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우리 회사, 위기감?

현상을 직시해 볼 시기

by 물가에 앉는 마음

오늘은 회사 이야기를 드릴 차례인데 태평성대 시대에 괜히 돌을 던져 파문이 일게 했다는 비난은 감수하겠습니다.


이미 정비시장은 개방되었고 민간업체와의 무한 경쟁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 30년간, 아니 정확히 말하면 10년간 정비시장을 독점하다 정부정책에 따라 시장개방 되었으며 현재는 원자력 일부와 화력 정비물량의 35% 정도를 민간업체가 수행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로봇 및 省力化(생력화) 장비가 보급되었지만 대다수 정비는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속성과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할만한 인원을 확보할 수 없는 여건도 독점을 깨는데 한몫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정비시장에서 민간정비회사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상실한 지 오래이며, 민간업체는 우리의 70% 가격으로 시공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이었지만 경상정비와 오버홀분야에서는 민간회사 기술력이 우려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됩니다.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 어느 정도의 기술적 격차가 있어야 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 고객은 언제까지 가격보다는 기술력의 차이를 인정해 줄까?

∎ 이대로 가면 우리 회사는 몇 년을 버틸까?


고객과의 입장을 거꾸로 놓고 생각해 보면, 또 우리 일상생활을 생각해 보면 더욱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내구성이 뒤떨어집니다.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은 국산제품의 경쟁력이 상실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도 기술이 발전하여 TV, 에어컨 등 백색가전분야에서도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최첨단 제품은 아니나 가격이 국산에 비해 절반정도 저렴하니 고장 나면 버리지 하는 소비자 생각에 편승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타고 다니던 차가 오래되어 바꿔야 합니다. 7천만 원짜리 제네시스를 살 것인가? 1억 원짜리 벤츠를 살 것인가? 고민합니다. 품질은 제네시스도 쓸 만한데 신뢰성은 벤츠가 높을 것 같고... 수리비, 유지비 등 실용성을 감안하면 제네시스를 사야 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할 경우에는 벤츠를 사게 됩니다. 예를 너무 높게 들었나요? 요즈음 직원들이 많이 구입하는 그랜저를 살까? 배기량과 차량 크기에서 한 등급 밑이나 가격이 비슷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로 품질이 검증된 캠리를 살까? 그랜저는 공간이 넉넉하며 사양도 캠리보다는 한 단계 높은데 20년을 현대차를 타고 다녀 식상하니 이 기회에 품질이 검증되어 잔고장이 없다는 캠리를 사볼까? 하며 고민하는데 우리 고객들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가격 싸고 말도 잘 듣는 민간회사 정비서비스를 살까? 가격 비싸고 뻣뻣하지만 그래도 품질 좋은 한전KPS 정비서비스를 살까?


우리 회사는 2012년 기업성공의 관문이라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했고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가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도 되나 위기가 코앞에 닥쳤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화력정비시장의 35%와 원자력정비 일부를 민간에게 내주었지만 우리 회사는 지난 30년간 위기가 없었고 올해도 어렵다고 하지만 위기상황은 아닙니다. 이러한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시기를 살아왔기에 위기의 시대는 없었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은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이제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위기 요인은 시장개방으로 인한 민간정비업체의 추격만이 아닙니다. ∎ 발전회사의 정비 자회사 설립,

∎ 국산 기자재 제작업체의 정비시장 진입,

∎ 주요 설비에 대한 발전회사의 직영체제 구축


1993년 ‘집사람과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며 이건희식 개혁에 성공한 삼성은 그 당시에도 먹고살만했지만, 2류도 아닌 3류 기업이었고 소니 제품을 카피하는 세계 변방에 위치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위기감으로 뭉친 경영진과 직원들이 합심하여 혁신을 실천했고 세계 최고가 되었습니다.

삼성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2012년 매출 201조 원, 영업이익 29.5조 원이며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만 세계 2위로 580억 달러(62.7조 원)에 달합니다. (1위 애플은 700억 달러, 94조 원, 영국 ‘브랜드 파이낸스’ 조사). 삼성전자는 세계 1등인데 왜 삼성 이건희 회장은 매년 위기라고 할까요?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12년 12월 취임 25주년 기념사의 골자는 ‘일류는 됐지만 갈 길은 멀다.’입니다. 취임 첫해 매출 9.9조 원에서 2012년 383.9조 원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오늘도 위기감을 갖고 일합니다.

현재 성공에 도취되어 머뭇거리다가는 소니 꼴을 면하지 못한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한때 워크맨 등 혁신제품으로 세계를 주름잡던 소니는 애플 하청업체로 전락했는데 삼성은 위기감으로 경영진과 전 직원이 합심하여 혁신했지만, 소니는 위기감은 느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정설입니다.


다시 우리 회사 상황으로 돌아왔습니다. 발전사와 정비계약을 할 때마다 올해만 분리발주를 참아달라는 이야기를 몇 년간 지속해 왔던 것이 사실이나 이제는 명분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는데 분리발주 및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전 직원이 얼마나 고민해 왔는지는 의문입니다.

일반적인 정비기술은 속성상 정비를 수행하면서 기술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민간정비업체도 정비를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고, 30년 동안 우리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우리 동료들을 영입하고 있으니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우리 회사와 민간 정비회사의 가격격차 30%를 무엇으로 상쇄하고 그들보다 우위에 설 것인가?

∎ 발주처가 비싸도 벤츠 급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전KPS를 할 수 없이 선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 국산기자재 제작업체의 정비시장 진입과 확장에는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

∎ 주요 설비에 대한 발전회사 직영체제 구축 후에는 민간업체 진입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인데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


과도한 위기감은 조직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나, 긴장하지 않는 것도 무사안일을 방조하여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위기감을 갖고 현상을 직시해 볼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하늘이 무너질까 쓸데없이 걱정하는 杞憂(기우)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무런 준비와 노력 없이 토끼가 나무에 부딪쳐 죽기만을 기다리는 守株待兎(수주대토)의 어리석음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