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 乾達論(건달론)

좋은 건달들이 자리 잡으셨는지 모르겠네요.

by 물가에 앉는 마음

위키백과를 보면 乾達(건달)은 하는 일 없이 빌빌거리며 노는 사내를 말하며, 난봉이나 부리고 다니는 불량한 사람 혹은 폭력을 휘두르며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확대되어 쓰인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乾達의 역사는 오래되어 16세기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본래 불교에서 팔부중의 하나로 음악을 맡아보는 神인 간다르바를 한자음을 이용해 표기한 중국어 乾闥婆(건달파)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건달파는 향을 먹고사는 신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만 즐기기 때문에,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컬어 건달이라 하게 되었습니다. 또 白手乾達(백수건달)이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로 거지나 다름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좋지 않은 말입니다.

음악의 신이었던 건달이 동네 불량배로 치부되니 간다르바가 현존한다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할 판입니다. 아무튼, 현대 건달 특징은

짝발을 짚고

팔뚝에 문신 새기고

건들건들한 걸음걸이에

아무 곳에나 침을 퉤~

느슨한 바지를 배꼽 위로 추켜올려 걸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적 건달은 그리 불량하지 않았습니다. 깡패나 양아치들은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지만 건달은 건들건들 재미를 느끼는 일만 하는 그래도 낭만적인 부분이 있었으니까요.


왜 첫머리에 장황하게 건달에 대한 이야기를 했냐 하면 우리 회사에서는 흔히 간부들 특히 처, 실장 및 사업소장들이 건달로 불리기에 사설을 길게 늘어놓았습니다.

직원들은 10년 이상씩 동일 사업장에 근무하는데 처, 실장들은 왔다가 2년도 되지 않아 간다고 해서 건달이라 하나 봅니다. 건달들은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기웃거리며 이런 참견 저런 참견을 합니다.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간부들이 와서 이것은 미흡하고 저것은 보완하라 잔소리를 하니 건달이라 불리는 지도 모릅니다. 동네를 배회하는 건달들도 상갓집의 상여를 매는 등 가끔씩은 쓸모가 있습니다. 간부들도 고객과 엉킨 일들을 푸는 등 가끔씩은 쓸모가 있으니 빗대어 이야기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처, 실장들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건달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건달은

개선, 개혁을 하고 .

출근하고픈 직장을 만들고

가끔씩은 고생한 직원들에게 주머니 털어 막걸리를 삽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고 .

포상기회를 양보하며

공과 사가 명확합니다.


나쁜 건달은

개악을 합니다.

때려치우고픈 직장을 만듭니다.

직원들 등쳐서 자기 지갑 채우기 바쁩니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취사선택이 분명하여 좋은 것만 챙기고

공과 사는 물론이고 똥, 오줌을 구별 못합니다.


그래서 좋은 건달은 ‘선배님’ ‘소장님’ ‘팀장님’으로 불리고 나쁜 건달은 ‘양아치’ ‘도둑X’ ‘나쁜X’ 으로 불립니다. 당장은 자신이 무엇으로 불리는지 알기 어렵습니다만 해당사업장을 떠나면 알 수 있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이 새로운 근무지 직원들에게 우리 ‘선배님’ ‘소장님’ 잘 부탁드린다고 전화 했다면 좋은 건달입니다.

전임 근무지 직원들이 그리워질 때쯤 막걸리 택배가 도착했다면 좋은 건달입니다. 인사철, 새로운 근무지로 또다시 떠나게 될 즈음 ‘같이 근무했으면 합니다.’라는 연락을 10통 이상 받았다면 좋은 건달입니다. 전화받은 건달이 어려운 곳인지 알면서도 직원들이 그리워 다시 간다고 했으면 좋은 건달입니다.

인사이동 후 2개월 넘게 흘렀습니다. 좋은 건달들이 자리 잡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저 또한 건달인데 저에 대한 평가요? 기술개발실을 떠나면 알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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