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Nov 12. 2023

829. 남다르게 결단하라. 한비자처럼(1)

신동준著, 미다스북스刊

 2015년 발간했으니 근 10년 된 책이다. 2015년은 업무에 몰두하고 있을 때라 구입 후 모두 읽지 못한 듯하다. 이 책의 초점은 인재관리로 퇴직한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겠지만 동양고전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후배님들에게 자기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공자를 읽으라 하고, 조직과 인간관계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비자(혹시 서양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으면 된다.)를 필히 읽으라고 권했다. 이 책은 꽤 두터운 400페이지로 한비자를 처음 읽는 분들께는 조금 얇은 책을 권한다. 

 ‘인간은 선과 악이 아닌 자신의 이익만을 따진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인가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한비자를 읽는다는 것은 매우 비인간적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만들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상과 현실, 이성과 감성의 균형감을 잡게 해주는 책이다. 


 한비자(BC280~233)는 한나라 왕족으로 한나라 국력이 약해지는 것을 보고 왕에게 여러 차례 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진시황이 우연히 한비자가 집필한 책을 보고 한비자가 대업달성에 필요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한나라를 공격해 멸망시켰다.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한비자를 얻으려 했으나, 한비자는 모략으로 감옥에 갇힌 후 숨을 거뒀다. (자살 또는 독살로 알려져 있다.) 제자백가 중 가장 많은 기록을 남겼으며 한비자만큼 인간 속성을 파악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하는 사람관리법에 통달한 사상가는 없었다.

 군주들은 덕치에 기초한 맹자의 王道주장을 듣지 않았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는 천하통일을 무력으로 실현하는 覇道(패도)를 주장해 호응을 얻었다. 그의 문하에 법가의 한비자와 이사가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 속성을 가장 잘 분석한 사람은 서양에서는 마키아벨리, 동양에서는 한비자를 꼽는다. 두 사람은 난세를 통찰한 면에서 서로를 너무나 닮았다. 시대적 환경이 비슷했기에 걸출한 두 사상가의 이론까지 유사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머리말: 3천 년 인문의 숲에서 관계술을 새롭게 만나다.(왜 지금 새롭게 한비자인가?)

 한비자는 군주에게 신하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치국평천하를 이률 것인지 논증하기 위해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고 있다. 역사서에 가까운 사상서이다.


 인간경영의 알파와 오메가는 術治術(술치술)이다. 한비자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術治術로 군주가 신하를 제어하는 制臣術(제신술) 내지 은밀히 제어한다는 뜻의 潛御術(잠어술)로 표현된다. 통치권자는 물론 CEO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허수아비’가 되고 만다.

 術治術의 반대는 2인자의 난세 리더십을 정리한 攀附術(반부술)로 이는 한비자의 창조적 발견이다. 쉽게 말해 제왕을 설득하기 위한 유세기술로 진시황 앞에서 유세하게 된 한비자는 攀附術을 깊이 연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攀附의 원래 뜻은 신하들이 군주를 상징하는 용과 봉의 등에 올라탄다는 의미다. 이를 잘 구사한 대표적 인물은 제갈량이며 21세기 스마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국가나 기업과 같은 조직도 마찬가지다. 무한경쟁 시대를 지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한 지금은 경제적 난세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생성과 몰락을 반복하고 인수합병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이때 조직과 사람을 관리하는 한비자를 다시 읽고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욕심을 절제하라.: 節欲計(절욕계)

 사람에겐 털이나 깃이 없어 옷 없이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 하늘에 매달려 있지 못하고 땅에 붙어 있지 못한 탓에 위장을 근본으로 삼아 먹지 않으면 생존을 영위할 수 없다.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을 제거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근심이다. 성인은 옷으로 추위를 막고, 음식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에 만족해하는 까닭에 근심할 일이 없다. 그러나 일반 사람은 그러지 못하다. 크게는 제후가 되고자 하고, 작게는 천금의 재산을 쌓아두려 한다. 욕심을 부리는데 따른 근심이 제거되지 않은 이유다. 


 성철스님이 把溪寺(파계사)에서 행한 長坐不臥(장좌불와) 8년은 유명하다. 8년 동안 눕지 않고 앉아서 수행한 것이다. 그리고 10년간 암자에 거하며 밖으로 5미터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되었으나 해인사 백련암에서 구도를 계속했다.

 10년 동안 선원에 안거 하였는데 음식은 언제나 생식과 현미밥과 淡食(담식)이었다. 의복은 24세에 만든 누더기를 일생동안 깁고 또 기웠다. 세속적인 모든 것을 끊기 위해 토굴에 가시철망을 치기도 하는 등 삶에 대한 자세가 엄격해서 흐트러짐이 없었다. 일흔이 될 때까지 양말을 기워 신었고 바리 하나 옷 한 벌로 일관한 수도자였다.

 그러나 그는 대중에게 한량없는 자비를 베풀었다. 종교를 떠나 오늘날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것은 이 때문으로 몸가짐을 바로 하면 누구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164. 道德經 (老子, 오강남 풀이, 현암사刊)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