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 질문하는 책들(3)

(이동진, 김중혁著, 예담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죽음은 어떻게 맞아야 하는가?

작가 데이비즈 실즈는 소설가 수필가이며 워싱턴대학 교수이다.

1 생자필멸

이동진: 누구나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죠. 어쩌면 삶에서 가장 큰 문제인 죽음에 관해 다룬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그렇게 어둡고 무거운 내용은 아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몸의 변화와 아버지와 어린 딸 등 3대에 걸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죽음을 다루지만 읽고 나면 삶을 생각하게 하는 책인데 사실 죽음을 다루는 모든 책들이 결국 삶을 다루고 있는 겁니다.

강박적으로 사로잡혀 있는 주제가 죽음과 시간이에요 그래서 죽음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요. 죽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겁니까?

김종혁: 영화 ‘그래비티’를 봤는데 샌드라 블록이 사고로 어둠에 갇히죠. 어둠 속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고 계속 빙빙 돌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죽음의 이미지입니다.

이동진: 랍비와 신부, 목사에게 사후 어떤 말을 듣고 싶나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목사는 ‘정의롭고 정직하고 자비로운 분이었다.’ 신부는 ‘친절하고 공정하고 상냥한 분이었다.’ 랍비는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군요. 저 봐 시체가 움직여.’ 그만큼 사제들도 살아있는 것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큰가 보여주는 우스갯소리예요.


2 태어나면서 죽어가는

이동진: 영국 시인 프랜시스 톰슨의 이런 말도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자서전 ‘말하라. 기억하라.’의 첫 문장이 옮겨져 있는데 좋았습니다. ‘요람은 심연 위에서 흔들거린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우리는 단지 영원이라는 두 어둠 사이 잠시 갈라진 틈으로 새어 나오는 빛과 같은 존재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보면 육체적으로 17살이 전성기입니다. 19세부터 근력이 줄어들죠. 25세 때 뇌의 크기가 최대에 이르고 90세가 되면 3세 아이 뇌의 크기와 비슷해집니다. 나이 들면 아이가 된다는 것이 그래서인가 봅니다. 영국의 의학자 월리엄 오슬러 경의 말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쓸모 있고 감동적이고 고무적인 업적은 25~40세 사이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

김종혁: 죽음을 껴안아야 하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 생각해 보면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삶을 너무 예찬하는 태도도 문제인데 우리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 같아요.

이동진: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으니 그냥 막살자. 이런 태도를 가질 수도 있지만 저는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의 시간이 소중해진다고 봐요. 이 책이 ‘늙어감’에 대한 책이니만큼 노화와 관련된 정보들이 많습니다. 나이 들면 초록, 파랑, 보라색에 대한 구별능력이 떨어져 늙은 화가는 짙은 푸른색과 보라색을 덜 쓴답니다. 또 노인들은 젊은이에 비해 피부온도가 3~6도까지 낮아 추위를 느낀답니다.


3 남기는 말

이동진: 책 뒤쪽에 ‘유언’들을 모아놓은 것이 있는데 다양합니다. 미국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유언은 ‘이게 뭐지?’래요. 가장 멋진 유언은 미국 목사이자 저술가인 코튼 매더가 남긴 것 같아요. ‘고작 이것인가? 힘겨운 죽음을 맞지 않게 해달라고 내가 기도하며 두려워했던 것이 고작 이것인가? 아, 이 정도면 견딜 수 있다. 견딜 수 있어!’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던 스코틀랜드 과학자 제임스 크롤은 ‘한 모금만 마시겠습니다. 이제는 술 마시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겠지요.’ 유언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마음에 남기도 합니다. 혹시 이렇게 말을 남길 수 있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김종혁: 묘비명으로 ‘더 쓸 게 있긴 하지만 뭐...’ 현역 작가로 계속 쓰다가 죽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죽을 때까지 농담을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정작 나중에 살려주세요 할 수도 있지만요.


4. 번식과 생식

이동진: 재난영화에서는 죽을 고비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주죠. 앙코르와트에 갔을 때 나무뿌리들이 바위까지 무너뜨리는 생명력이 무섭기도 하고 징그럽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김종혁: 맞아요. 소멸하는 게 아름답게 느껴지고 유한한 삶이기에 소중한 것도 있는데 끝까지 이겨내고 뻗어가려는 모습이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동진: 데이비드 실즈가 이 책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자연은 개체가 오래 사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번식에 관심 있을 뿐이다.’ 예요. ‘생식임무를 다하는 순간 우리는 버려도 좋은 존재가 된다.’라든가 ‘어느 종 개체들의 생식가능 수명은 총수명과 최대한 같아지는 방향으로 간다. 한마디로 생리적 자원은 번식에 투입되는 것이지 번식 이후의 수명을 연장하는데 쓰일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죠.

김종혁: 우리가 자연을 이용해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자연이라는 거대한 생명이 인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동진: 그렇죠. 여기서도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말을 인용하잖아요. ‘다원적 시각에서 보면 생물은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생물의 주된 기능이 다른 생물을 낳는 것도 아니다. 생물은 유전자를 번식시키며 유전자의 임시보관소로 쓰인다. 닭은 달걀이 다른 달걀을 만드는 도구라고 했던 새뮤얼 버틀러의 유명한 경구가 현대화된 셈이다. 생물은 DNA가 더 많은 DNA를 만드는 도구일 뿐이다.’


5 아름다워야 할 이유

김종혁: 매우 시적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있어요. 아버지 생일선물로 TV리모컨 작동 법을 알아낸 후 새벽 2시까지 채널 2번부터 99번까지 틀어본 후 이야기 합니다. ‘채널 2번부터 99번까지, 우리는 찾아보았지만, 언젠가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에 대한 구제책은 발견하지 못했다.’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은 시몬 드보부아르의 말 때문이었어요. ‘목숨이 유한하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나는 죽음이 무서워 견딜 수가 없었다. 15세의 내 자아는 세상이 평화롭고 내 행복이 튼튼할 때에도 언젠가 정해진 날에 덮쳐올 철저한 비존재 상태, 나의 철저한 비존재 상태를 생각했다. 그러한 사멸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려워서 초연하게 맞선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용기라고 부르는 것은 뭘 모르는 멍청한 소리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감정, 공포와 일치해요.

이동진: 인간의 삶이라는 게 육체를 컨트롤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동극 같은 느낌이 들어요. 10대 시정에는 몸이 변하고 2차 성징이 일어나면 컨트롤하기 힘들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성장하면 고삐가 잡히면서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데 그때가 죽을 때가 된 거잖아요. 사람의 인생 자체가 정신이 육체에 적응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면서 빚어내는 소동극 같은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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