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이즈 웰 = All is well
명절에 영화 보는 것을 촌스럽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번 추석명절에 두 번이나 촌스러웠습니다. 인도영화 ‘세 얼간이(3 idiots)’와 우리나라 영화 ‘최종병기 활’을 관람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발리우드(Bollywood: 인도 뭄바이의 인기 있는 영화 산업을 일컫는 비공식 이름, 때때로 인도 전체의 영화, 영화 산업을 이르는 말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영화가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이는 인도 커리에서 풍기는 독특한 향신료만큼이나 문화적으로 낯설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만 감동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추석연휴에 관람한 ‘세 얼간이(3 idiots)’의 전체적인 주제는 간단합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행복하다.’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천재들만 간다는 인도의 일류 명문대 ICE, 높은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역발상, 창조적 사고력이 뛰어난 대단한 녀석 란초!
아버지가 정해준 꿈, ‘공학자’가 되기 위해 정작 본인이 좋아하는 야생동물 사진 찍는 일을 포기하고 공부만 하는 파파보이 파르한!
찢어지게 가난한 집, 병든 아버지와 식구들을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하는 라주!
‘세 얼간이’
편견이 가득한 기성세대 시각으로 봤을 때는 세 명의 삐딱한 천재들은 얼간이들임에 틀림이 없으나 진정한 꿈을 찾기 위한 시각에서 봤을 때 그들은 얼간이가 아니라 賢者(현자)입니다.
아마도 이 영화가 성공(적어도 우리나라에서)하게 된 이면에는 비슷한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입시지옥(우리나라에서는 여고괴담으로 표현이 되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영화소재와 같이 모든 것을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아이들을 껴 맞추려하는 세태를 꼬집는 면에서는 흡사한 정도가 아니라 인도나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는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 All is well의 인도식 발음)의 전설
어느 한 마을에 경비가 있었는데 야간 순찰을 돌 때마다 ‘알 이즈 웰~ ~’을 외쳤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마음 놓고 잘 수 있었지. 근데 하루는 도둑이 들었던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경비는 야맹증 환자였어. ‘알 이즈 웰~ ~’이라고 외쳤을 뿐인데 마을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날 온 마을 사람들은 깨달았어. 사람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는 걸…
그래서 속여 줄 필요가 있는 거지.
큰 문제에 부딪히면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하는 거야. ‘알 이즈 웰~ ~’ ‘알 이즈 웰~ ~’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 줬냐고? 아니,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는 거지.
기억해 둬. 우리 삶에 꼭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영화 <세 얼간이> 주인공 ‘란초’ 대사 中
인도 전역의 수재들이 입학하는 ICE, 전국에서 모인 수재들이 또다시 겪어야 하는 학점, 순위경쟁
부모의 기대 또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현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대다수 학생들과 그것을 강요하는 교수님(교수님도 ICE학생시절에는 가장 뛰어난 학생이었다.) 하지만 ‘세 얼간이’들은 그것을 부정하며 좌충우돌, 근엄하고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는 교수님을 골려먹고 권위에 발칙한 도전을 합니다.
결국 ‘세 얼간이’들은 10년 후, 란초는 상상력을 중요하게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자 대기업에서 공들여 영입을 하려는 발명가로, 아버지를 눈물로 설득한 파파보이 파르한은 그토록 원하던 아프리카 동물 사진을 찍는 행복한 사진작가로,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자 했던 라주도 대기업 회사원으로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코믹터치 영화지만 던져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秀作(수작)이었고 낯설지 않은 주제의 발리우드 영화,
‘세 얼간이’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