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一針(일침) 1, (정민著, 김영사刊)

십 년은 몰두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不狂不及(불광불급)의 저자, 정민교수 책입니다. 不狂不及은 간단한 4글자이나 담긴 뜻이 너무 넓고 깊어 몇 날을 되새겼는지 모릅니다. 저자인 정민은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조선, 한시에 대한 책을 많이 썼습니다.


心閒神旺(심한신왕), 마음이 한가해야 정신이 활발하다.

항상 마음이 문제이다. 마음이 여유로워 한갓지면 일거수일투족에 유유자적이 절로 밴다. 걱정할 일은 몸은 한가로운데 마음이 한가롭지 못한 것이다.


點水蜻蜓(점수청정),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간다.

잔잔한 수면 위로 꽁지를 살짝 꼬부려 점 하나를 톡 찍고 말아 가는 잠자리들을 묘사한 시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시가 밥을 주고 떡을 주는 것은 아니나 인생이 푸짐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봄날의 풍광에도 기웃거리며 살아야 한다.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고 말 테니까.


辭間意深(사간의심), 말은 간결해도 뜻은 깊다.

말의 값어치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다. 多辯(다변)과 密語(밀어)가 난무해도 믿을 말이 없다. 당나라 문장가인 한유가 말한 글쓰기의 비법은 이러하다. 풍부하나 한 마디도 남기지 않고 간략하되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는다.


轉迷開悟(전미개오), 미혹을 돌이켜 깨달음을 활짝 열자.

엉덩이를 가만 붙이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대는 오지랖, 나 없으면 금세 큰일이라도 날 줄 아는 자만, 이런 것들 때문에 삶의 속도는 자꾸만 빨라지고, 일상은 날로 복잡해진다. 마음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 돌아올 줄 모른다. 마음을 놓친 삶은 허깨비 인생이다. 차분히 가라앉혀 한마디라도 줄이고 일을 조금 덜어내고 욕심도 덜고 따듯한 마음을 마눠야 삶이 편안해진다. 눈빛이 맑아지고 귀가 밝아지고 마음에 고이는 것이 있다.


知止止止(지지지지), 그칠 때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 있다. 늘 “이번만” “한 번만” “나만은”이 문제다. 이미 도를 넘었는데 여태 아무 일 없었으니 이번만은 괜찮겠지 방심하다가 큰코다친다. 사람들은 떠나야 할 자리에 주저앉으면 추하게 쫓겨난다.


思想念慮(사상염려), 생각관리가 경쟁력이다.

사람의 경쟁력은 생각관리의 능력에서 나온다. 불교의 가르침은 無念無想(무념무상)이 목표이며 기독교에서도 黙想(묵상)과 瞑想(명상)을 권한다. 마음 위의 얼룩진 想念(상념)을 깨끗이 닦아 생각을 침묵시키고 잠재워야 지혜와 명철이 생긴다.


南山玄豹(남산현표), 배고픔을 알아야 무늬가 박힌다.

한나라 도답자라는 사람이 질그릇을 구워 팔아 부자가 되었으나 아내는 돈벌이에만 매달리지 말고 명예를 얻기를 권했다. 남편은 말을 듣지 않고 돈벌이만 계속하여 거부가 되어 돌아왔으나 아내는 아이를 안고 울었다. 개나 돼지는 주는 대로 받아먹어 살을 찌우지만 남산의 표범은 7일간 안개비가 내려도 먹이를 찾아 내려오지 않고 무늬를 이루기 위해 숨어서 해를 멀리 한다. 나라는 가난한데 집은 부유하니 이것은 재앙의 시작이라며 집을 떠났다. 얼마 후 남편은 도둑질한 죄로 죽임을 당했다. 어린 표범의 무늬가 선명해지듯 사람도 내면이 충실해지면 어느 순간 빛을 발하게 된다.


昨非今是(작비금시), 지난 잘못을 걷고 옳은 지금을 간다.

반성 없는 나날은 발전이 없다. 지난 잘못을 돌이켜 보며 오늘을 살아야 한다. 잎으로 나아가는 것만 알고, 뒤를 돌아볼 줄 모르면 슬프다. 그래서 젊은 시절 읽었던 책을 먼지 털어 꺼내 읽으며 한 번씩 오늘 내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는 것이다.


戶樞不蠹(호추불두), 문지도리는 결코 좀 먹지 않는다.

강한 것은 남을 부수지만 결국은 제가 깨지고 만다. 비바람을 막아서는 문짝은 쉬 망가지지만 문짝을 여닫는 축을 하는 지도리는 오래될수록 반들반들 빛이 난다. 쉼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금방 썩는다. 썩지 않으려면 움직이고 흘러야 한다. 툭 터진 생각, 변화를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語嘿囋噤(어묵찬금),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

세상사 복잡하니 말과 침묵 사이가 궁금하다. 침묵하자니 속에서 열불이 나고, 말해봤자 소용없다.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習靜偸閑(습정투한), 고요함을 익히고 한가로움을 훔쳐라.

하는 일없이 마음만 부산하고 정신없이 바쁜데 한 일은 없다. 울리지도 않는 휴대폰 벨소리가 귀에 자주 들린다. 갑자기 일이 생기면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왠지 불안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정신 사납다. 고요히 자신과 맞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본 것이 언제인가?


自止自棄(자지자기), 제풀에 멈추면 성취가 없다.

등산은 정상에 오를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다. 우물은 차고 단 물을 얻을 때까지 파고 또 판다. 오르다만 산은 가지 않은 것이며 파다만 우물은 쓸데가 없다. 뜻이 굳지 않으면 제풀에 그만두고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十年有成(십년유성), 십 년은 몰두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

남계우(1811~1890)는 나비 그림을 잘 그려 남나비라는 별명이 있다. 그의 그림은 너무 정교해 나비학자 석주명은 무려 37종의 나비를 암수까지 구별해 낼 수 있었다. 석주명은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나비 연구로 세계적 학자가 되었는데 제자들에게 말했다. 10년 이상 꾸준히 몰입하면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다.


少年登科(소년등과), 젊은 날의 출세는 큰 불행의 시작

옛사람은 사람의 세 가지 불행을 꼽았다. 첫째가 소년등과, 너무 일찍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이제 내려올 일만 남았는데 남은 날이 너무 길다. 너무 이른 성취로 더 이상의 진취가 없게 돔을 경계한 말이다. 두 번째가 부모형제에 기대어 출세하는 것이다. 셋째가 재주가 높고 문장마저 능한 것이다. 실패를 모르고 득의양양하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鼯鼠五能(오서오능), 균형 잡힌 안목으로 핵심역량을 길러라.

날다람쥐가 다섯 가지 재주를 가졌어도 기술을 이루지는 못한다. 발이 네 개인 짐승은 날개가 없고, 새는 날개가 있지만 발이 두 개다. 소는 뿔이 있지만 윗니가 없고 토끼는 앞발이 시원치 않다. 발이 네 개이고 날개까지 달리고, 뿔이 달리고 윗니가 있는 짐승은 없다. 이것저것 잘하는 것보다 한 우물을 파듯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48. 철학, 역사를 만나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