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所有權(소유권)도 팔아보려 합니다.
우리 회사는 기술회사이며 국내외 현장에서 기술을 팔고 있으니 ‘드디어 기술을 팔았습니다.’라는 제목은 정확한 제목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 회사가 기술을 판매하고 있는 형태는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서 정비하는 것이며 매출의 일부는 제작판매부분도 있습니다. 수년 전 R&D 결과물을 한수원에 제작, 판매한 적이 있으며 GT정비센터에서는 가스터빈 부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판매한 기술은 정확히 말하면 ‘기술의 實施權(실시권)’입니다. 실시권이란 특허권자 이외의 제삼자가 특허법 규정 또는 당사자 간 약정행위에 의해 당해 특허발명을 업(業)으로 실시할 수 있는 권리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한 것입니다.
기술의 권리도 사고파는가?
우리 회사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도 미국 Westinghouse와 GE의 기술을 사용하면서 기술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20억 원이란 막대한 금액을 기술료로 지불했습니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화제입니다. 특허를 도용했다/아니다. 디자인도 도용했다/아니다. 어쩌면 거대기업의 존망을 결정지울 수 있는 사안이라 두 회사는 사력을 다해 법정공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로열티가 붙어 맥도널드 햄버거, 코카콜라, 스타벅스 커피도 매출액 일정 부분을 해외 본사에 지불해야 합니다. 요즈음에는 식물 종자에도 로열티가 붙습니다. 올해부터는 김, 미역 등 해산물에도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가 지불해야 할 로열티는 205억 원에 이릅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국산이지만 종자를 개발한 회사에 로열티를 줘야 합니다. 세계 종자 시장에서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합니다.
솔루션센터에서 연구를 주도한 ‘터빈-발전기 진동감시를 위한 원격진단시스템’은 네트워크를 통해 진동을 실시간 원격 감시할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입니다. 일반 진동 장비와 같이 휴대용으로도 제작할 수 있으며 고정 설치를 하여 사무실에서도 진동상태를 감시할 수 있습니다. 외국 선진사에서도 유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할 것 같지만 국산화기술을 개발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제품화할 경우 외산 장비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장비 제작 업체에서 상용화하여 판매하기 위해 우리 회사 의향을 물어 왔고 지루한 협상을 통해 실시권 허여에 따른 기술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기술료 대가 산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본 기술은 외부 판매를 목적으로 개발한 장비가 아니므로 솔루션센터에서도 판매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기술개발실에서도 연구원, 솔루션센터 등 연구기관에게 R&D결과물을 판매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정작 구매희망자가 나타나니 준비가 전혀 안된 부서는 솔루션센터가 아니라 기술개발실 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업체와 협상과정에서 기술료를 받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會計學(회계학)적으로는 기술의 미래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이 있으나 실제 대가 산출을 하려면 여러 가지 변수가 많습니다.
- 본 기술은 벤츄리 네바다 등 외국 진동장비 제작사 기술보다 월등한 기술이 아니며 신장비가 지속적으로 출현하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기술적 가치가 감소합니다.
- 우리 회사는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계획이 없으므로 실시권을 허여 하지 않는다면 취할 이득은 하나도 없습니다.
- 구매를 희망하는 업체는 단 한 곳이고 업체 매출은 연 30억 수준이나 제품생산과 판매능력은 우리 회사보다 앞섭니다.
- 또한, 우리 회사 내부적으로는 연구과제가 종료되지 않아 특허 미출원 상태로 실시권 범위를 한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 변수인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을 한정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 회사의 기술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상태로, 법적으로는 기술이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나쁘게 이야기하면 이번 판매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격이고 좋게 해석하면 솔루션센터와 기술개발실이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눈 소통의 결실입니다. 솔루션센터에서는 개발한 기술 수준과 속성 및 상대회사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었고 기술개발실에서는 회의 결과를 알려주고 협상전략을 수정하였기에 계약이 가능했습니다.
수차례 협상 끝에 실시권 허여에 따른 기술료로 Basic Royalty 5천만 원, Running Royalty는 5년간 매출액의 2.2%로 정했습니다. Basic Royalty는 매출과 관계없이 받는 돈이며 상대회사가 부지런히 영업활동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매출액에 따라 수익규모가 달라지겠으나 상대회사에서 예상한 사업계획에 따르면 총 Royalty는 5.1억 원 규모이나 제가 판단할 때는 3억 원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금액이 적어 실망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돈이니 적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판매의 의미는 금액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창사 이후 첫 번째 사례라는 것입니다. 작년에 某(모) 기업과 체결한 3억 원대 기술료 지급계약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 번째 사례가 아닙니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술 실시권을 판매한 것은 본 사례가 최초사례입니다.
기술 실시권을 판매하는 것은 우리 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며 작년도에 수립한 ‘2020 중장기기술개발계획’에서 추구하는 방향의 한 축이기도 합니다.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서 Royalty를 벌어들이는 사업구조, 멀고 험한 길이겠지만 오늘 첫발을 내딛습니다.
epilogue: 정작 R&D결과물을 판매하려고 하니 기술의 가치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떠한 사항들을 검토해야 하고 어떤 절차로 팔아야 할까? 계약서 문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막히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조언을 아끼지 않은 감사실, 기획처, 관리처, 재무처 전문가들과 기술개발실의 황당한 시도에 대해 격려를 해주신 사장님을 비롯한 주위 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하여 지금 서둘러 판매절차 등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몇 개의 R&D결과물도 유사한 형태로 판매해볼까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시권이 아닌 기술 所有權(소유권)도 팔아보려 합니다. 실시권보다 소유권을 판매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될 때는 소유권판매도 고려해 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