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펜싱을 발로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을까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은 타 기업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가 고민합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지요.
제가 울진 1 발전소에 발령 받은 1995년, 사택이 있는 죽변읍은 공산품에 관한 한 독점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집들이용 벽걸이 시계를 사러 갔더니 주인이 권장소비자가격을 부릅니다. 서울의 2배 정도나 되어 깎아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두말 않고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아하던 일을 계속합니다. 죽변읍내에는 자기 집만 시계를 팔고 있으니 콧대 높은 장사가 가능한 거지요. 당시 횟집 말고는 경쟁이 없었던 죽변읍내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든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4~2009년 6년간 연평균 59만 5336개가 창업을 했고 57만 7501개가 문을 닫았으며(창업 3년 내 46.9%가 폐업하고 7.5%는 개업하자마자 폐업합니다.) 이중에는 창업퇴직자들 누구나가 첫 번째 사업으로 생각해 보고 첫 번째로 많이 망한다는 사업은 통닭집도 포함됩니다. 그렇다고 망한 사람들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닭을 튀겨내는 것만은 아니고 제각각 특색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는 통닭을 오븐에 구워서 느끼하지 않다고 선전하고 어느 집은 초절임 마늘을 올려놓아 느끼하지 않다고 선전하며 최소한 옆집 통닭보다는 맛있다고 광고하는데도 망합니다. 모두가 옆집보다 맛있다고 선전하는데 옆집만 망했다는 통계는 나오지 않습니다. 소비자, 즉 고객 선택을 받지 못해 망했을 테지만 선택받은 통닭집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선택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통닭집의 본질은 ‘맛’입니다만 모든 통닭집이 특색 있는 ‘맛’을 자랑하고 있으니 주변 통닭집보다 빠르게 배달하거나, 친절하거나, 위생적이거나 잘하는 것이 하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 중장기기술개발계획을 기획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를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Westinghouse, AREVA 등 세계 유수 기업은 설계, 제조기술을 밑바탕으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고 몇몇 중소기업 들은 특화된 기술을 대기업에 팔거나 독자적으로 기술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발전설비 국산화율이 높아지면서 국내 시장도 흡사하게 뒤를 따라갈 것인데 우리 기술개발전략과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하루는 본부장님께서 우리는 왜 발전소 수명평가를 하지 않냐? 미래의 유망하고 커다란 사업이 될 것 같은데 우리도 연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수명평가시장이 큰 것은 확실하고 우리도 수명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회사에 비해 더 잘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수원은 100명이 연구하는데 우리는 5명이 연구하고 100억을 투자하는데 비해 우리는 5억을 투자합니다. 또한, 현 상황에서 수명평가는 발전소 오너가 더 잘하는 분야이기에 이번 중장기기술개발계획에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정비용 로봇과 자동화장비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비하면서 연구 Needs를 파악하는 반면 타 회사는 정비하지 않고 연구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로봇개발 역사는 오래되었고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를 만들어 기술력을 뽐냈지만 원자력발전소에 로봇을 투입한 실적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정비용 로봇과 자동화장비를 개발하는 분야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라 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전무님께 정답을 말씀드렸는지 모르겠네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선도기업과 대기업도(우리 회사도 대기업이나 연구 분야는 대기업이라고 판단되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데 우리는 그간 백화점식 연구개발을 해왔지 않나 되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 예측이 맞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세계시장에 ‘내노라’하고 선보일만한 물건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세계시장에 내놓을만한 히트작품을 개발하지 못해 성공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런던 올림픽을 보면서 될 것 같다는 약간의 희망을 찾아냈습니다. 펜싱은 프랑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서구 스포츠이며 펜싱강국이기도 합니다. 서구스포츠로만 인식되었던 펜싱종목에서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낸 이유를 보니 리치가 짧아 절대 불리한 여건을 발의 재빠름으로 이겨낸 것입니다. 리치가 짧은 우리나라가 서구와 같이 손기술만으로 승부했다면 백전백패였을 텐데 외국선수보다 2배 빠른 발걸음으로 펜싱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o 수많은 동네 통닭집 중 살아남은 통닭집은 어떻게 옆집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을까요?
o 펜싱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는 우리나라 선수가 잘할 수 있는 요소, 장점을 찾아낸 것인데 어떻게 펜싱을 발로 하는 경기라고 생각했을까요?
o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