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 1면에 나올만한 기술만 개발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자식 자랑이나 마누라 자랑하면 팔불출이라 부릅니다. 집사람, 자동차, 집... 제 눈에 안경이고 자기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인데 분위기 또는 대화 주제가 아님에도 공개적인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八不出의 ‘八’ 자가 여덟 팔이라고 여덟 가지 유형의 바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팔불출은 한자로 八不出이라고 쓰며 원뜻은 8개월도 안 돼 태어난 아이를 말합니다. 우리가 악동시절 센스가 무디고 어리숙한 친구에게 ‘덜 반(여덟 달 반=미숙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듯 八不出은 다른 말로는 칠삭둥이라고도 합니다.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 아이다 보니 지식습득이 떨어지고 행동 또한 정상적인 사람들 보다 못한 어수룩한 사람을 八不出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술자리 八不出이라고 8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나와 있는데 이는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지 원뜻의 八不出하고는 다릅니다.
1. 술 세다고 자랑하는 사람
2. 폭탄주 제조하는 사람
3. 강제로 술잔 돌리는 사람
4. 원샷을 좋아하는 사람
5. 음주 운전하는 사람
6. 안주 없이 술만 먹는 사람
7. 낮술 하는 사람
8. 2차 이상 가자고 고집하는 사람
오늘은 기술연구원의 홍보성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기술개발실에서 연구개발업무를 주관하고 있으니 오늘은 제가 八不出이 되겠습니다.
사실 일반직원들은 기술연구원에서 하는 업무를 알지 못합니다. 그간 기술연구원 자체적으로 사내 홍보가 미흡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홍보부족으로 개발된 기술을 사용하는 현장직원들도 연구원에서 개발한 것인지 아니면 외국에서 기술도입을 한 것인지 구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초에 기술연구원에 소속되어 있을 때, 이 상태로는 연구원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원장과 상의해서 만든 자료가 ‘우리 회사 기술의 현황과 미래’라는 조금은 건방진 제목의 자료였는데 기술개발실로 조직이 분리되면서 ‘기술개발 현황 및 계획’이라는 겸손하고도 소박한 제목으로 변경하여 임, 경영간부님과 처장님들을 모시고 보고 드렸습니다.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되어 있어 제가 또는 연구원에서 일일이 찾아다니며 보고드릴 수 없으므로 기술연구원 보유기술에 대해서는 사보, 세미나, 편지 등을 통해 소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고 자료를 만들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습니다. 제 자신도 기술연구원이 내놓은 연구결과물 중 쓸 만한 것들이 있겠냐는 부정적 시각에서 시작했는데 자료를 취합하다 보니 현장에 적용되는 기술뿐 아니라 공사로 매출을 올린 기술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간 연구원에서는 돈 버는 기술을 개발한 실적이 없다는 부정적 인식을 지우게 된 것이지요. 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많은 결과물들이 원자력정비기술센터와 현장 특정부서로 이관되어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니 표면적으로는 연구원에서는 돈 버는 기술을 만들지 못한다는 인식을 준 것입니다. 자료들을 취합해 보니
- 원자로 하부관통관 검사기술은 25억 원을 벌어들였고
- 원자로헤드관통관 검사기술은 112억 원을 벌었습니다. 이중에는 일본 도마리원전 검사용역대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기술이 일본으로 수출되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물론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남미 등 전세계에 수출됩니다.)
- 이종금속 용접부 SWOL 기술은 2009년 22억 원, 2012년도에 시공할 영광 3,4호기의 70억 원짜리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이밖에도 유체기기 수명평가기술, 매설물 수명평가기술 등 돈을 벌어들인 실적은 많으나 우리 회사 내부적으로 기술연구원이 기여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장비들은 기술연구원 연구과제나 사업소 기술개발과제로 우리 회사가 개발한 것인데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 지난 5월에는 홍보효과, 자부심고취, 기술도용예방을 위해 ‘KOBOT’과 ‘KPS Auto’라는 상표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가 욕심이 많아서인지 기술연구원이 아직까지 만들어낸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고민하셔서 100억짜리가 아닌 1000억짜리 기술도 개발해야 합니다. 금액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기술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제가 연구원들과 술 먹으며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1면에 나올만한 기술을 개발해라. 중앙지 1면에 나올만한 기술만 개발한다면 사장님께 말씀드려 부족하다는 연구 인력도 보충해 주고, ‘연구원들 술 사줘야 하니 술값 주세요.’ 하면서 사장님 지갑도 받아오겠다. 술 취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정도 기술이라면 사장님 지갑을 못 받아 오겠습니까? 덤으로 ‘2차도 가야 하니 카드도 쓰렵니다.’라고 말씀드려야지요.
기술연구원 여러분, 사장님 지갑을 받아오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 체력이 남아 있을 때 조선일보 1면을 장식해 주기 바랍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르면 제가 근력이 떨어져 업고 다닐 수 없을지 모릅니다.
솔루션센터, 원자력정비기술센터, GT정비기술센터도 연구개발결과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음 기회에는 센터의 결과물을 갖고 八不出 노릇을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