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비로소 철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철부지는 사리분별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라는 뜻입니다. 철부지는 철+不知로 시기도 모르고 계절도 모르고... 그래서 철부지 어린 아이라 표현하고 성년이 되어도 어설프게 행동하면 철부지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봄이 오면 여름 오고, 여름 오면 가을 오고, 가을 오면 겨울 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철이 들었다고 합니다. 씨 뿌려야 꽃 피고 열매 맺게 되는 자연의 법칙을 이해했을 때 철들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세상물정 또는 시류를 알게 될 때 철들었다고 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철든다고 하는 것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뜻을 이해할 때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철드는 나이는 지천명이라는 50대가 아닌가 합니다. 계절 바뀌고 열매 맺게 되는 자연의 섭리가 인간사는 세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며, 더욱 겸손해지고 隱忍自重(은인자중)하며 타인을 배려하게 되는 나이인 50대, 비로소 철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시카고학파의 泰斗(태두)인 밀턴 프리드만은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말을 즐겨했다고 합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말인데, 당연한 듯싶으면서도 쉽게 잊게 되는 진리입니다.
어떤 상업단체에서 세미나를 연다면서 점심이나 저녁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광고한다면 일단 의심의 촉각을 세우는 것이 현명합니다. 특히 ‘좌석이 제한되어 있다.’ 또는 ‘자리 예약을 위해 조속한 연락 요망’ 등의 말이 들어 있는 광고에 조심해야겠지요.
프리드먼이 즐겨 사용했던.‘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이야기 역사는 오래됩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한 선술집에서 손님에게 일정량 이상의 술을 마시면 공짜 점심을 주겠다고 했다. 손님들은 귀가 솔깃해 처음에는 호응하였으나 얼마 안 있어 술값에 점심값이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어느 황제가 신하들에게 통치에 필요한 덕목을 건의할 것을 지시하였다. 신하들은 처음 몇 권의 책을 제출하였으나, 황제는 ‘국사를 처리해야 하고 만나는 사람도 무수한데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 몇 번 퇴짜를 맞은 끝에 신하들은 마지막으로 종이 한 장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世上沒有免費的午餐)’라고 써서 황제에게 제출했다.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이니 2,500년도 넘게 내려온 진리입니다.)
우리 회사 내에도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공짜 점심을 먹으려면 적어도 상대방에게 점심 먹는 시간을 할애해 주어야 하니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지요. 시간 할애는 물론 점심을 사는 사람이 풀지 못해 끙끙대는 고민을 들어줘야 하고 때로는 고민을 해결하는 카운슬링의 수고도 점심값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간은 제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이니 해결해 줘야 한다는 부탁사항도 들어야 합니다.(이 경우, 엄정하게 따지면 거꾸로 점심을 사야 합니다. 제 소관업무로 인해 상대방이 업무를 풀지 못하게 한 죄를 지었으니까요.)
사외 인사가 사는 공짜점심은 피해야 하겠지만 사내 공짜점심은 자주 먹어야 하고 답례도 잦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점심 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탁사항이 있기에 점심을 사겠다는 것이며 부탁이 없어도 점심을 사겠다는 것은 인적네트워크를 늘리려 하는 것이니 추후에 점심값을 주고받습니다.
知天命은 한자뜻 그대로 ‘하늘의 뜻을 앎’이라는 뜻이며 나이를 가리킬 때는 ‘쉰 살을 달리 이르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知天命이 되기 전에는 공짜점심의 숨은 뜻을 모르고 사주면 먹고 얻어먹었으면 사주고 했습니다. 철이 없었던 거지요. 지내놓고 보니 밥 사주고 얻어먹은 동료들끼리 일을 도와주고 문제를 풀어 나갑니다. 그간 제가 얻어먹은 공짜점심의 숨은 뜻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철들자 죽는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죽기 전까지는 철들지 못하는 어린아이=인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 내에서 공짜점심의 뜻을 알게 될 즈음이 되니 입사 28년 차, 철들자 죽는다고 몇 해 지나면 저도 퇴직해야 합니다.
2011.12.19일 입사한 신입사원들 입사식에서 그네들을 보고 있으려니 ‘저들이 태어날 즈음 나는 우리 회사에 입사했구나. 저들은 나같이 철이 늦게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