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댓글에 댓글

만나보지 못한 좋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울진 3,4호기 시운전 전기팀장시절 글을 올렸더니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나도 그런 팀장과 일 해봤으면...’ 수많은 일들 중 몇 안 되는 성공한 케이스를 올려놓은 것인데 제 생활의 斷片(단편)만 보시고 그런 댓글을 올려주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순식간에 안티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려도 무방합니다.

- 아닌데, 임 실장 독한 사람인데.(맞습니다. 제 어렸을 적 별명이 일본 순사 였습니다.)

- 그래서 사람은 겪어보고 평가해야 돼.(이 말씀도 맞습니다. 겪어본 사람이 하는 평가가 정확한 평가입니다.)


오늘은 댓글 달아주신 것에 대한 댓글을 달아보겠습니다. 살아가는 데는 서로 궁합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하고 울진 3 사업소 김대리님과는 궁합이 잘 맞은 케이스이니 만남이 해피엔딩으로 끝났고 요즘도 소식을 주고받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버선코를 뒤집어 보여주듯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작은 배려 하나가 감동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간부들은 발령 전 어느 사업소로 가는지 알고 있으니 미리 소속직원에 대한 신상파악을 하고 갑니다. 나이는? 성향은? 심하면 주량까지 파악하고 갑니다. 또 발령 후에는 직원들도 신임 간부에 대해 귀동냥해서 알아봅니다. 언제 입사했고, 잔소리가 심하다. 술집만 가면 엉덩이가 무거워진다...

서로가 서로를 알았으니 자그마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직원은 팀장에게 친형님 대하는 듯

팀장은 직원에게 친동생 대하는 듯

마음만 주면 됩니다.

값나가는 굴비가 아니어도, 송이버섯이 아니어도 됩니다.


제가 94년 울진 1,2호기 기술팀장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팀의 주무가 현재 원자력사업처 최 부장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이사 오기 전이니 홀아비인 저하고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삼겹살만 먹는 겁니다. 삼겹살이 질릴 때쯤 물어봤습니다.

‘울진은 오징어회가 유명한데 왜 삼겹살만 먹으러 가지? 오늘은 회 먹으러 가면 안 되나?’

최 부장曰

‘귀한 손님 모시려고 삼겹살을 먹었지요. 울진에서는 회가 더 쌉니다.’

정말로 그랬습니다. 당시 울진에서는 4인 한상에 3만 원이면 회를 먹었고 모자라면 무한리필 해주니 회가 X값이었습니다.

최 부장 배려를 제가 불평으로 갚았습니다만 최 부장님과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영광 5,6호기 시운전에서 같이 근무했던 협력직원 중 한 명은 이직해 현재 하동화력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아직도 본인 본사로 출장 오면 저에게 전화합니다.

‘실장님 차시간이 남았으니 얼굴 한번 보여주시지요.’

둘이 만나서 막걸리 한잔 기울이지만 특별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요즈음 어떻게 사냐. 애들은 잘 크냐?’

‘부채문제는 해결되었냐?’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하면서 짧은 이야기를 나눈 것에 서로가 만족해합니다.

사실 그 협력직원은 저에게 많이 혼 났던 직원입니다.

‘그런 정신 상태로 일하려면 당장 때려치워라.’

‘발전소밥을 먹으려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일용직원도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너는 뭐 하고 있냐.’

‘네 월급이 얼만데 누가 도우미 있는 술집에 가서 술 먹으라고 했냐. 술 먹으려면 네 수준에 맞게 포장마차를 가야지, 가자 포장마차!’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 들었던 직원이었지만 저녁차 타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막걸리 한잔 기울이고 한사코 밤차 타고 갑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 또한 아직까지 겪어보지 못한 황홀한 일들도 많고, 만나보지 못한 좋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과 멋진 만남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김영미시인도 저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댓글로 소개드립니다.


나의 바깥

- 김영미

사는 일이

사람을 만나거나 이 길 저 길 걷는 길이지만

내가 만난 사람 내가 걸은 길은 빙산의 일각


나머지 빙산은

내가 만나지 않은 사람들 속에 있고

걷지 못할 길 위에 있고 북극에 있고 남극에 있어

나는 모른다


문득 발 앞을 막아서는

노란 민들레꽃

또한 가 닿을 수 없는

나의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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