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언더우드著, 황금사자刊
저자인 피터 언더우드는 저와 동시대,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제가 어릴 적 살았던 연희동 신문사주택 위 언덕배기에 외국인촌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어릴 적 친구였을지도 모를 피터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5. 재벌 경제, 변화가 필요하다.
리더가 바뀌지 않으면 한국은 바뀌지 않는다. 교육을 바꾸는 것도, 상명하복의 군림문화를 없애는 것도, 조직문화를 창의적으로 바꾸는 것도 모두 리더가 결정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 리더의 모범은 리더가 가지고 있는 많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7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몇몇 재벌가족에 의해 주도되어 왔으며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재벌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구에도 한국의 재벌과 유사한 기업집단이 있지만 주주의 이익을 위한 주주자본주의로 운영되고 있으나 한국의 재벌은 가족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한다.
- 재벌가족이 보유한 지분은 2% 남짓이나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자손들이 대를 이어 경영을 하고 있는데 왕보다 왕자들이 똑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데 문제가 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세습되는 북한을 미덥지 못하게 바라보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잘해왔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뭐가 문제냐? 는 재벌의 반론은 아직까지의 결과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문경영인을 그룹사 사장으로 영입했지만 그들이 총수의 눈치만 보는 ‘월급사장’ 일 경우에는 선진국화가 될 수 없다.
- 후세 경영인들이 많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바지사장이 아닌 전문경영인들을 영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2001년 세워진 현대글로비스는 매출이 6조 원에 가깝다. 현대와 기아가 일감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라면 물류회사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 생겨날 수 없다.
- 2008년까지 360억 달러(40조 원)를 기부한 빌게이츠는 자식들 1명당 1000만 달러밖에 남겨주지 않았다. 40년 전 우리나라의 선각자 유일한 박사는 기업은 사회의 공유물로 여겨 자손들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 아들 유일선은 대학을 졸업했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유서를 남겼다.
6. ‘인연’을 버리고 ‘이성’을 세우자.
개인은 조직의 부품이 아니다. 개인을 조직의 부품으로 보는 것은 전제주의적 발상이고 구시대의 유물이다. 따라서 아랫사람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더 넓은 생각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도록 북돋워야 한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 해 인연의 끈을 끊고 이성의 기둥을 세우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 2002년 월드컵,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이 예상을 깨고 4강 신화를 이끌었는데 한국경제에 대단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한다. 이전까지 연줄에 의해 선발했지만 히딩크는 실력을 중시했다. 남들이 기술과 고정된 전술을 중요하다 했지만 체력과 정신력강화훈련을 했고 창의성을 중요시했다.
- ‘오로지 실력만으로 선수를 선발한다.’는 당연한 사항을 한국에서는 ‘인연’만을 중시하느라 도외시했다. 아직까지 한국을 이끌어온 원동력 중의 하나는 ‘우리’이고 우리에서 파생된 것이 ‘인연’이다. 파생된 ‘끈과 인연’이 한국을 망치고 있다. 능력이 있어도 서울대 연, 고대가 아니면 주류에 끼지 못하는 문화가 고착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SKY 출신들도 도전정신이 없다. 학벌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이기보다는 안정적이며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고소영내각, 형님예산, 코드인사는 지도층인사가 모범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이다.
7. 개방은 경쟁력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미래를 생각한다면 도심 한복판에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대학 강단에서 수백 명의 외국인 교수들이 강의를 하며, 전경련 모임에 수백 명의 외국인 최고경영자가 참석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 고구려와 발해시대를 빼고는 한국은 섬나라다. 국사독재시대에는 정보를 차단해 더욱 고립되었다. 외부와의 단절은 공동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고 결속력과 충성심이 높지만 외부사회에 대해 부정적이다. 진짜 섬나라 일본은 정경유착, 연공서열, 동경대중심의 학벌주의, 튀는 것을 용납지 않는 평등주의가 심하다.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한계가 있는 나라로 인식되어진다.
- 한국기술, 한국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하지만 1990년대에나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21세기를 맞은 지금 ‘우리 기술로 만든 TV’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1958년 북한에서 처음으로 트랙터 ‘천리마호’를 개발했다. 김일성이 지켜보는데서 시운전을 했으나 후진만 되었다. 김일성은 뒤로 가지만 우리 기술로 만든 것이 어디냐며 눈물 흘렸다. 문호를 개방해서 외국에서 배워오면 그만인데
- KTX-산천 국산화율이 87%라고 국민들은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불량률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가격보다 기술자립률보다 안정적 운영이 우선이어야 한다. 국산화율이 낮고 외국기술의 비중이 높으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 2009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것이 ‘한식의 세계화’이다. 정부가 나서서 한식당을 운영하면 한식이 표준화되고 세계화된다는 이 오만한 발상의 출처가 어딘지 궁금하다. 정부가 운영해서 한식당이 잘되면 기존의 한식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음식의 맛은 소비자가 정하는 것이다. 미국인 입맛과 멕시코인 입맛이 다른데 어떻게 표준화하여 살아남을 것인가.
8. Fire! Aim! Ready!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외국 비즈니스맨들에게 설명할 때 우스갯소리로 한국은 발사! 조준! 준비!(Fire! Aim! Ready!)의 나라라고 설명한다. 준비와 조준이 필요 없이 일단 쏘고 나서 뒷일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무모한 도전은 성공하면 짜릿하지만 실패할 때 치러야 할 대가도 크다. 그리고 한국은 이제 그 무모한 도전을 멈추고 좀 더 신중히 나아갈 것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 2009년 문화체육부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했는데 긍정적인 답변 중 1위는 ‘한국인은 부지런하다.’ 부정적인 답변 중 1위는 ‘빨리빨리’였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한 손으로는 유모차에 탄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그 와중에 쇼핑을 하는 것을 보면 기적에 가깝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또 경제대국으로 크기까지 빨리빨리 문화는 지대한 공을 세웠다. 패스트 팔로워였기에 이런 습성이 생겼다.
- 그러나 퍼스트 무버의 숙명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퍼스트 무버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뒤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이러한 창조적인 아이디어제품은 빨리빨리 문화에서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 한국경제는 세계 10위다. 이러한 실패를 빨리빨리 문화로 극복하기에는 너무 멀리, 너무 앞선 자리에 와있다. 일단 빨리 해놓고 보는 것이 결코 효율적이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규모가 커질수록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할 짐이 생기는데 그것이 Risk이다. ‘하다가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는 시기를 넘어선 것이다. 리스크가 주는 데미지의 크기를 좀 더 절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4대강사업도 우선 1개만 했으면 국민들을 설득하기 쉬웠고 리스크도 적었을 것이다.
- 빨리빨리의 반대말은 천천히가 아니라 신중함이다. 이제는 준비 - 조준 - 발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