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구슬리고 달래며 같이 살아야 할 것인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痛風이 찾아왔다. 발바닥이 찌릿찌릿해서 근육통인 것으로 알았으나 밤새 발이 부었고 통증 강도가 남달랐다. 잠을 못 자고 인터넷을 뒤졌더니 통풍이 확실하다. 엄지발가락 관절에 불붙는 듯한 그림을 보니 기가 막히게 고통을 표현해 놓았다. 그림과 같은 부위이며 같은 고통이다.
신장이 좋지 않아 약을 함부로 먹지 못한다. 거의 모든 소염진통제는 신장에 독으로 작용한다. 고통을 참고 신장 안전을 위해 5개월마다 검진받는 신장전문의와의 약속을 어렵게 앞당겼다.
이틀을 견뎌야 한다. 발을 디딜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따라온다. 냉찜질을 하면 마취효과로 일시적 진정이 있지만 온찜질이 좋단다. 2일 차가 되니 1일 차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다.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죄인을 문초할 때 주리를 틀거나 인두로 지지는 단근질을 한다. 마치 인두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다.
하지만 겪어보니 개인병원 류머티즘 내과를 찾는 것이 빠르고 현명할 수 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개인병원을 찾아 평소 지병과 복용하고 있는 약을 의사에게 알려주면 될듯하다.
평소 요산 수치가 높았다. 신장기능이 부실하고 식생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이 크다. 또한 전조가 있던 날 친지들과 예전에 자주 갔던 순대국밥과 편육을 먹었다. 경계치에 있던 요산이 급격하게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단다. 동물내장은 통풍의 원인인 퓨린이 육고기에 비해 월등히 높다. 갈비탕, 사골국 등 뼈째 고은 음식도 통풍에 좋지 않다.
직접적인 원인은 요산이 관절에 침적하는 것이나 음식물에 요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퓨린이란 물질을 분해할 때 요산이 생성된다. 물론 근본원인은 부실한 신장이며 세심한 식습관 관리를 하지 못한 탓이다.
지방 많은 육 고기, 갑각류와 등 푸른 생선도 먹으면 안 되며 내장을 더욱 안 된다. 금기시되는 음식물을 찾아보니 튀긴 음식과 전, 음식의 기본 맛을 내는 멸치, 다시마도 금지식품이다. 설탕이 많이 함유된 케이크, 비스킷, 맥주는 절대 안 되며 술, 버섯 등 통풍에 나쁜 음식은 주로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다.
신장기능이 좋지 않아 멀리하는 음식이 많았으니 통풍으로 인해 리스트가 길어졌다. 절에 들어가야 하나?
식단이 바로 바뀌었다. 삶은 양배추, 무, 브로콜리, 양파 위에 식초를 뿌린 샐러드는 야채반찬이다. 삶은 계란이나 기름 없이 볶은 스크램블, 두부, 흰살 생선 약간은 단백질 보충용이다. 사과와 블루베리는 디저트다. 먹고 보니 반려견인 콜라가 먹는 식단과 비슷하다.
예전 바이러스성 난청이라는 메니에르병에 걸렸을 때 한쪽 귀에만 오는 병이라 해서 조물주의 지혜에 감탄한 적이 있다. 통풍도 한쪽에만 왔다.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의사 진찰 후 40일 치 약을 처방받았다. 하루 2회, 차도가 있을 경우 1회만 복용하란다. 이후 요산수치를 낮추는 약을 처방하겠단다. 쉬운 병은 아닌듯하다.
침대에 누워 검색해 보니 신장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은 평생을 관리해야 할 병이다. 고기 등 기름진 음식으로 인해 생기는 통풍은 ‘왕의 병’이라 불렸지만 요즘은 기름진 음식만 먹지 않았는데도, 젊은 사람도 걸리는 ‘평민 병’이다. 하지만 침대에 앉아 식사, 양칫물까지 아내에게 룸서비스를 받아야 하니 ‘왕의 병’이라는 호칭도 맞기는 하다.
주인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불쑥 찾아온 불청객을 어떻게 구슬리고 달래며 같이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