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 우리들 자신의 문제입니다.
남자들끼리 금기시되는 주제이며, 새해 첫 이야기 주제로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정치판이나 회사 내 업무도 비슷하다는 생각에 18대 대선 결과를 되짚어 봤습니다. 선거 후라 공직자 선거개입금지에도 저촉되지 않을 것이고요.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공약을 보고 투표하라고 하나 아직까지의 선거는 공약 싸움이라기보다 철저하게 사람 싸움이 아닌가 합니다. 후보를 보고,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선거이며, 이미 150년 전(1863.11.19) 링컨은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고 했으니 제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항상 頂點(정점)에는,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입니다.
회사 내에서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행정조직이 있어도 그것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사람입니다. 조직개편을 해도, 업무시스템을 최신으로 구축해도 終局(종국)에 봉착되는 문제는 ‘조직 내에서 어떻게 하면 신명 나게 일 할까? 선진시스템을 어떻게 효율 높게 운영할까?’ 결국에는 사람이 하기 때문입니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였고 박근혜 후보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였습니다. 두 가지 구호 모두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후보 슬로건이 마음에 들었고 시리즈로 나오는 문 후보 홍보 전략이 우세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 후보는 패배하고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결국에는 사람이라는데 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문재인후보가 졌을까? 저는 정치 평론가가 아니라 깊은 사정은 모르겠으나, 또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면 쉬우니까 나름대로 문 후보 敗因(패인)과 박 후보 勝因(승인)을 유추해 보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국회의원직도 사퇴하고 선거 패배 시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破釜沈舟(파부침주) 전략으로 선거에 임했지요. 물론 모든 것을 걸었다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나 박근혜 후보의 이러한 행동으로 선거캠프에는 ‘지면 끝장’이라는 긴장감이 조성되어 어느 선거보다 이겨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조성되었을 것입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통합에 신경 쓰느라 그랬는지 국회의원직 사퇴를 하지 못했고, 당내에서조차 구태정치세력으로 지적받아온 친노그룹 사퇴도 이끌어 내지 못했으며 이해찬 대표는 떠밀려서 사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 후보 본인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했는데 캠프관계자들의 직을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가 되지 못 되니 자발적으로 사퇴하기만 기다렸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으나 현상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에 대해 논리적으로만 접근한 것이 아닌지요.
어쩌면 박근혜 후보의 破釜沈舟전략은 곁가지인지 모릅니다. 주요 선거공신들이 자신의 立身揚名(입신양명)을 위해 선거를 도운 것이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 주요 勝因이 아니었나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들의 말을 半信半疑(반신반의)했으나 선거가 끝난 후 진정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주그룹회장 김성주 씨는 박근혜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습니다. 재벌그룹 딸인 김 회장은 부친 도움 없이 자수성가했는데 정치하러 선거판에 뛰어들지 않았고 우리나라 경제도약을 위해,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을 위해 참여했다는 그에게 호감이 갔습니다. 선머슴아 같이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와 빨간색운동화를 신고 선거판을 누비는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김 회장은 선거 다음날인 12월 20일 ‘이제는 하던 사업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선대위 사무실 짐을 뺐는데 당찬 그는 정부 비호 없이도 사업을 잘할 것 같습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더욱 Cool했습니다. 선거 전날인 12월 18일 ‘내 임무가 끝났으니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무실을 비웠습니다. 정치 쇄신하러 한나라당에 온 것이지 정치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안 위원장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안대희 씨는 그간의 평판도 좋았으나 이번의 아름다운 퇴장으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그는 정치를 하지 않겠지만 누구든 안대희 씨를 모시려면 三顧草廬(삼고초려)해야 할 만큼 신뢰도와 지지도가 높아졌습니다.
현재는 국회의원도 아닌 정치인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친박계 좌장이었다가 소신발언으로 한때 반박으로까지 분류되었던 그는 국회의원이 아니니 정치적 浪人(낭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이번 선거로 인해 당내 입지를 확고히 했으며, 다음 보궐선거에서 무난히 당선되어 원내진입은 물론 당내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 같습니다. 김무성 씨는 12월 21일 사무실 문에 편지 한 장을 붙여놓고 짐 싸서 떠났습니다.
‘여러분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제 제 역할이 끝났으므로 당분간 연락 끊고 서울을 떠나 좀 쉬어야겠습니다. 도와주신 여러분께 제 마음속 큰절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함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또한, 이학재 박근혜후보 비서실장도 새 정부에서 임명직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고, 경제분야 소신발언으로 유명한 김종인 씨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간 정치판은 선거에서 이기면 論功行賞(논공행상)을 하느라 추악한 모습을 보였는데, 일등 공신들이 자발적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대선으로 정치가 한 발짝 발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박 후보의 파부침주 전략과, 참모들의 자발적 참여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읽었고, 이것이 승리 비결은 아니었을까? 패하는 것을 감안하여 퇴로를 준비해 놓고, 승리 후 챙길 전리품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번 선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관심있어야 하고 열정있어야 올인하며 삶의 가치도 찾게 됩니다. 본인의 생업이 본인이 꿈꿔왔던 일이라면 행복한 것이고 성공할 가능성이 많아지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論語(논어)에도 나오는 말입니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 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 보다 못하다.
결국은 사람, 우리들 자신 문제입니다. 2013년 개척도 우리 문제.
** 회사업무도 破釜沈舟의 자세로, 업무를 즐기면서 하자는 이야기이지 전혀 정치적인 의도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