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남자의 물건(김정운著, 21세기북스刊)

마음의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김정운교수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수지만 조금은 튀는, 그래서 교수 같지 않은 사람입니다. TV강연에서 인간심리 저변에 깔린 이야기에 야한 색깔을 입혀, 또는 교수 같지 않은 세속적인 이야기를 해대는 사람이 책을 썼다고 해서 읽어 봤는데 제목은 외설적이지만 내용은 인간심리를 다룬 책입니다.


이 쩨쩨한 인생은 도대체 누가 결정했나.

나는 수첩을 자주 바꾼다. 만년필도 일 년에 수십 자루 산다. 한번 결혼하면 마누라는 바꾸기 힘들고 자식은 절대 못 바꾼다. 아파트는 쉽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이들 교육환경, 집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전적으로 마누라가 결정한다. 기껏해야 자동차를 바꾸는데 평생 서너 번 정도다.

선택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근거인데 선택의 자율을 박탈당했기에 우리의 삶이 재미가 없다.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면 좌절하는데 좌절한 이 땅의 사내들은 밤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다양한 폭탄주를 제조한다. 내 돈 내고 마시는 술이니 내 마음대로 섞어보고 싶어서.

술도 못 마시고 고작해야 수첩이나 바꾸며 만족해야 하는 ‘이 쩨쩨한 인생은 도대체 누가 결정했는가?’ 이런 젠장, 내 나이 오십인데


설레는가? 그럼 살 만한 거다!

이 사회에는 감각적이고 말초적 재미만 남아있다. 딸 같은 걸 그룹 허벅지나 아들 같은 아이돌그룹 초콜릿 복근이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모여 앉아 막장드라마 이야기를 반복하고 허구한 날 정치인 욕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흥미진진해지지 않는다. 폭탄주 마시며 룸살롱에서 아가씨와 아랫도리 비비는 방식으로는 절대 즐거워지지 않는다. 설렘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간 내 일상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된다. 내가 가슴 설레며 기다렸던 일을 기억해 내면 된다. 바로 그 일들이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이며 그 설레는 일들을 끊임없이 계획하며 살면 된다. 설렘이 없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계절이 바뀌는 거다. 설레라고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기쁨을 안다.

독일어 중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그림, 글과 어원이 같은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로 본다면 그리움은 생각과 같은 단어다.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삶에 감사한다. 그래서 가끔은 외로워야 한다. 가슴 저린 그리움이 있어야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기쁨, 가족에 대한 사랑이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내 삶이 허전한 이유는 그리움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유

살다 보면 그런 인간이 꼭 있다. 도무지 남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나 같은 교수들. 평생 남을 가르치기만 할 뿐 남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양 100마리를 끌고 가는 것보다 교수 3명을 설득해서 데리고 가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남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 심각한 의사소통 장애의 원인은 의미공유가 안되기 때문이다. 결혼 25년 차인 나에게 아침식사는 사랑이다. 하지만 내 아내에게 아침식사는 배려다.


제발 ‘나 자신’과 싸우지 마라

새해는 결심하라고 있는 거다. 결심하지 않으면 절대 새해가 아니다. 그런데 새해 결심은 왜 죄다 작심삼일일까? 담배를 끊고 조깅을 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내 의지가 박약하고 인내심이 없어서 한숨을 쉬지만 절대 내 잘못은 아니다.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 고봉을 정복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과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에는 ‘나 자신과 싸워 이겨 기쁘다.’고 한다. 왜 자신과 싸우려 들까? ‘올해는 내가 좋은 일만 한다.’ 백두대간 종주도 하지 말고 차가운 바닷물에 다이빙도 하지 말자.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고 하고 싶은 일만 하자. 남이 시켜 억지로 하는 일은 절대 하지 말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된다.


시간은 언제부터 미친 걸까?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자꾸 빨리 가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간단명료하게 화상효과라고 이야기한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들이 많으면 길게 느껴지고 기억할 게 없으면 짧게 느껴진다. 가슴 설레는 기억이 많았던 학창 시절은 천천히 흘렀다. 언제부터인가 시간이 미친 듯 날아갔는데 바브기만 했지 기억할만한 일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측정한 현재의 길이는 약 5초 정도다. 제발 현재를 구체적으로 느끼며 살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시간이 미치지 않는다.


마음의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나를 알아보고 팬이라며 책에 사인을 해달라는 참 예쁜 간호사가 안내할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다. 뒤가 트인 바지를 입고 누워 다리를 들어 올렸다. 젊은 의사가 초음파 막대기로 찔러 넣었는데 참 예쁜 간호사만 없었어도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젊은 의사는 짜증을 내며 괄약근의 힘을 빼라고 했다.(젠장, 예쁜 여자 앞에서 네가 한번 당해봐라. 힘이 빼지나)

왜 견디기 힘들게 마음이 아프다고 아우성인데 마음의 정기검진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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