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1)

(허허당著, 예담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禪僧(선승), 虛虛堂(허허당)의 글을 보면 2005년 입적하신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과 생각이나 세계관이 비슷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법장스님 涅槃頌(열반송)은 다음과 같습니다.

我有一鉢囊 (아유일발낭) 내게 바랑이 하나 있거늘

無口亦無底 (무구역무저) 입도 없고 밑도 없도다

受受而不濫 (수수이불람)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出出而不空 (출출이불공)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나니

고승들은 茶毘式(다비식: 화장)을 하는 반면, 법장스님은 사후 시신기증을 하셨으며 입적 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보험을 가입하셨는데 보험사에서는 스님 마음을 헤아려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전달했다.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 바랑 같은 법장스님은 입적 후까지도 사랑을 주고 가셨습니다.


허허당스님 책은 요즈음 말로 하면 힐링서(Healing書)입니다. 시주도 받지 않고 사찰도 없는 스님은 서화가 팔리면 화구를 사는데 필요한 비용만을 남기고 다른 이에게 나누어주며 자신 소유 재산이 없습니다. 작은 암자 ‘휴유암’을 지키면서 세상 사람들이 아픈 상처에 머물지 않기를 마음으로 붓을 드는 스님 글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머물지 마라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고통의 소멸

고통의 순간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를 바르게 이해할 때 비로소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러워 또 다른 곳으로 피해 가면

거기 그만한 고통이 또 기다리고 있다


고독한 이단자

참 슬프다

자기혁명 없이 자기선언 없이 쫓아만 가는 시대

모든 성인은 그 시대의 고독한 이단자

외로운 나그네였다

지금, 이 시대의 이단자는 어디 있는가?


탁탁

마음에 담아두는 말 오래 담아두면 병 된다

비우라 탁탁-술잔을 비우듯이

비우고 보면 얼얼한 세상 그런대로 살 만하다


그리운 사람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어려워도

그리운 사람 하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일이다

지금 그대는 그런 사람 있는가?


홀로 우는 새

고요히 숨어 홀로 우는 새

세상에 이런 사람 참 많다

홀로 우는 이여

숨어 우는 이여

부디 일어나 크게 웃어라


불안해하지 마라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잤다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그래도 종일 아무 일 없었다

불안해하지 마라

인생, 아무 일 없이 하루를 살아도

아무 일 없더라


바로잡기

세상을 바로 잡는다

그런 말 하지 마라

너 하나 바로 잡으면

온 세상이 편안하다


인간만이

인간 이외의 모든 것은

시간도 없고 세월도 없다

천당도 없고 지옥도 없다

오직 인간만이

시간과 세월 천당과 지옥을 두고

오직 인간만이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을 알면

세상이 나를 모른다고 너무 애타하지 마라

자신이 자신을 알면 세상이 먼저 알아본다

사람은 사람을 속이나 만물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머뭇거리지 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가 그른가는

자신이 제일 먼저 안다

그 옳음을 따르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는 자는

끝내 자신의 일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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