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법정스님, 숨결(변택주著, 큰나무刊)

가난한 절, 맑은 가난

by 물가에 앉는 마음

저는 종교적 색채가 있는 서적 읽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예외적으로 법정스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은 언행일치를 보여주셨던 분들이라 두 분과 관련된 서적은 좋아합니다. ‘법정스님, 숨결’은 법정스님이 지은 책이 아니라 法會(법회)에서 사회를 봤고 오랫동안 法門(법문)을 들었던 변택주 씨가 법정스님 말씀을 모은 책입니다.


1. 미래에 대한 기대

저는 오늘에 살고 있을 뿐, 미래에 관심이 없어요. 저는 솔직히 내일과 미래에 대해서 전혀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입니다. 바로 지금이지 그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에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번 지난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2. 가난한 절

새로 세운 절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가난한 절’을 내세우는 것도, 될 수 있는 한 施恩(시은:시주 은혜)을 적게 지고 살자는 뜻에서다. 수행자에게는 풍요로운 물질과 편리한 시설이 두려워해야 할 함정이기 때문이다. 풍요로움 속에서 사람은 병들기 쉽지만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와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오늘 같은 경제난국은 물질 풍요에만 눈멀었던 우리에게 우리 분수를 헤아리게 하고 맑은 가난이 지닌 뜻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3. 주관과 객관

전남 강진에 기와 굽는 가마를 구경하고 나니 점심때가 되었다. 수행한 스님이 남도 음식이 좋다고 맛난 집을 안내했다. 법정스님이 손을 씻는 사이 밥 속에 고기 몇 점을 넣었는데

법정스님이 고기를 꺼내 수행스님의 밥 위에 고기를 올려놓으면서 ‘아까워서 못 먹겠네.’하시며 한 말씀하십니다.

‘한 처녀가 있었어.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 마음에 드는 신랑감이 나타났는데도 결정을 못하고 몇 날을 고민하다가 혼자 살기로 마음을 굳혔다더니만.’

‘왜 그랬죠.’

‘여태까지 지켜온 정조가 아깝다고...’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대로 살아야 한다고 늘 말을 하지만 일관되게 원칙을 지키며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누구와 타협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주관이라고 부르나 객관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주관을 갖고 독특한 내 빛깔을 내야 한다. 우리들은 서구적인 교육을 받았기에 객관적이라는 단어를 합리적이라고 여기지만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능력은 뚜렷한 주관, ‘나’가 바로 서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


4. 行持(행지: 모범적으로 행을 보여주는 것= 모범적으로 사는 것)

- 쓸모 있는 공부가 되어야: 배운 것을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남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고 나서도 벙어리가 된다면 배우는 뜻을 잃게 된다.

- 제 빛깔과 향기를 내뿜어야: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며 그것은 여러 생에 익힌 열매이다. 열매를 묵히거나 없애지 말고 좋게 써야 한다. 꽃이 저마다의 모양과 향을 잃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저마다의 빛깔을 지녀야 한다.

-여럿 속에 섞이면서도 隱者(은자)처럼 살아가야: 고독이 가진 진정한 뜻을 알아야 한다. 고독을 모르면 때가 묻는다. 그러려면 말이 적어야 한다 말이 많으면 마음이 산란해지고 속이 비게 된다.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야: 흐르는 물이 영원히 살아있듯 어디에도 갇혀 살아서는 안 된다. 오늘 핀 꽃은 어제의 꽃이 아니다 날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한번 놓친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졸지 말고 늘 맑은 마음으로 깨어 있으라.


5. 불교에서도 중요한 시점은 ‘지금’

불교는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습니다. 법은 과거나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 당장, 그 자리입니다. 오늘 바로 이 자리입니다. 오늘 우리가 참선하고 기도하고 염불하고 주력하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하는 겁니다. 사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은 없습니다. 어제도 없습니다. 늘 지금입니다. 늘 바로 이 자리입니다. 지금 이 자리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6. 후회

스님께서 출가 전인 중학교 1학년 때 교문밖 엿장수는 팔 하나가 없고 말을 더듬는 불구자였습니다. 친구 대여섯 명과 엿을 고르는 체하면서 엿을 슬쩍슬쩍 빼돌렸습니다. 엿장수는 영문도 모른 체 벙글벙글 웃고 있었어요. 그 일이 두고두고 스님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다음 세상에서는 이런 후회스러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며 참회한다. 내가 생전에 받았던 배신이나 모함도 그때 순박한 그 사람의 선의를 저버린 과보라 생각하면 능히 견딜 만하다. 솔직한 고백이고 준엄한 자기 심판이다 수십억 수백억을 도둑질하고 자신의 영혼을 팔아먹는 세상에 엿 몇 가락 그것도 철 모를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하는 참회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7. 無功德(무공덕, 무소유)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그 생각조차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텅 빈 속에서 무엇인가 움이 틉니다. 어디에도 메이지 말고 자유로워지라는 소리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는 말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가르침입니다. 가졌느니 버렸느니, 선하니 악하니, 아름다우니 추하니 하는 일체 분별들에서 벗어나라는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건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풋풋해지고 더 자비스러워지고 저 아이가 좋아할 게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죠.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는 겁니다.


8. 네 가지 맑은 복

스승과 말벗이 될 수 있는 책 몇 권

출출할 때 마시는 차

차는 삶을 맑게 해주는 여백

굳어지는 삶에 탄력을 주는 음악


9. 친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뭔지 아십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또는 유대교나 회교가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親切(친절)입니다.


10. 나눔

나누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십시오. 내일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곳에 있지 않을 수도 있고, 내 마음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합니다. 미루면 후회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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