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아직도 그 처녀를 업고 계십니까?

사업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어느 산중에 기거하는 두 스님이

길을 가다가 다리가 없는 개울을 만났다.

그런데 개울가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처녀가 있었다.

그중 한 스님이 그 처녀를 업어 건너편에 내려주었다.

개울을 건넌 두 스님이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한 스님이 힐난을 했다.

‘그대는 수행자가 돼서 어찌하여 처녀를 업어줄 수가 있습니까?’

그러자 다른 선사가 답했다.

‘스님, 저는 이미 그 처녀를 내려놓았는데 스님께서는 아직도 업고 계십니까!’

- 김의정의《마음에서 부는 바람》중에서 -


凡人(범인)들은 본인 관점에서 세상을 쳐다보고 주관대로 해석합니다. 자기 관점이 틀렸음에도 진실이라고 오판하면 헛것을 보고도 진실이라고 우깁니다. 제가 매주 말씀드리는 이야기들도 제 관점이며 책 읽은 이야기도 제 관점에서 해석하여 보내드리는 것이니 저도 마찬가지로 범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제 멋대로 보고 제 멋대로 해석합니다.


기술개발실에 있으니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달라는 주문도 있고, 기술이 없어 사업을 못한다는 원망도 많이 듣습니다.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건축구조물 진단기술이 없어서...’

‘해외에 진출하려면 NOx, SOx 저감기술도 필요한데 연구원에서 연구개발을 하지 않으니...’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사업하기 편하지만 개발비용은 물론이고 연구인력, 시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 연구능력(연구인력, 예산, 시설 등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인 모든 것)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정부 규제를 받으니 연구 인력 늘리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발전설비(또는 Pilot Plant)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니 부품을 생산해도 실증시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한계이고 걸림돌이지요. 하지만 R&D분야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경쟁회사에 비해 우리 회사 장점은 무엇인가? 조물주가 굼벵이에게도 구르는 재주를 주셨듯,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 우리 회사도 둘러보면 뭔가 장점이 있을 듯합니다.


발전소 정비를 직접 수행하니 불편한 것(이것이 연구개발 Needs가 되겠지요.)을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고 현장여건에 맞게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은 어느 회사보다 뛰어난 능력이며 강점입니다.

제한된 여건 내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해야 하고 한정된 능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건축 구조물 해석, 공해저감 기술개발분야는 우리 회사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모두에 나온 이야기같이 제가 아직도 그 처녀를 업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파악하고 해석한 우리 회사 현실입니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하여 우리 강점을 파악해서 만든 것이 우리 회사 중장기 기술개발계획입니다만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수행에 필요한 기술인데 개발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그래서 구상하게 된 것이 부족한 엔지니어링능력은 전문회사의 손을 빌리자 하는 것이며, TÜV SÜD Korea라는 회사와 R&D 및 Engineering분야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것은 그리 특별한 구상이 아닙니다. 타 회사도 비슷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경제 분야 톱뉴스는 IT분야 합종연횡인데 따지고 보면 같은 이야기입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125억 불에 인수했습니다. 부족한 하드웨어 부분을 보강하기 위함입니다. IBM도 MS 윈도우 등이 등장하자 PC 등 하드웨어 부분사업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깨닫고 PC사업을 접고 IT서비스분야를 대폭 보강했습니다. HP도 소프트웨어 쪽으로 눈을 돌려 영국 데이터 분석 회사 오토노미를 10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부족한 능력을 개발할만한 세계적 기업인데도 부족한 능력을 삽니다.


다시 말씀을 드리건대 우리 회사는 사업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협력하고 더 나아가 M&A도 해야 하며 적대적 관계인 회사와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

TÜV SÜD Korea와 협력을 하고자 하는 분야는

o 원전사업

o 플랜트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o 정부주관 연구개발과제 공동수주

o 발전소 Retrofit에 대한 R&D 및 Engineering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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