본사도 장애우 시설 등에 대한 노력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빨래하기, 집수선하기, 장애우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인근지역 보호대상자들에 대한 연탄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연탄지원 사업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장애우 돕기에는 참여했습니다. 각종 단체로부터 협찬받은 물건들을 바자회를 통해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행사에 참여했었는데 2.5톤 트럭으로 다섯 대 분량 짐을 옮긴 적이 있었습니다. 장애우들이 하려면 일주일이상 걸리는 작업이라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창고에 가득한 짐을 옮기고 나니 허리 어깨는 쑤시지만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남을 도울 때는 체력과 돈도 필요하지만 사랑과 정성이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불우이웃 돕기 성금, 국군위문금을 월급에서 공제하고 있지만 정작 돈을 내는 우리들은 무신경합니다. 그만큼 사회에 기여를 하면서도 불우이웃을 돕는다 또는 국방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지 못합니다. 타의에 의해 급여공제를 하거나 업무에 바빠 그러려니 하고 무신경하게 넘어가니 선한 일을 해도 감동을 느끼지 못합니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마음으로 직접 방송국에 기탁하거나 한 통에 2천 원 하는 ARS를 이용하여 모금에 동참한다면 감동의 느낌은 색다를 듯합니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몇 번의 송년회에 참석하여 비틀거리다 보면 연말입니다. 특히 올해는 12월 중순 인사이동이 예정되어 있어 인사발령 후 에는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불우이웃 돕기를 할 시간은 물론 ARS를 이용한 성금기탁기간도 지나버리고 집으로 향하는 술 취한 발걸음에는 이리저리 치여 뭉개진 크리스마스케익 하나만 뒤따라 올 듯합니다.

영국 유명 극작가 버나드 쇼는 묘비명을 생전에 미리 써놓았습니다. 인생을 우물쭈물하다 후회하지 말라는 철학을 해학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우물쭈물하다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I knew if I str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유명한 글쟁이답게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묘비명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가 시간을 놓치지 말고 회사 내에서 시행하는 각종 행사 또는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행사에도 참여하여 뿌듯한 자부심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도운 후에 맛볼 수 있는 만족감과 희열은 남을 돕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자 보너스입니다. 저도 오늘은 우물쭈물하지 말고 ARS 전화모금행사에 동참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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