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미친 사람들

미치지 않는 사람은 경지에 이르지 못합니다. 미쳐야 미칩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2013-1차 한전KPS 미래Forum을 끝내고 사장님께 출장 귀임보고를 드렸습니다.

‘고생했다, 분위기는 어땠나?, 어디에서 몇 명이 참석했나?’ (성격 급하신 사장님께서는 질문도 두 개, 세 개를 한 번에 하신다.)

‘신청자가 많았으나 40명만 선발했고 본사와 특수조직만 참석시켰습니다. 특이 사항은 원자력사업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많이 소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래 긍정적이군. 앞으로는 관심 있는 사업소 직원들도 참석시켜 미래Forum의 외연을 확대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보게.’


‘10년 후 우리 회사 기술의 모습’도 주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 미래포럼의 주제도 눈앞의 현안이 아닌 원전 대형폐기물 처리기술개발, 항공기 엔진 MRO(Maintenance, Repair & Overhaul) 사업 진출 방안 등 길게는 5년 후, 짧게는 3년 후의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니 매일매일의 경영환경이 바뀌는 시대인 요즈음 한편으로는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발표 및 토의사항이 많아 주제발표시간을 20분씩 할애했는데 첫 번째 주제를 발표하는 원정센터 실장님이 미친 듯이 1시간을 사용했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인 기술연구원 팀장님도 덩달아 미쳐서 1시간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狂氣(광기)에 전염된 듯 GT정비기술센터 실장님, 원자력사업처 실장님, 발전사업처 팀장님, 기획처 실장님까지 규정시간을 넘겼습니다. 발표자들도 그렇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참석자들 모두 온통 미쳤습니다. 부득이하게 제가 발표하고 토의할 사항들은 모두 다음날로 넘어갔습니다. 만찬 때 술을 먹을 것이니 다음날 진행해야 할 제가 제일 힘들게 되었지만 저를 비롯해 미친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이 미쳐서, 업무에 대한 열정이 넘쳐 시간을 초과한 것이니 제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기술개발실이 미래Forum의 주관부서이니 제가 Host가 되어 만찬 건배사를 했습니다.

“미래포럼에서 논의되는 이야기들은 현재 당면한 이야기들이 아닌 4~5년 후의 이야기들이나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항들입니다. 여기 모이신 많은 분들께는 퇴직 후의 문제들이므로 남들은 우리 보고 본인들 일도 아닌데 왜 미리 걱정하냐며 미쳤다고 할지 몰라도 우리 후배들이 당면하게 될 문제들을 토의하는 자리이기에 건배사는 ‘후배들을 위하여’로 하겠습니다.” 미친 40명의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청아했고 ‘위하여’를 외치는 목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사실 기술개발실에 근무하려면 미친놈 소리를 숱하게 들어야 합니다. 당장의 이익을 내라고 만든 부서가 아니라 먼 훗날을 보라고 만든 부서이니 가끔은 공상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도, 또는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에서도 가능성을 봐야 하니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도 합니다.

제가 20년 전 원정센터 설립 타당성조사 및 조직, 운영 방안 등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앞 수익이 없는데도 많은 돈을 들여 웨스팅하우스와 기술협력, 정예직원들을 선발하여 커리큘럼도 없이 1년간 해외교육을 보낼 때도 기술개발실이 미친 짓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육생을 선발할 때 정예요원들을 뽑기 위해,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었는데 자기 동기들 위주로 선발하기 위해 선발기준을 만들었다고 사장님께 투서가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원자력 정비기술센터는 설립 후 초기 6년 정도는 매출은 있으되 수익을 내지 못해 주위의 냉소도 받았지만 현재는 한해 700억 원 정도 매출을 내는 조직이며 경쟁사가 부러워하는 조직으로 변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뒷이야기를 알지 못해 지금의 성공 상황이 저절로 이루어진 성과로 알고 있습니다만 미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원정센터에 아직도 근무 중인 분들과 원전수출실장, 모로코소장 등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원자력정비기술센터 미친 1세대들의 미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 모두 미쳤지만, 오래전부터 미쳤던 분은 솔루션센터 처장님입니다. 처장님은 솔루션센터의 1세대가 아닌 2세대지만 미친 처장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 회사의 설비진단팀은 없었으며 진단기술 발전 속도도 더뎠을 겁니다. 제가 교육훈련팀차장을 담당하고 있을 때 제가 관리하고 있는 교육훈련비를 수도 없이 빼앗아 가신 분이 처장님입니다. 청기와장수처럼 자신의 기술을 공개하길 꺼렸던 1세대 전문원들과 달리 처장님은 후배양성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보유 기술을 전수해 주고 본인은 외국의 선진기술을 소화하기를 반복하여 사업소 직원들 기량을 높였습니다. 실습용 Mock-Up이 없었던 시절이니 이론교육에서 탈피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전문원 동반교육이었습니다. 전문원들이 현장 갈 때 직원들이 동반하여 실전을 익히게 하는 교육방법이 그때 만들어졌으니 역사가 20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不狂不及(불광불급), 미치지 않는 사람은 경지에 이르지 못합니다. 미쳐야 미칩니다. 그리고 미친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사장님 말씀이 外延擴大(외연확대)였으니 차기 미래Forum시에 사업소분들께도 狂氣를 전염시켜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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