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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지음/신정길 옮김, 서돌刊

by 물가에 앉는 마음

책상 위에 놓여있는 레이저프린터가 교세라 제품인데도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마쓰시다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쇼이치로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이며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씨 없는 수박’을 발명한 우장춘 박사 사위이기도 합니다.


왜 일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업무시스템이 만들어진 대로 움직이면 그만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있는 그대로만 하면 알아서 결과물이 나오고 알아서 급여가 나오니까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열심히 일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세상에 태어나 한번뿐인 삶인데 지금까지 정말 가치 있는 삶을 살아왔는가?’ 되묻고 싶습니다. 나아가 그들에게 내가 깨달은 일하는 이유와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나는 결핵을 앓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중학교시험도 떨어지고 전쟁으로 집까지 불탔습니다. 원하던 의과대학에 떨어지고 그저 그런 대학인 가고시마 공대를 졸업해서 취직도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직장을 잡은 곳은 월급도 나오지 않는 부실한 회사라 나 자신을 비하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느 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자.’라는 깨달음을 얻고 난 후부터는 보잘것없는 인생이 정반대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깨달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다 보니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 가능한 무아지경에 이를 정도로 부딪쳐보면 상상하지 못한 미래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이것이 영세기업이었던 교세라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단 하나의 비결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지금 당신이 일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랍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일흔이 넘는 지금까지 궁궐만 지은 도편수가 한 말이 감동적입니다. ‘아무리 볼품없는 나무라도 그 안에는 영혼이 살고 있습니다. 그 영혼이 제게 말을 걸어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는 나무를 자르고 다듬을 수 없습니다. 천년 된 나무를 사용하려면 이후 천년을 견딜 만큼 제 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합니다. 도편수도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했다면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겁니다. 천년을 지켜온 고목처럼 무수한 고난을 이겨내며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풍성한 삶을 일구고 훌륭한 인격을 키워낸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서 감동받습니다.


27살 교세라를 창업할 즈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나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몇 시간 만나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마냥 행복했습니다. 집에 바래다줄 때는 일부러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둘만의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갔습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한 터라 몸이 천근만근이었으나 그녀와 만나면 몸이 솜털처럼 가벼워지고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과 사랑에 빠지면 아무리 힘들고 험한 일이라도, 주변에서 비난을 해도 자부심이 생기며 힘이 납니다.

이처럼 일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평생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헤쳐나 갈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자신의 일에 전념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인격을 닦는 수행이 되고 인격을 수양함으로써 인생을 깊고 넓게 성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교세라는 10년 앞을 보지 않는다.’ 교세라 경영철학 중 하나가 ‘내실 있는 오늘을 꾸준히 이어나간다.’입니다. 조그만 회사들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기자들은 교세라에 중장기 계획이 없다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지만 ‘교세라는 5년, 10년 앞을 내다보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5년, 10년처럼 경영합니다.’ 10년 후 뜬 구름을 잡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청사진은 현실과 같지 않기에 교세라는 1년짜리 경영계획만 세우고 실천해 왔습니다. 대신 1년 계획을 세분하여 분기, 월별, 일별로 세분화해 세운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노력하자.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하면 밝은 내일은 반드시 온다.’

교세라 경영방침 또는 경영계획이 생소한 것 같으나 밑바탕에 깔려있는 정서를 보면 이해할 듯합니다.

- 하지 않을 뿐 못할 일은 없다.

- 시련은 가장 큰 축복이다.

- 겨울이 없으면 봄이 없다.

- 산이 가파르면 정상이 가깝다.


일과 인생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는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를 짊어져야 하는 젊은이들이 이런 사고방식으로 열심히 일해 행복하고 놀라운 인생과 마주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고 다짐해라.

- 모두와 함께 일하고 기쁨을 나누어라.

-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라.

- 다른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어라.

-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해라.

- 정직하고, 겸손하며, 노력을 아끼지 마라.

- 남의 것을 탐하지 말며 욕심을 멀리 해라.

-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고 믿어라.


인사철에는 승진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보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분들이 항상 많습니다. ‘왜 일하는가?’ 승진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탈락하신 다수를 위해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책을 요약해 봤습니다. 일을 사랑하고 보람을 느끼는 것이 승진보다 더욱 소중하며 그러다 보면 때는 분명히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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