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7. 잘 살고 있는지?(5): 도파민 과다

분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전편의 마지막 문단: 성경에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특정 상황과 조건에만 감사해 할 것이 아니라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감사하라는 말씀이다.

짧은 구절을 받아들이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경은 무조건 믿는 것인데 의구심을 갖고 읽고 뜻을 이해하려 하니 수긍하기 어려웠다.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길가 흔하게 피어나는 개나리 봉오리를 보고도 행복하다면 이 세상에 행복하지 않을 일이 없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 데살로니가전서 5:16-18 -


전편 제목이 ‘잘 살고 있는지?(4): 생각보다 멍청한 뇌, 洗腦’였다. 오늘도 뇌, 행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 한다.


斗酒不辭(두주불사)의 주량만을 봤을 때는 强骨(강골) 체질로 생각했지만 선천적으로 腎臟(신장)이 좋지 않다. 굳이 따지면 父系遺傳(부계유전)으로 정상인에 비해 腎臟기능이 빨리 저하된다. 腎臟은 침묵의 장기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늦기에 腎臟기능 저하로 통증이나 불편함은 아직 없다. 최근 찾아온 痛風(통풍)도 腎臟과 유관하다. 몸의 필터기능을 하는 腎臟이 제 역할을 못하니 병이 찾아온 것이다.

정기 검진 시 염분섭취를 줄이고 물을 많이 마시라는 의사 경고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나이 들수록 생활이 심플해져야 하건만 腎臟, 痛風, 高血壓 등 병은 늘어나고 지켜야 할 수칙과 금해야 할 음식물도 증가한다.

어른들은 쓸데없는 것까지 물려주셨지만 世上事 塞翁之馬(세상사 새옹지마)이고 모든 것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父系遺傳 덕에 과반수이상 국민이 감염된 코로나에 아직 걸리지 않았다. 면역력을 유전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처방약에 기본으로 포함된 소염제는 腎臟 기능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감염에 의한 소염제 복용을 예방하기 위해 조심하고 있어 감염되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술도 끊었으니 사적모임이 대폭 축소되었다. 어지간한 애경사는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술을 끊은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그토록 마셨던 술이 인생총량의 법칙에 따라 한계에 도달한 것인지, 세월의 풍파가 건강을 갉아먹어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마시려 한다면 예전 실력대로 술이 술술 넘어갈까 한편으로 걱정스럽지만 술 마시고 싶은 충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필히 참석해야 할 慶事(경사)에서 前 직장 선, 후배님들을 만났다. 오래전 모셨던 처장님도 오셨고 막내였던 직원은 중후한 중년이 되었으며 퇴직이 멀지 않았다. 후배님들도 주름과 흰머리가 생겨 이제는 외모로 선, 후배를 구분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세월의 흔적을 숨길 시기도 지났고 당당하게 보여줄 연배도 되었다. 세월의 흐름은 선, 후배 구분 없이 공평하다.

멋진 銀髮(은발)의 선배님이 며칠 전 누가 건네주더라며 90년도 사진을 보여주신다. 장발의 청년이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었고 뒷모습만 보이는 청중 속에는 분명 나도 있었을 것이다. 청중들 모두 머리도 검고 한눈에도 젊어 보인다. 사진 속 마이크를 쥐고 있는 장발의 청년은 현재 銀髮의 선배님이시다. 장발의 청년은 롤 모델이었던 처장님으로 당시 나이 40이고 나는 30을 갓 넘긴 시기다. 아! 벌써 30여 년이 흘렀군요. 사진 속 나이 40인 처장님이 청년으로 보일만큼 흘러간 덧없는 세월.

.

사실 퇴직할 때까지 일에 미치고 회사에 미쳐 시간 흐름과 나이 먹는 줄 모르고 살았다. 회사 출근하면 마음이 푸근했고 동료들이 함께 했기에 행복했다. 어쩌면 ‘행복한 출근길’이라며 자기 자신을 기만했는지 모른다.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하는 것을 보고 혹자는 미쳤다고 했다. 맞다. 미치지 않고서야 몇십 년 동안 새벽같이 출근할 수 없으니 제삼자 눈이 정확할 것이다.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이야기했는지 알 수 없으나 혹시 배경에 ‘도파민’이 있지 않을까 한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행복호르몬으로 행복, 쾌감, 기쁨 등의 기분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면 행복이 넘쳐나는 것을 넘어 조증, 정신분열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회사=행복’이란 미친 등식은 도파민 과다분비 증상이 만든 것인지 모른다. 도파민과다는 또 다른 증상도 유발하는듯하다. 이상하게 회사 다닐 동안 나이 먹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퇴직 후를 준비해야 하는 임금피크기간 2년간을 현역처럼 일했다. 보직을 놓았지만 업무에 대한 기억력은 여전히 날카로웠으며 업무환경 분석과 흐름을 읽는 눈도 흐려지지 않았었다. 재직中 환갑을 맞고도 감흥이 없었으며 나이 60을 현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퇴직 후 반려견 발걸음이 나보다 빠르다고 느끼며, 조금 전 생각했던 이야기 소재가 노트북 앞에 서면 생각나지 않는 것을 경험하며, 시간이 남아 무료해지려 할 때 비로소 세월과 나이가 비례하는 정상궤도를 찾은 것 같았다. ‘아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이제는 도파민과다에 의한 조증에서도 벗어나려는가보다.’


나이와 비례한다는 세월의 속도에 스쳐 지나는 바람도 덩달아 빨라진다. 검었던 머리카락은 스치는 바람에 서리 내린 듯 희끗해지고 어느샌가 백발이 된다. 피부는 거칠어지며 기억력도 떨어진다.

莊子(장자)적인 관점에서 보면 ‘덧없이 흘러가는 인생은 백마가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빨리 지나가는 것’과 같은 순식간의 일이다. 너무 빠른가요? 너무 빠르면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니 조금 긴 것으로 예를 들겠습니다. 낚시하며 들었던 생각인데 ‘인생은 가을 잠자리의 낡은 날개처럼 사그라지는 것이다.’ 한여름 자유자재로 빠른 곡예비행을 뽐냈던 잠자리도 가을이 되면 낡아서 얇아진 날개로 힘겹게 비행한다. 잠자리 날개도 세월의 풍파는 비껴가지 못한다. 늦가을, 힘에 겨워 풀섶에 앉아 숨 고르는 잠자리의 구멍 난 날개에서 노년의 삶을 본다.


과다분비 되는 것도 문제지만 도파민이 부족하면 우울증이 생기며, 기억력이 저하되고 집중력을 잃게 되어 무기력해질 수 있다. 잠자리날개가 얇아지기 전 도파민을 분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2023.08.27 임순형Dream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9.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고도원著, 해냄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