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Top Team

우리 팀 구성원 모두가 일등이라는 자부심을 불어넣어준 것

by 물가에 앉는 마음

Top gun, Top helligun은 군대에서 제일 사격을 잘하는 비행기,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붙여주는 영예로운 명칭입니다. 우리 회사 내에서도 ‘한전KPS인’하면 당해 연도 최고로 성과가 좋고 존경받을 직원에게 부여하는 명예로운 상입니다. 이외에도 경영평가를 하면 처실 및 사업소의 성과를 따져 순위를 매기는데 아직까지는 팀 단위 조직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목의 Top Team, 즉 전국 최고의 팀이란 뜻이지만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제가 사업소에 근무할 때 부서원들에게 洗腦敎育(세뇌교육)을 시키는 데 사용했던 단어입니다.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은 5년 이상 같은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디를 가든 전국 최고의 팀, 영광3 전기팀 일원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또한, 영광3 전기팀 소속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일 할 때는 물론 심지어는 술집에 가서도 전기팀 식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은 전국 최고 직원이었습니다. 협력직원들까지도 눈에서 빛이 났고 계약직원들 발걸음은 쟀습니다. 이렇게 된 이면에는 밑바탕에 깔려있는 전기팀만의 문화적 배경이 있습니다. 시운전사업소이다 보니 적은인원으로 출발했고 직원보다 협력직원, 계약직원이 많았습니다. 직원들은 협력직원과 계약직원들을 친동생처럼 대해줬는데, 아마도 그 전통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협력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시간 외 근무를 하면 직원들이 퇴근하지 않고 기다려줍니다. 박봉에 차를 굴리지 못하는 협력직원들이 대부분이니 그들을 퇴근시켜 주느라 기다려주는 것이지요. 퇴근 후에는 포장마차에서 간단한 요기까지 시켜주니 같은 식구 대접을 받은 협력직원들이 직원들 말을 잘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협력직원, 계약직원 모두가 한솥밥을 먹는 한식구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주니 그들도 최고 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눈에서 빛이 나고 직원들이 일을 시키면 뛰어다니면서 일합니다. 전기팀이 잘 나간다는 이야기가 돌자 타사업소 직원들이 휴가내서 면접을 보러 옵니다. 심지어는 2번이나 휴가 내어 찾아온 직원이 있을 정도이니 우리 팀이 Top Team으로 불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자부심을 갖고 있는 직원들이 모여 있으니 저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팀장이 와도 우리 팀이 최고의 팀으로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니 바보팀장이 현장에 있을 때 잘한 것은 있었습니다.


변압기와 스위치야드 지역 잡초는 제가 뽑고 다녔습니다. 우리 팀이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니까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직원들이 제가 신경 쓰지 않게 현장업무를 처리해 주니 잡초 뽑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잡초를 뽑고 다니니까 직원들도 해당지역에 가서 정비가 끝나면 주변 잡초를 제거합니다. 발주처 사무실과는 떨어져 있었고 건물에 가려져있어 잡초 뽑고 다녀도 발주처 식구들 눈에 띄기 어려웠습니다. 5년여를 잡초 뽑고 다녔는데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구역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경영자과정 교육을 받기 위해 본사로 발령받고 이임인사차 발주처에 갔는데 놀랍게도 잡초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팀장님 본사로 가시면 이제는 누가 잡초를 뽑아줄 것인지 걱정됩니다.’ 설비 운전 상태를 돌아보면서 주변 잡초를 제거한 것이 고객들에게 신뢰 있는 행동으로 비친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가면 후임팀장이 올 것이고 후임팀장이 당연히 뽑을 겁니다. 그리고 팀장이 뽑지 않는다면 직원들이 뽑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전기팀 사무실에는 여러 개의 박스가 있었습니다. 전기설비를 정비하려면 세척제, 윤활제, 먼지제거제 등 여러 가지 스프레이를 사용합니다. 직원들은 사용하다 모자라면 불편하니 의례 새것을 갖고 현장에 갑니다. 사용하다 남은 스프레이 캔을 모아두는 박스를 만들어 놓으니 새것만을 들고나가던 직원들이 사용하던 것을 여러 개 갖고 가서 빈 캔이 될 때까지 사용합니다. 우리 회사 자재도 있고 고객사 자재도 있는데 모든 것이 돈이고 외화이니 아껴 써야 한다는 의미의 재활용 박스입니다.

장갑수거용 박스는 사용한 장갑을 수거 후 빨래하여 재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사용한 장갑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면 세탁해서 재사용하는데 직원들은 오히려 버플이 일어나지 않는 재활용장갑을 좋아합니다. 3~4번 정도 재활용 후 인근 농가에 갖다 주면 농부들은 장갑을 헤어질 때까지 사용합니다. 장갑공장에서는 매출이 줄어든다고 불평하겠지만 장갑 만드는 원료가 목화이니 이것도 외화입니다.

흔히 현장에서는 정비용 자재 문제로 고객과 트러블이 발생하는데 우리 팀 재활용박스를 본 고객들은 우리 직원들이 자재구매를 요청하면 거절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우리 팀 작업현장은 먼 곳에서 봐도 금방 표가 납니다. 안전띠로 작업구역을 설정해 놓고 자재, 장비가 가지런하게 정돈되었다면 우리 직원들 작업구역입니다. 물론 다른 팀도 안전띠로 작업구역을 설정해 놓지만 Top Team의 자부심이 있는 직원들이 설치한 안전띠는 각이 잡혀있고 한눈에 봐도 공을 들여 쳐 놓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의 없이 돼지불알 옭아매듯 얼기설기 매어 놓은 것과 내가 정비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안전띠를 설치한 것은 금방 표가 납니다. 새벽에 출근하면 전날 작업현장을 둘러보게 되는데 야간작업을 마친 장소는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연속작업을 위해 가지런하게 정돈된 부품들이 비닐로 덮어져 있는 곳은 영락없이 우리 직원들이 작업하다 퇴근한 장소입니다. 간혹 정리정돈이 부실한 곳도 있습니다. 그런 곳에는 제가 메모를 남겨 놓고 옵니다. ‘왔다 갑니다. 다음에는 보기 좋게 정리 정돈하고 부품 식별표를 붙여 놓기 바랍니다.’ 잔소리하는 것보다는 효과백배입니다.


제가 현장팀장 할 때 잘했다고 생각나는 것은 우리 팀 구성원 모두가 일등이라는 자부심을 불어넣어준 것, 청소하는 것, 자재 아껴 쓰는 것, 정리 정돈하는 것이었는데... 이상하지요? 가장 기본적이고 업무에 도움 되지 않을 것 같은데도 전국 최고의 팀이 되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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