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청춘의 독서(유시민著, 웅진지식하우스刊)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물가에 앉는 마음

‘이제 갓 세상에 나가 길을 찾는 딸에게’ 헌정하는 이 책은 저자의 삶과 방향에 영향을 주었던 14권의 책에 대해 시대 배경, 내용 분석 및 서평이다. 책 내용보다 ‘오래된 지도를 다시 보다’라는 부제가 붙은 머리말에 마음이 끌렸다.


머리말: 오래된 지도를 다시 보다.

길을 잃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여정을 떠났지만,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차례차례 다른 길을 선택해 멀어져 갔다. 아픈 다리 서로 달래며 지금까지 동행했던 사람들도,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곳에서부터 함께 걸어왔던 이들도 생각이 조금씩 달랐다. 날이 저물어 사방 어두운데, 누구도 자신 있게 방향을 잡아 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망연자실 넋 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다. 이미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도 못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서 무엇이 어긋났던 것인지 살펴보는 일뿐일 것 같다.

달그림자와 별을 살펴 방향을 새로 가늠해 보고, 갈림길과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도움받았던 낡은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이 지도에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시 내가 지도를 잘못 읽은 것일까? 온갖 의심이 먹구름처럼 밀려든다. 나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긴 여정을 함께했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나왔다. 이것은 문명의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던 위대한 책들의 이야기이며, 위대한 책을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책들에 기대어 나름의 행로를 걸었던 나 자신과 그 과정에서 내가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내 삶에 깊고 뚜렷한 흔적을 남겼던 이 책들은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 그때 들었던 것과는 무척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명색이 글쟁이면서 아내에게 헌정한(?) 책이 여태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면목이 없다. 그래도 이 책은 아내 K의 허락을 받아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 제 나름의 인생 항로를 설계하고 있는 딸 S에게 주기로 했다. 아내와 나는 우리가 그 나이였을 때 있었다면 좋았을 책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 책을 주면서 사랑하는 딸에게 말하고 싶다.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소개된 14권의 책과 책에서 전하는 묵직한 한 마디를 소개하면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이 말한다.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산다. 선생의 글을 다시 읽으니 선생이 내게 묻는다.

너는 지식인이냐.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너는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 사람이었느냐. 관료화된 정부와 정당 안에서 국회의원,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비판적 지성을 상실했던 적은 없었느냐.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느냐. 너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느냐.

부끄럽다.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다. ‘사상의 은사’ 앞에 서는 것이 정녕 이토록 두려운 일인가.

-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당 선언’

- 토머스 맬서스 ‘인구론’

- 알렉산드르 푸시킨 ‘대위의 딸’

- 맹자 ‘맹자’

- 최인훈 ‘광장’

- 사마천 ‘사기’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 찰스 다윈 ‘종의 기원’

-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193. 2022학번, 유망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