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2)

(김정운著, 쌤앤파커스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나이 들수록 삶의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를 심리학자들은 ‘회상 효과’로 설명한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이 많으면 그 삶의 시기를 길게 느끼고, 기억할 수 있는 내용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 시기는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년기로부터 청소년기까지의 기억은 생생하고 많은 내용이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노인도 어린 시절의 일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해 내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분주히 삶을 사는 40~50대의 기억은 특별한 기억이 없다. 정신없이 살았어도 딱히 의미를 부여할 일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재미없게 살기 때문이다.

가장 훌륭한 노후대책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공부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웬만하면 90세까지 살 수 있다. 그러나 직장에서의 은퇴는 오래 버텨야 65세이며 보통 50대 후반이면 은퇴한다. 그럼 나머지 30년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은퇴한 후의 인생도 내 인생이다. 내 전체 인생의 1/3이 된다. 그저 죽기만 기다리기에는 너무 귀하고 아까운 시간이다. 이 실존의 문제를 아주 적나라하게 詩로 표현한 글을 2008.08.14 동아일보 칼럼에서 읽은 적이 있다.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라는 시다.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3세 때 당당하게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지금 95번째 생일에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

그런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을 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세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대단한 어른이시죠? 95세가 되셨는데도 105세를 대비해서 영어공부를 시작하신답니다. 소개해 드린 詩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특히 연세가 많아 꿈과 희망이 작아지신 분들께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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