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언제나 준비한다.

모든 실패의 뒤켠에는 준비부족과 연습부족이 도사리고 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학교 졸업 후 입사하면서 이제는 공부하는 불행이 끝나고 평생 술 먹고 놀면 되는 행복이 시작되는지 알았는데 막상 회사에 들어와 보니 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입사 후 연수원에서 교육받은 내용 이외에 직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공부한 품질관리학, 교육학, 안전공학, 경영학과 관련된 책들이 몇 수레는 되는 것 같습니다.


세기의 거장 토스카니니도 연주회가 열리기 전 지휘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지휘를 하기 전 언제나 준비합니다. 내가 토스카니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중 앞에 서는 것은 아닙니다. 결단코!’ 같은 음악을 수십 번 지휘했을법한 거장도 연주회를 앞두고 지휘연습을 합니다.

토스카니니뿐 아니라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연습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만 피겨요정 김연아, 발레리나 김수진, 아시아 축구랭킹 1위 박지성...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에는 몸이 부서져라 연습하고, 발이 기형이 될 정도로 연습 했습니다. 그러나 혹독한 훈련과 연습만이 거장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실패의 뒤켠에는 준비부족과 연습부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만이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나가수(나는 가수다)는 시청률이 저조해지면서 Season1이 마무리되었고 Season2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나가수는 기존 연출포맷과는 破格的(파격적)으로 상이하며 출연 가수들도 기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 프로그램에는 흔히 비주얼도 되고, 댄스도 되고, 예능도 되는 아이돌그룹들이 판을 치고 있고 그들 중 1등을 뽑는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나가수는 비주얼 등 외면과 무관하게(그렇다고 백지영이 섹시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노래실력에만 초점을 두고 꼴찌를 탈락시키는 파격과 기존 관념을 혁파한 차별성이 있습니다. 비주얼이 되지 않는 임재범, 김범수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나이 지긋한 4, 50대가 아닙니다. 방청석에 임재범의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윤복희의 여러분’을 듣고 있는 10대들의 표정은 驚愕(경악) 그 자체입니다.

그들은 립싱크로, 기계음으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노래하며 몸짓으로 이야기합니다. 노래에 대한 열정과 삶과 철학을 보여주고 있기에 청중들은 열광과 경악과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가수에 출연한 가수들은 타고난 가수이기도 하지만 준비된 가수들 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가수활동으로 다져진 내공도 있지만 경연에 나가기 전 2주간 준비시간이 주어지는데 2주 동안 5년 늙는 것 같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준비에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에서 듣고 다니는 음악 중 장사익 씨 노래가 있습니다. 전남 영광읍내 전통음식점에서 막걸리 한잔 하며 장사익 씨 노래를 들으면 분위기가 더욱 사는데 음식점 넓은 유리창 밖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술맛이 더욱 좋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피를 토하는 듯한 목소리로 ‘찔레꽃’, ‘님은 먼 곳에’, ‘하늘 가는 길’, ‘국밥집에서’... 노래를 듣다 보면 장사익 씨가 진정한 소리꾼임을 느낍니다. 소리꾼의 노래는 기존 장르를 뛰어넘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 즉, 장사익流(류)의 음악입니다.

장사익 씨 음악을 틀면 아이들이 다른 노래를 틀라고 야단입니다. 악만 쓰고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장사익 씨 노래 ‘하늘 가는 길’은 葬送曲(장송곡)입니다. 하지만 즐겁고 슬픈 이야기들을 한국적 가락으로 대중가요화 하고 得音(득음)의 경지에 이른 가수가 장사익인데 아이들은 노래의 맛과 깊이를 모른 탓이지요. 장사익 씨는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여 미국 카네기 홀에서 공연한 몇 안 되는 가수인데 그 역시 준비된 가수입니다.


기술개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노래, 가수이야기만 했습니다. 토스카니니, 임재범, 김범수, 장사익 씨를 보면서 저는 월급 받는 것만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뒤돌아보게 됩니다. 기술개발에 대한 천부적 재능을 갖지 않았기에 꾸준하게 공부해야 하는데 책상 위에는 읽어야 할 보고서와 책들이 그득합니다. 언제 이것들을 읽고 준비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목하 고민 중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