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제도, 枯死(고사)시키기

제 손으로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없애 버리려 합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사업소 기술개발’이라는 제도가 기획된 계기는 사업소에서 기술개발을 하고 싶어도 財源(재원)이 없어 하지 못한다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함이었고 십수 년 전 제가 기획했습니다. 당시에는 제안제도 밖에 운영하고 있지 않아 財源이 소요되는 공기구, 툴, 장비를 개발할 수 없다는 사업소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도 신선한 시도였던 것으로 기억되며 요즈음에는 발전사들도 운영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2011년까지 500여 건의 기술개발과제가 완료되었고 30여 건의 과제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긍정적인 효과로는 모든 직원들이 뜯고 조이는 정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편의 및 정비방법상 불편사항들을 어떻게 연구, 개선할 것인가?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대외적으로도 우리 회사가 적극적인 정비를 시행한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입니다. 또한 사업소 기술개발과제와 산업재산권 출원 간 상관관계가 30~35% 정도 되니 그간 지식재산권 200여 건이 사업소 기술개발과제로 인해 확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업소 기술개발 제도가 사업소 경영평가와 연계 강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일부사업소에서는 불편한 제도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기술개발을 할 만한 소재가 고갈되었는데 강제적으로 시키니 죽을 맛이다. 현장업무하기도 바쁜데...’ 경영평가 가점을 취득하기 위해 사용가능성이 적은 장비를 개발하여 死藏(사장)시킨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현상이 이렇다면 큰일입니다. 돈 들이고 현장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시간도 돈입니다.) 연구해야 하나 정작 개발품이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회사로서는 이중, 삼중 손실을 보는 셈입니다.


제 손으로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없애 버리려 합니다. 다른 분이 만든 제도라면 없애버리는데 주저하고 고민했을 수도 있으나 제가 기획한 제도이며 취지와 목적을 잘 알기에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順機能(순기능)은 살아있어야 하기에 逆機能(역기능)적인 부분만 枯死(고사)시키려 합니다. 작년에는 기술개발과제를 수행하지 않아도 경영평가 점수 만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경영평가 산식을 개선했으며 올해는 경영평가요소에서 삭제하였으므로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쓸모없는 장비 또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아도 됩니다. 올해부터는 회사와 사업소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장비만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제도를 枯死시키는 건에 대해 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지식재산권 출원이 회사 경영목표와 연계되어 있으므로 폐지에 가까운 조치를 취하면 경영목표 달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2011년도 운영결과를 분석해 보니 지식재산권 출원분야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결론을 얻었습니다.

지식재산권출원은 개발된 실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기술개발과제의 아이디어만으로 출원신청하면 자문변리사와 선별하여 처리할 것이므로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도의 역기능적인 부분을 고사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여러 사업장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아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으려면 올해 회사의 경영목표를 무난히 달성되어야 하고 여러 사업장에서 ‘거추장스러운 제도를 속 시원하게 뜯어고쳤다.’라고 박수를 많이 쳐 주셔야 합니다. 내년 이맘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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