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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행사 매뉴얼

같은 가격의 식사를 하더라도 음악이 곁들여졌으니

by 물가에 앉는 마음

타 처실과 마찬가지로 기술개발실에도 R&D경진대회, 정비사례발표회, Westinghouse 기술세미나 등 행사가 많아 준비 및 진행을 위한 매뉴얼이 있습니다. 매뉴얼은 행사준비물 체크리스트, 행사진행 시나리오, 진행요원 업무분장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11월 3~4일 대전에서 개최된 제17회 KPS - Westinghouse세미나도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기술세미나는 주로 영어로 진행되는데 기술개발실 이차장이 영어로 진행을 잘했지만 행사매뉴얼이 있기에 적은 행사 요원으로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한수원, 웨스팅하우스 등 150여 명의 국내, 외 손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행사매뉴얼은 16회를 거치는 동안 다듬어지고 수정되었지만 이번에도 몇몇 허점이 보여 수정할 부분이 생겼습니다. 오찬을 갈비찜과 회가 곁들여진 한정식으로 했는데 매운탕과 된장국이 포함되어 있어서 자주 방한하는 외국인들이지만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오찬 메뉴를 스테이크와 빵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외국인들이 접대받으면 절대로 'terrible'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최악이라는 표현을 기껏해야 'Not bad' 웬만하면 'I like it' 정도로 넘어가니까요.


이번행사에는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동시통역사를 고용했는데 인기 폭발이었습니다. 내국인 참석자들도 좋아했지만 웨스팅하우스에서 더욱 좋아했는데 아마도 청중들 이해도가 높으니 눈이 초롱초롱해진 것을 본 듯합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약장수가 열심히 약 파는데 청중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만큼 맥 빠지는 일이 없으니까요.

웨스팅하우스 기술세미나는 우리 회사와 웨스팅하우스 간 기술교류가 주목적이지만 한수원, 안전기술원에서 참석하니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세일즈의 場(장)이기도 합니다. 기술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에게도 명확하게 기술 효과를 알려야 하니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향후에도 동시통역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만찬 때는 호텔 측 협조로 통기타가수를 불러서 Let me be there 등 올드 팝송과 한국노래를 들려주었는데 이것 또한 대박이었습니다. 만찬이야 뷔페식으로 진행되었으니 콘도미니엄이나 호텔이나 음식 질은 50보 100보였을 텐데 음악 들으며 식사했으니 품격은 한층 올라간 것 같았고 흥이 더해져 양사 임원들이 춤추는 광경까지 연출되면서 만찬 분위기 또한 한층 고조되었습니다. 같은 가격의 식사를 하더라도 음악이 곁들여졌으니 2~3배 만족감을 주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고급 호텔에서 고가 만찬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기념품의 단가를 낮추어 경품을 준비하고 행운권 추첨행사를 했는데 우리 회사, 한수원 및 웨스팅하우스 참가자들이 골고루 당첨되었습니다. 웨스팅하우스 참석자들은 60세 정도 노신사들인데 다음날 아침까지 당첨된 상품을 자랑할 만큼 인상적이었던 이벤트였습니다. 상품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Know-how를 포함하여 행사 매뉴얼에 추가해야 할 듯합니다.


물론 동시통역사, 통기타가수, 경품행사를 해서 많은 인원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아니었으나 참여도와 몰입도를 높인 것은 사실입니다. 17회를 이어오는 동안 마지막 세션까지 대부분 참석자들이 자리를 지킨 적이 없었으니 몇몇 미숙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17회 KPS - Westinghouse 세미나는 성공적이 아니었나 자평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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