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고리타분한 이야기 혹은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 ‘공자말씀하고 있네.’라는 핀잔이 돌아오곤 했습니다. 오늘은 공자 버금가게 고리타분한 노자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불경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도덕경은 다라니경, 금강경 등과 같은 불교 경전이 아닙니다. 또한 도덕경은 도덕이나 윤리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도와 덕에 대한 경전입니다. 도덕경에서는 道란 우주의 근본원리이며 德은 인간이나 사물 속에서 도가 자연스럽게 행해질 때 얻어지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도덕경은 중국에서만도 1500여 권의 註釋書(주석서)가 발간되었고 영어로도 100권 이상 飜譯書(번역서)가 나올 정도로 읽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미묘한 차이가 있으며 그만큼 어려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석이 달렸지만 깊은 뜻을 이해하려면 1000번은 읽고 뜻을 곱씹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만 읽고 나름대로 해석한 감상문을 쓴다는 것이 무모한 일임을 알기에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만한 글귀들만 추려봅니다.
o 도는 그릇처럼 비어
그 쓰임에 차고 넘치는 일이 없습니다.
심연처럼 깊어 온갖 것의 근원입니다.
o 넘치도록 가득 채우는 것보다 적당할 때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날카롭게 벼리고 갈면 쉬 무디어집니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 차면 이를 지킬 수가 없습니다.
재산과 명예로 자고 해짐은 재앙을 자초함입니다.
o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그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그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할 일을 다 하여 모든 일이 잘되면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다”
o 성인은 드러내려 하지 않기에 밝게 빛나고
스스로 옳다 하지 않기에 돋보이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되고
스스로 뽐내지 않기에 오래갑니다.
겨루지 않기에 세상이 그와 더불어 겨루지 못합니다.
o 정말로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은 달린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정말로 잘하는 말에는 흠이나 티가 없습니다.
정말로 계산을 잘하는 사람에겐 계산기가 필요 없습니다.
정말로 잘 닫힌 문은 빗장이 없어도 열리지 않습니다.
정말로 잘 맺어진 매듭은 졸라매지 않아도 풀리지 않습니다.
o 남을 아는 것이 지혜(智)라면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明)입니다.
남을 이김이 힘 있음(有力)이라면
자기를 이김은 정말로 강함(强)입니다.
족하기를 아는 것이 부함(富)입니다
강행하는 것이 뜻있음(有志)입니다.
제자리를 잃지 않음이 영원(久)입니다
죽으나 멸망하지 않는 것이 수(壽)를 누리는 것입니다.
o 훌륭한 무사는 무용을 보이지 않습니다.
훌륭한 전사는 성내지 않습니다.
훌륭한 승리자는 대적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고용인은 스스로를 낮춥니다.
o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上善若水)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노자는 진정으로 자기를 완성하려면 자기를 비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진리는 박식이나 박학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도를 알고 체득하는 길은 우리가 가진 잡생각이나 편견을 하루하루 없앨 때 생기는 직관이나 통찰에 있습니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잔잔히 들려주는 진리의 말은 물질문명에 대해 지나친 믿음을 갖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6 공화국 노태우대통령은 ‘물태우’라고 불렸습니다. ‘불두환’에 대비되는 이미지이며 물에 물 탄듯하다고 ‘물태우’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지 ‘上善若水’의 경지에 올랐기에 얻은 별명은 아닙니다. 저도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면 물처럼 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만 그렇게 그... 렇... 게... 2011년이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